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습테러 당한 이스라엘의 응전, 국제사회 극구 말리는 이유 [Focus 인사이드]

전경주 2023. 10. 2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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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스의 공격에 대한 응전임에도 불구하고, 국제사회가 일제히 이스라엘을 극구 말리거나 비판하고 있다. 헤즈볼라와 이란까지 참전할 수 있는 우려 때문이기도 한데, 그보다는 확전하기도 전에 이미 대규모 민간인 피해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23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열린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 EPA=연합뉴스


초기만 해도 규탄의 목소리는 하마스로에게만 향했다. 이스라엘에 대한 하마스의 테러공격이 있었던 직후인 지난 10일,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이스라엘 편에 선다”는 것을 연달아 두 번 강조하며, 하마스의 공격을 “완전한 악의 행동”으로 규정했다. 그리고 하마스와 같은 테러리스트는 의도적으로 민간인을 표적 삼아 살해하는 반면, “우리는 전쟁법을 준수한다”는 점에서 그들과 다르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의 대규모 민간인 살상

그런데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Gaza Strip)에 대한 무분별한 공습으로 대규모 민간인 살상을 야기함에 따라,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좁고 긴 영토의 가자 지구는 하마스의 본거지이자, 210만 명의 거주지다. 전 세계에서 인구 밀집도가 가장 높은 지역이며, 전체 거주자 중 절반이 18세 미만이다.

21일(현지시간) 레바논 국경 지대에서 이스라엘 육군의 메르카바 전차가 대기하고 있다. AFP=연합


현재 연일 사상자 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데, 19일 기준 가자 지구에서 최소 4079명이 사망하고, 그중 3420명가량이 민간인으로 집계됐다. 또한 1만 5000명 정도가 다쳤는데, 이 중 50% 이상이 어린이와 여성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스라엘 지도부는 이번 반격을 계기로 하마스가 지구 위에서 사라지게 될 것이며, 가자 지구의 땅은 줄어들 것이라며 결전의 의지를 밝혔다. 다시 있을지 모를 공격의 싹을 이번에는 기필코 모두 잘라버려야겠다는 것이다. 그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민간인 피해는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에 자제를 요청하는 국제사회

이에 따라 국제사회는 이스라엘군이 저지른 인도적 참상을 알리고 규탄하는 목소리와, 더 늦기 전에 이스라엘 정부가 지상전에 나서지 않도록 미국이 설득해 달라고 요청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국이 이스라엘에 매년 대규모 군사원조를 해온 터라, 미국이 민간인 살상에 간접적으로 기여한 것이 되게끔 내버려 둬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높다.

지난 18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을 찾아 벤자민 네탄야후 총리를 껴안고 위로하고 있다. AP=연합


이 같은 여론 의식한 후인 18일, 바이든 대통령은 대국민 연설을 통해 하마스가 그들의 공격에 맞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점 외에, 이스라엘은 “전쟁법에 따라 작전을 수행”해야 하며, “민간인을 보호해야” 한다는 점도 동일하게 강조했다. 또한 미국은 “두 국가 해법(two-state solution)”을 포기하지 않으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공히 안전과 존엄, 평화 속에 살 자격이 있다”고 밝혔다. 이참에 팔레스타인 자치 구역에 변경을 가하려는 이스라엘 정부의 의도를 지지하지 않는 것으로 읽힌다.


민간인 피해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

민간인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군사작전은 도덕적 당위인 동시에, 전략적 필요에 따른 것이기도 하다. 민간인 피해 증가로 전쟁에 대한 국내ㆍ국제사회의 지지가 줄어들면, 전쟁을 지속할 능력과 명분이 약해진다. 우크라이나가 대부분의 국가들로부터 변함없는 지지를 받고 전쟁을 지속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러시아의 민간인에게 피해를 입히지 않기 때문이다.

21일(현지시간) 이스라엘 공습으로 다친 팔레스타인 주민이 병원으로 옮겨지고 있다. AP=연합


또한 무고한 이들의 피해가 증가하게 되면, 억울한 죽음을 목도한 주변인들의 저항 의지를 부추기게 된다. 이는 적대 세력의 규모를 키우는 역효과를 낳는다.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 과정에서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그리고 시리아의 수많은 민간인에게 피해를 줬고, 가족의 목숨과 삶의 터전을 잃은 민간인들은 무장단체로 쉽게 포섭됐다.

민간인 피해 완화를 중시하면서도 소홀하면, 적은 이 같은 약점을 이용할 수 있다. 지난 17일, 가자 지구의 한 병원이 폭격당하며 500여명이 사망했는데, 이스라엘은 이 같은 전쟁범죄에 책임이 없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해명해야 했다. 하마스나 이슬라믹 지하드의 의도적 소행인지, 오폭인지는 확인할 순 없지만, 이스라엘의 템포를 늦추는 데 크게 기여했다.


민간인 피해 완화를 위한 분별력 제고 필요

지난해 8월, 미 국방부는 지난 수년간 미군 작전으로 인한 민간인 사상자 수가 많았던 것을 반성하고, 이를 개선하고자 “민간인 피해 완화 및 대응 실행 계획(Civilian Harm Mitigation and Response Action Plan, CHMR-AP)”을 발표했다. 계획에선 민간인 피해를 완화하는 것이 전장에서의 장기적 성공에 결정적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리더십ㆍ조직ㆍ인력ㆍ전략ㆍ교리 및 훈련ㆍ작전 역량 등 전 영역에 걸쳐 민간인 피해를 줄이는 접근 방식을 추구하도록 11개의 과제를 수립했다.

2017년 한ㆍ미 해병대 장병들이 북한 지역 안정화 작전 중 저항세력의 대규모 폭력 시위 상황을 설정해 우발사태에 대한 상황 조치 훈련을 하고 있다. 해병대


또한 올해 새로 개정한 재래식 무기 이전 정책(Conventional Arms Transfer Policy)은 미국의 무기로 민간인에게 피해를 주는 국가에 대해서는 무기 이전을 중단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현재 우리 군에서도 일부 무기체계 발전의 고려 요소 중 하나로 민간인 피해 최소화를 포함하고, 민간인 피해 정도를 평가하는 자체 능력을 갖추는 등의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북한군과의 교전을 대비하고 있는 만큼, 더욱 전반적인 차원의 노력이 요구된다.

『2022년 국방백서』에서 적시한 대로, 우리의 적은 북한 정권과 북한군이다. 그리고 헌법상 북한 주민은 우리 국민이다. 북한 영토 중 가장 많은 인구가 밀집해 있는 평양에 정권 수뇌부가 집결해 있고, 교전 발생 시 북한군은 평양을 집중적으로 지키려 할 것이다. 북한 정권도 하마스처럼, 어린이나 여성이 많은 지역에 지도부의 은신처를 두며 북한 주민들을 방패로 삼을지 모른다. 또한 우리에 의한 민간인 피해를 과장하여 정치적 선동의 도구로 삼을 것이다.

어려운 결정 앞에 머뭇거리지 않도록, 전쟁 중에 적이 놓은 덫에 걸리지 않도록, 우리의 전략ㆍ교리ㆍ규칙ㆍ훈련ㆍ무기 체계들이 조금이라도 더 분별력을 갖출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

전경주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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