[이충재의 인사이트] 윤 대통령 메시지에서 '3대개혁'이 사라졌다

이충재 2023. 10. 25. 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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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교육, 연금개혁 진척 없어...'이념 논쟁' 내세우면서 동력 상실

[이충재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78주년 경찰의날 기념식에서 축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연일 '민생'을 강조하지만 정작 핵심과제인 '3대 개혁'에 대한 언급은 사라져 논란입니다. 민생과 경제개혁 성공을 위해서는 노동·교육·연금 등 3대 개혁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윤 대통령의 공개 메시지에서 실종된지 오래입니다. 이런 배경에는 정책 논쟁은 뒷전으로 밀리고 '이념전쟁'이 국정 메시지의 중심에 선 것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윤 대통령의 관심이 멀어지면서 추진 동력이 떨어졌다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개혁은 더 어려워지고 집권 중반이 지나가면 표류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합니다.

미궁에 빠진 연금개혁... 총선 앞두고 개혁안 마련 부담 

실제 윤석열 정부의 최우선 과제라던 3대 개혁은 진척이 거의 없는 상태입니다. 당장 한계상황에 내몰린 연금개혁만 해도 미궁에 빠진 형국입니다. 정부는 27일 국민연금 개혁안을 발표할 예정인데, 보험료율 등 구체적 수치가 빠진 두루뭉술한 방향만 제시될 거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지난주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로부터 20개에 달하는 연금개혁 시나리오를 넘겨받은 정부가 의사결정을 포기한 채 단일안을 내지 않을 거라는 전망이 많습니다.

정치권에선 내년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정치적 부담을 의식한 정부가 개혁안 마련을 미루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보험료율을 높일 수밖에 없는 개혁안을 내게 되면 여론 악화로 총선에 불리한 환경이 조성된다는 판단에서라는 겁니다. 국민연금 개혁은 국민에게 고통 분담을 설득하는 일로 반발과 논란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는 개혁 작업을 총선 후로 늦추고 있지만 그때는 상황이 더 어려워질 거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입니다.

정부가 가장 먼저 시작한 노동개혁도 사실상 중단된 상태입니다. 지난해 주 69시간 노동제 논란 뒤 노동개혁과 관련된 대통령실의 드라이브는 속도 조절에 들어갔습니다. 노동부는 노동시간 제도 개편안 보완을 위해 대국민설문조사를 실시했지만 이마저도 공개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설문결과가 정부가 추진 중인 방향과 맞지 않아 공개를 꺼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근로시간 개편이 늦어지면서 다른 노동개혁 현안도 진척이 없는 상황입니다. 노조 회계 투명성 제고 등 노사 법치주의 측면만 부각되고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이라는 핵심사안은 접근조차 못하고 있습니다. 노동계에서는 근로조건 격차해소와 원·하청 상생 등 이중구조 개선 논의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도 못한 채 끝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공교육 경쟁력 강화와 사교육비 경감문제를 핵심으로 내세운 교육개혁은 오히려 후퇴하는 양상입니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2028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안은 사교육을 경감시키기는커녕 늘릴 거라는 우려가 많습니다. 과열된 내신경쟁을 식힌다며 등급을 9등급에서 5등급으로 좁혔는데, 내신 변별력이 약해져 논술 등 대학별고사가 확대될 가능성이 큽니다. 여론조사에선 학부모 83%가 특목고·자사고 선호가 높아질 거라고 응답했습니다. 24일에는 전임 정부에서 폐지키로 한 자사고와 외고 존치를 담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습니다.

전문가들은 '3대 개혁'의 부진은 '윤석열정부 인수위' 시기에 밑그림이 그려진 게 아니라 지난해 개혁과제로 갑자기 등장하면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는 지적입니다. 각각의 개혁에 대한 추진 일정과 방법 등 로드맵없이 임기응변식으로 밀어붙인 게 원인이라는 겁니다. 게다가 윤 대통령이 올들어 국정의 중심을 국가정체성 논쟁에 두면서 동력을 잃었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저출산·고령화 속에서 국가의 미래를 지탱할 구조개혁이 벽에 부닥친 상황입니다. 대통령이 다시 국가 생존전략의 고삐를 바짝 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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