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순의 ‘의붓자식’, 100년 만에 무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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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첫 근대 여성 작가는 1917년 최남선이 만든 잡지 '청춘'의 문예 현상공모를 통해 등장했다.
연출가 윤사비나가 이끄는 문화다방 이상한앨리스는 한국의 첫 여성 극작가이기도 한 김명순의 희곡 '의붓자식'(부제 100년 만의 초대)을 11월 3~5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선보인다.
김명순은 '의붓자식'(1923년)과 '두 애인'(1928년)의 희곡 2편을 남겼지만, 그동안 무대화되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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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첫 근대 여성 작가는 1917년 최남선이 만든 잡지 ‘청춘’의 문예 현상공모를 통해 등장했다. 당시 20세의 김명순(1896∼1951)이 단편소설 ‘의심의 소녀’로 입선한 것. 김명순은 등단 이후 20여 년간 소설 25편, 수필 20편, 시 111편, 희곡 2편, 번역소설 1편, 번역시 15편 등을 발표했다.
진명여고를 차석 졸업한 그는 불어 영어 독어에 능숙했고, 일본 유학도 여러 차례 다녀왔다. ‘창조’의 유일한 여성 동인이자 최초로 개인 문집을 발간한 인물이며, ‘매일신보’의 사회부 기자로 입사한 조선의 세 번째 여성 기자이기도 했다. 또한, 그는 식민지 시대 많은 작가가 친일로 변절하는 동안 창씨개명을 거부하고 일제에 저항하는 글을 썼다.
하지만 평생 그를 따라다닌 기생 출신 첩의 딸이라는 꼬리표와 함께 1915년 일본 유학 중 겪은 강간 사건 등으로 인해 김명순은 온당한 평가를 받지 못했다. 당시 가부장적 인식에 찌든 문단은 좌·우파 가리지 않고 그를 ‘문란한 여자’라며 공격했다. 특히 소설가 김동인이 1939년 그를 모델로 신여성들이 성적으로 타락했다는 내용의 ‘김연실전’을 출간하자 그는 절망에 빠져 조선을 떠났다. 도쿄에서 곤궁하게 살던 그는 결국 정신이상으로 병원에 수용됐다가 쓸쓸히 죽었다.
21세기 들어 전집 발간 등 김명순을 재조명하는 움직임이 거세졌다. 특히 미투 운동이 일어나면서 성폭행을 당한 피해자임에도 당시 가부장적인 사회에서 비난받은 김명순의 삶이 다시 한번 주목받기도 했다.
연출가 윤사비나가 이끄는 문화다방 이상한앨리스는 한국의 첫 여성 극작가이기도 한 김명순의 희곡 ‘의붓자식’(부제 100년 만의 초대)을 11월 3~5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선보인다. 김명순은 ‘의붓자식’(1923년)과 ‘두 애인’(1928년)의 희곡 2편을 남겼지만, 그동안 무대화되지는 못했다.
‘의붓자식’은 아버지의 중혼으로 의붓자매가 된 세 딸의 이야기를 그렸다. 극 중 주인공 성실의 가족사나 삶의 태도 등이 김명순의 실제 삶을 연상케 한다. 다만 원작 희곡에선 주인공이 사랑하는 남자마저 빼앗긴 후 가련하게 죽어간 데 비해 이번 공연에선 가부장적 사회의 속박에 저항하는 주인공의 주체성에 초점을 둘 예정이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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