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서 뜨는 '험지 출마론'에 당 내부 '갑론을박'
4선 한 분들은 험지에 못 나가는 거냐" 비판
지속되는 험지 출마론, 정치인에 '양날의칼'
일각 "지역 잘 아는 정치인 필요" 목소리도
국민의힘 내부에서 중진 의원들을 향한 '험지 출마론' 요구가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영남권 중진들이 최근 위기론이 불고 있는 수도권 험지로 출마해 여론 전환을 이끌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정무 감각을 쌓은 중진들이 험지에 도전하는 모습이 국민들에게 긍정적으로 비쳐 내년 총선 판도를 주도할 수 있단 입장이다.
반면 지역 정치인으로 살아왔던 중진 의원에게 험지 출마를 강요하는 건 해당 지역을 노리는 정치 신인들의 아우성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는 만큼 '험지 출마론'에 대한 논쟁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에서 첫 번째로 수도권 험지 출마를 선언한 하태경 의원은 24일 채널A 라디오에 나와 "영남에서 3선 하면 올라오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며 "수도권에서도 경쟁력이 있는 사람들을 공천 줘서 3선을 하면, 수도권에서 다시 헌신해서 재기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야, 우리 당이 정말 수도권 정당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하 의원과 같은 의견을 표출하는 목소리는 당내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장예찬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은 이날 YTN라디오에 출연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총선 출마설을 얘기하면서 "이제 국민적 관심을 받기 시작한 우리 당의 기대주나, 우리 정부의 소위 '보물'들에게 험지 프레임을 강요하기보단 중진들이 먼저 '내가 험지에 나가겠다' 하는 게 감동이 있는 것"이라며 "왜 영남에서 3~4선 한 분들은 험지 못 나가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총선 때마다 분출되는 험지 출마론은 정치인에게 있어 양날의 칼이다. 어려운 지역에 출마한 정치인이 당선된다면 긍정적인 여론을 이끌어내는 것은 물론 정치적 체급도 배가될 수 있다. 반면 패배할 경우 해당 정치인의 정치생명이 끝날 가능성도 높은 것도 사실이다.
지난 2011년 4·27 재·보궐선거 당시 양당 모두에게 험지였던 경기 성남분당을 선거에 출마했던 손학규 민주당 후보가 51.0%의 득표율로 당선된 뒤 대선후보 경선에 재도전할 발판을 마련했고, 48.3%의 득표율로 낙선한 강재섭 한나라당 후보는 사실상 정계 은퇴 수순을 밟은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를 알고 있음에도 내년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힘 내에서 험지 출마론이 뜬 이유는 수도권에서 위기가 분출되고 있어서다. 리얼미터가 지난 10~1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의 서울에서의 지지율은 직전 조사 대비 10.2%p 급락했다. 인천·경기에서의 지지율도 4.7%p 떨어졌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3선 이상의 중진이란 뜻은 분명히 개인기가 된다는 의미"라며 "중진들이 험지에 나서 선거판세를 유리하게 이끌어준다면 신인이나 청년들에게 귀감이 되고 또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현실적으로 지역 정치인이 험지인 수도권으로 와서 승리를 거두는 것도 어려운 이야기일뿐더러, 지역에서 벌여놓은 사업들을 완수하지 못할 경우 지역민들에게 큰 피해를 끼칠 수도 있다는 주장에서다.
홍준표 대구광역시장은 지난 17일 페이스북에 "공천이 곧 당선과 직결될 가능성이 높은 영남권 출신들이 갑자기 수도권에 차출돼 가본들 그 선거를 감당해 나갈 수는 없다"며 "선거는 과학이다. 전혀 실현 가능성 없는 정치 모델"이라고 일축했다.
홍 시장은 서울 송파갑에서 당선되며 15대 국회에 입성했고, 16대·17대·18대 의원직은 서울 강북의 험지인 동대문을에서 당선된 바 있다. 이후 지난 21대 총선에선 대구 수성을에서 당선되면서 험지와 영남권을 모두 경험한 정치인이다.
또다른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매번 선거때마다 영남권을 중심으로만 험지 출마론이 나오는데 정치를 새로 하겠다는 사람들 중 수도권에 우리 당 타이틀을 달고 출마하겠다고 나오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지 않느냐"라며 "솔직히 하태경 의원은 이름값이 되고 승리 가능성이 높은 정치인이라 험지 출마가 주목을 받는 것인데, 그렇지 않은 의원들이 나왔다 지게 된다면 의석은 의석대로 잃고 정치인도 정치인대로 잃게 되는 허점이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한 의원도 "정치인은 다양한 역할이 있는데, 지역구 발전을 위해 몸 바친 의원의 경우에는 그 지역에서 추진하고 있는 다양한 사업들이 있다"며 "그런 분들은 누구보다도 그 지역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데 그런 장점을 두고 험지로 출마하라는 이야기는 지역 상황을 새로 파악해야 하는 신인이 그 자리를 물려받겠다는 생각이 깔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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