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尹이 거부권 썼는데 또…민주당, 간호법·양곡법 재추진

성지원 2023. 10. 25.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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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간호법과 양곡관리법의 내용을 대폭 손질해 재추진한다. 이해관계가 첨예한 법안의 내용을 조율해 간호사·농민 등 덩어리 표심을 공략하는 한편, 정부·여당을 향해서는 ‘불통’ 이미지를 덧씌우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대한간호협회와 시민단체 회원들이 국회 본회의를 하루 앞둔 지난 4월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 의사당대로에서 열린 간호법 국회 통과 촉구 수요한마당에서 '간호법 제정' 피켓을 들어 보이고 있다. 뉴스1

민주당에 따르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민주당 측 간사인 고영인 의원은 국정감사 직후 발의를 목표로 간호법 제정안 초안을 마련했다. 간호법은 지난 4월 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으나, 윤 대통령이 “유관 직역 간 과도한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이번 개정안에선 논란 조항을 대폭 수정했다. 먼저 ‘지역사회’ 개념을 구체화했다. 기존법 제1조는 ‘모든 국민이 의료기관과 지역사회에서 수준 높은 간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이라는 문구로 시작하는데, 대한의사협회 등은 “(이 조항이) 의료기관 밖에서 간호사의 단독 개원을 가능하게 한다”고 반발해왔다. 수정된 법안에서는 ‘지역사회’ 문구 앞에 장기요양기관 등 5~6개 시설을 명시한다. 사실상 간호사의 단독 개원을 불가능하게 만든 셈이다.

간호조무사 학력 제한 조항도 수정한다. 기존법 5조에는 간호조무사 국가시험 응시 자격을 ‘간호 특성화고 졸업자’ 또는 ‘고교 졸업자로 간호학원을 수료한 자’로 했는데, 이를 두고 간호조무사협회는 “사실상 고졸로 학력 상한을 두었다”며 반발했다. 이번 법안에선 ‘고교 졸업자’를 ‘고교 이상 졸업자’로 수정했다. 이외 간호사 업무를 규정한 기존법 10조의 진료 보조 범위를 ‘의료기사(임상병리사 등) 등에 관한 법률에 규정된 업무는 제외’하는 것으로 구체화해 직역 간 충돌도 줄였다.

민주당은 양곡관리법도 재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민주당은 지난 3월 쌀 초과생산분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하도록 하는 양곡관리법을 강행처리했으나,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최종 입법에 실패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전형적인 포퓰리즘 법안”이라고 비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월 4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14회 국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 재의요구권(거부권)을 의결했다. 대통령실 제공

개정안에선 ‘의무매입제’ 대신 쌀 가격이 기준가격 이하로 떨어지면 차액을 보전해주는 ‘가격보장제’를 담을 예정이다. 당내 쌀값정상화 TF 팀장인 신정훈 의원은 지난 7월 농림축산식품부 산하에 ‘양곡수급관리위원회’를 만들고, 위원회가 매년 양곡의 기준가격과 시장가격 차액의 지급비율을 결정하도록 하는 내용의 양곡관리법을 대표발의했다. 이외 김승남ㆍ윤준병ㆍ소병훈 의원 등도 비슷한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신 의원은 “개별 법안의 내용을 심사과정에서 종합해 당론으로 처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 5월 통과 당시 정부ㆍ여당의 반대로 ‘선(先)구제, 후(後)회수’ 방안이 빠진 전세사기특별법도 ‘선구제’를 넣어 재추진한다. 선구제란 피해자의 보증금 반환 채권을 정부가 먼저 매입해 보상하고, 이후 주택을 경ㆍ공매해 매입비용을 회수하는 방안이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22일 수원 전세사기 피해자들과 간담회에서 “피해구제의 핵심은 전세금 회수”라며 “‘선구제, 후회수’ 원칙을 분명히 적용하는 실효적 대책을 마련하겠다. 신속하게 법을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이 같은 법안 추진은 내년 총선을 겨냥한 전략 차원의 행보라는 평가다. 민주당 정책위 관계자는 “야당인 우리가 먼저 직역 단체나 이해 당사자의 입장을 조율해 제출하는 법안이기에, 정부·여당도 반대만 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이번 기회에 단순히 반대만 하는 야당이 아니라 이해 조정 능력이 있는 정당 이미지를 갖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민주당은 노란봉투법과 방송법도 11월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최혜영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24일 기자들과 만나 “11월 9일 본회의에서 (두 법안을) 처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방송법은 3월, 노란봉투법은 5월 민주당 주도로 국회 법사위를 거치지 않은 채 본회의에 직회부됐다.

법안 처리에 반대하는 국민의힘은 법안이 상정될 경우에 대비해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방해)를 이미 예고한 상태다. 또한 국민의힘은 직회부 과정에서 법안 심사권이 침해됐다며 두 법안의 권한쟁의심판도 헌법재판소에 청구했는데, 헌재는 이를 26일 선고할 예정이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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