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운 감독 “혼신의 힘 쏟아야 깃털만한 감동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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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말만 바꾸면 걸작이 된다, 딱 이틀이면 돼."
영화감독 김열(송강호)은 주문을 외우듯 말한다.
그는 "세트장에 불이 붙어 난리가 났는데 김열이 '다 잘 찍혔지? 전부 다, 다 잘 찍혔지?'라고 말하는 부분이 있다. 사실 감독에겐 그게 제일 중요하다"며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놈놈놈)을 촬영할 때 폭파 장면이 있었는데 세트장에 불이 나 사람들이 다 뛰어나오는데 나 혼자 반대로 뛰어 들어가며 '다 찍혔지' 물은 기억이 있다"고 돌이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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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 영화제·홍콩아시안영화제 초청
화려함 이면의 고통 적나라하게 그려
“결말만 바꾸면 걸작이 된다, 딱 이틀이면 돼.”
영화감독 김열(송강호)은 주문을 외우듯 말한다. 악조건 속에서도 그는 자신의 열망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촬영을 강행한다. 김지운 감독의 영화 ‘거미집’은 창작자의 고뇌와 집념, 낭만에 관한 이야기다. 영화는 제76회 칸 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초청받은 데 이어 제20회 홍콩아시안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됐다.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김 감독 “하루는 내가 너무 천재 같고 또 하루는 내가 너무 쓰레기같이 느껴진다. 현장에서 매일 천국과 지옥을 왔다 갔다 한다”며 “‘거미집’은 자신이 혼신의 에너지를 쏟아부어야만 관객에게 깃털만큼의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걸 이야기하는 엔터테이너 또는 예술가의 초상”이라고 영화를 소개했다.
영화는 쇼비즈니스와 영화의 세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김 감독은 “영화 장면 중 화려한 스테인드글라스로 꾸며진 세트 뒤의 판자로 막아놓은 공간에서 김열과 배우 강호세(오정세)가 고충을 이야기하는 부분이 있다. 촬영장에선 늘 도망치고 싶고 어느 구석에 가서 숨고 싶은데 영화에 나오는 공간이 바로 그런 곳”이라며 “화려함 이면에 있는 앙상하고 무언가 결핍돼 있는 세계를 보여주는 장소다. 타인에게 즐거움을 주지만 당사자의 내면과 일상은 황폐하고 계속해서 안간힘을 써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이 작품에 자신의 경험과 감정들을 많이 투영했다. 김열이 배우들에게 촬영을 설득하면서 하는 ‘나만 좋으려고 하는 거냐’ 같은 대사는 실제로 그가 많이 하는 말이다.
그는 “세트장에 불이 붙어 난리가 났는데 김열이 ‘다 잘 찍혔지? 전부 다, 다 잘 찍혔지?’라고 말하는 부분이 있다. 사실 감독에겐 그게 제일 중요하다”며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놈놈놈)을 촬영할 때 폭파 장면이 있었는데 세트장에 불이 나 사람들이 다 뛰어나오는데 나 혼자 반대로 뛰어 들어가며 ‘다 찍혔지’ 물은 기억이 있다”고 돌이켰다.
평론에 대한 감독의 생각을 녹여낸 장면도 눈길을 끈다. 국밥집에서 평론가들과 언쟁한 김열은 “평론은 예술가가 되지 못한 자들의 예술에 대한 복수”라고 독백한다. 그 장면에 대해 김 감독은 “내가 평론가들에게 복수를 한 것”이라며 웃었다.
그는 “감독들은 평론가의 문장 하나에 기분이 오락가락한다. 정확한 비평이라면 속 쓰려도 받아들여야 하는데 ‘내 작품을 너무 잘못 보는 거 아닌가’ ‘자기들이 뭘 안다고’라는 생각이 들어 발끈할 때가 있었다”면서 “지금은 그러지 않는다. 오히려 지금은 리뷰의 힘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거미집’은 그가 영화감독으로서 이어 온 도전을 이야기하는 영화이기도 하다. 김 감독은 “한국에서 제대로 된 서부극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에서 ‘놈놈놈’을 만들었고, 한국형 누아르를 해보고 싶어서 ‘달콤한 인생’(2005)을 찍었다. ‘반칙왕’(2000)은 김지운식 코미디”라며 “이류 감독 김열이 영화적 비전을 보여줘야겠다는 생각 때문에 다른 사람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들을 밀어붙이는 모습이 그런 것”이라고 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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