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묵 국물 어디 담지"…한달뒤 종이컵 쓰면 '과태료 300만원'
" 떡볶이 손님에게 어묵 국물은 어떻게 드려야 하나요? "
계도기간 종료와 함께 본격적인 1회용품 사용 규제 시행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식당과 편의점, 카페 등 현장에서는 구체적인 시행 방법을 되묻는 소상공인이 많았다. 24일 서울시 광진구 능동 일대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A씨는 "포장마차처럼 꾸며진 매장 앞 공간에서 급히 떡볶이를 먹고 학원으로 가는 아이들이나, 손님들도 많은데 어묵 국물 담아달라고 하면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이라고 말했다.
A씨는 실제 같은 업종을 운영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비슷한 고민을 토로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했다. 환경부에 물어보니 "포장마차도 식품접객업소로 등록된 곳에선 일회용 종이컵을 사용할 수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계도기간 종료 한 달 남았는데…여전히 혼선
하지만 현장에서는 규제가 시행된 지 1년 가까운 기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혼란스럽다는 반응이 많았다. 업종이나 품목에 따라 제한 기준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똑같이 코팅된 재질인데도 종이컵은 매장 내에서 쓸 수 없는데 종이 빨대는 쓸 수 있다거나, ▶음식 가게에서는 포장 또는 배달 손님에게 무상으로 비닐봉지를 제공할 수 있지만 약국과 도소매업종은 손님에게 비닐봉지 대신 종이봉투를 팔아야 한다는 점도 형평성이 어긋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광진구에서 대형 약국을 운영하는 B씨는 "우리는 약을 대량으로 사는 손님이 많은데, 가방이 없는 분에게 그냥 드릴 수는 없지 않나, 그런데 무료로 주던 비닐봉지를 못 드린다고 하면 화를 내는 분도 더러 있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B씨는 "얼핏 봐서는 (식품을) 포장해 가는 것과 다르지 않은 상황 같은데, 왜 음식 포장은 무상 비닐봉지 제공이 된다는 건지 의아하다"고 말했다. 인근에서 만둣가게를 운영하는 C씨는 "손님이 만두를 쏟지 않도록 일부러 비닐봉지 모양을 맞춤 제작하고, 한 번에 수만장씩 사오고 있다"며 "플라스틱 사용 줄여야 하는데 어떡하나…."라고 말끝을 흐렸다.
환경부 "일부 품목 계도기간 연장 방안 검토"
이에 대해 환경 단체들은 정부가 1회용품 규제를 단계별로 확대해 나가야 하는데도 오히려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서울환경연합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40일간 전국의 1회용품 규제 업종의 업소 1409곳을 무작위 조사한 결과 카페의 75%가량이 법을 지키지 않았고, 전 업종의 60%가량이 금지 조항을 어기고 있었다고 발표했다. 계도 기간에 법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허승은 녹색연합 녹색사회팀장은 "코로나19로 1회용품 사용이 폭증했는데, 코로나19가 잦아든 이후에도 계도기간을 둔 만큼 제도 시행이 사실상 유예됐다"며 "그런데 또 품목별로 유예를 검토한다는 것은 전 세계적인 환경 정책에 뒤처지는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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