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코너] 이스라엘 전쟁, 남의 일 아니다

전웅빈 2023. 10. 25. 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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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집단 하마스가 저지른 전쟁 범죄를 설명하기에 '잔인하고 끔찍하다'는 말은 턱없이 부족하다.

하마스 전투력은 이스라엘에 비할 바가 못 된다.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는 하마스 지도자들이 1973년 욤키푸르 전쟁 기념일에 작전을 벌인 것도 반이스라엘 연대를 자극하려는 목적으로 봤다.

이스라엘은 지상전을 강행하려는 분위기인데, 전문가들은 이스라엘이 하마스의 덫에 빠질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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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웅빈 워싱턴 특파원


테러집단 하마스가 저지른 전쟁 범죄를 설명하기에 ‘잔인하고 끔찍하다’는 말은 턱없이 부족하다. 비무장 여성이나 부상자를 처형하듯 사살했고, 어린이와 아기까지 죽였다. 집마다 돌아다니며 침실, 화장실 등에 숨어 있던 가족들을 기관총으로 쐈다. 사우스 퍼스트 리스판더스라는 단체가 수집해 공개한 현장 영상과 이미지는 그 참혹한 장면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워싱턴포스트(WP)가 확보한 또 다른 문서에는 이스라엘군의 취약점과 칼로 살상하는 방법이 적혀 있다. ‘쇄골 부위의 목’ ‘척추’ ‘겨드랑이’ 등을 나열하며 찌르기 가장 좋은 부위라고 설명한다. 문서 뒤표지엔 오사마 빈 라덴의 스승 셰이크 압둘라 아잠 사진이 붙어 있다고 한다. 그는 ‘이슬람 영토 방어’라는 책에서 “폭탄을 몸에 두르거나 가방에 싣고 적들 사이에서 터뜨리는 건 공포를 심고 영혼을 파괴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며 자살 테러를 부추긴 인물이다.

하마스 전투력은 이스라엘에 비할 바가 못 된다. 강력한 보복 응징이 불 보듯 한데도 정당성을 상실한 무자비한 공격을 감행한 데에는 여러 목적이 있어 보인다. 이스라엘 반격을 불러 ‘저항의 축(Axis of resistance)’ 전사들을 동참시키고, 더 나아가 이슬람 국가들 사이에 분노를 확산하려는 것이다.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는 하마스 지도자들이 1973년 욤키푸르 전쟁 기념일에 작전을 벌인 것도 반이스라엘 연대를 자극하려는 목적으로 봤다. 이미 레바논 헤즈볼라, 예멘 후티 반군, 시리아 민병대 등이 산발적인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이 혼란 속에 무고한 희생자가 늘고 있다. 가자지구 병원 피격은 팔레스타인 이슬라믹 지하드의 오발이라는 증거가 공개되고 있지만, 이슬람 국가들은 믿지 않고 더 큰 울분을 발산한다. 이슬람 국가 곳곳에서 이스라엘과 미국 국기가 불태워졌다. “실패한 미사일 한 발이 성공한 수십 개의 공격보다 큰 효과를 냈다”는 말까지 나온다.

이스라엘은 지상전을 강행하려는 분위기인데, 전문가들은 이스라엘이 하마스의 덫에 빠질 수 있다고 본다. 가자시티에 탱크를 앞세운 이스라엘군과 피투성이 민간인 시신이 대비되면 더 큰 진노의 불길이 이슬람 사회로 번질 수 있다는 것이다. 분노는 복수심에 불타는 또 다른 테러리스트를 키운다.

가자에서 죽은 어린이가 2000명을 넘어섰다. 시멘트 담장 안팎의 목숨값이 다른 것이냐는 한탄이 쏟아진다. 이스라엘을 향하던 연민은 빠르게 팔레스타인 민간인으로 옮겨가고 있다. 그사이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극우적 통치와 고통받아 온 팔레스타인 민중의 애달픈 사연도 퍼져 나가고 있다.

9·11 테러가 발생했을 때 미국은 이를 계획·실행한 사람들이 아니라 그들을 숨겨준 세력까지 포함해 광범위한 보복 작전을 펼쳤다. 알카에다뿐만 아니라 탈레반과도 전쟁을 벌였고, 이라크에서 사담 후세인과도 싸웠다. 8조 달러 규모 비용을 들였지만, 정작 미국 대응에 대한 국제사회의 반감만 커졌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우리는 실수했다”며 전 세계에 치부를 인정한 것은 네타냐후를 향해 정당성 게임을 유지하라는 압박이다.

이스라엘이 연민을 잃으면 미국은 수렁에 빠진다. 중동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고 힘써왔던 중국과 러시아는 한발 물러서서 부차적 이득만 계산 중이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최근 중국, 러시아, 이란을 ‘새로운 악의 축’으로 지목했는데, 시아파 국가들 사이에서 반미 감정이 커지면 이들 국가는 활로를 찾게 된다. 기존 ‘악의 축’ 멤버인 북한은 말할 것도 없다. 그래서 이번 전쟁은 한국에도 남 일이 아니다.

전웅빈 워싱턴 특파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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