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사초롱] 설득의 예열장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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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를 다니다 보면 팔짱끼고 해볼테면 해보라는 눈빛을 보내는 분들로 가득찰 때가 있다.
성공한 중소기업 경영자나 심사를 자주 다니는 교수들도 그중 하나다.
캐나다 맥길대의 마크 볼드윈 교수는 찡그린 16명 중 웃고 있는 1명의 얼굴을 찾는 실험과 꽃잎이 7개인 꽃 사이에 꽃잎이 5개인 꽃을 찾는 실험을 했다.
차분한 눈빛으로 존중을 표하고, 적절한 추임새로 경계를 허물고, 되묻기를 통해 화제를 확장시키고, 부드러운 미소나 파안대소로 공감을 전하고, 따뜻한 악수와 포옹으로 마무리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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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를 다니다 보면 팔짱끼고 해볼테면 해보라는 눈빛을 보내는 분들로 가득찰 때가 있다. 성공한 중소기업 경영자나 심사를 자주 다니는 교수들도 그중 하나다. 지금까지의 경험이 아집이나 맹신으로 변한 케이스로, 자기 확신이 강해 상대의 이야기를 듣기도 전에 시답지 않은 까닭이다. 이런 분들은 내용 전달 이전에 마음의 빗장부터 풀어줘야 한다. 부부라도 다르지 않다. 논리적으로 접근하다 살벌한 부부 싸움으로 번지는 경우를 종종 보았다. 조직도 마찬가지다. 형식적이고 근엄한 분위기부터 풀어줘야 진솔한 의견이 오가는 토론의 장이 마련된다.
운동선수가 워밍업을 통해 게임에 대비하듯 설득을 위한 예열장치 몇 가지를 소개한다(사실 기본이다. 하지만 지키고 있는지 자문해보라). 첫째는 미소다. 사람의 속마음은 말이 아니라 표정으로 드러난다. ‘웃어라, 모든 사람이 너와 함께 웃을 것이다’라는 영화 속 대사처럼 웃는 얼굴은 상대의 경계심을 무너뜨린다. 캐나다 맥길대의 마크 볼드윈 교수는 찡그린 16명 중 웃고 있는 1명의 얼굴을 찾는 실험과 꽃잎이 7개인 꽃 사이에 꽃잎이 5개인 꽃을 찾는 실험을 했다. 웃는 얼굴을 찾는 실험에서 피조사자들의 스트레스 수치가 더 낮게 나타났다. 텔레마케터들에게 웃는 모습을 보여주니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가 17%나 감소했고 판매액은 68%나 증가했다. 내 경우에도 환히 웃는 아이를 모델로 써서 실패한 광고는 거의 없다. 똑똑한 친구보다 환한 미소를 지닌 친구와 팀 과제를 하겠다는 학생들의 반응도 같은 이유다.
두 번째는 옷차림이다. 옷은 관계나 자리의 정체성을 대변한다. 때(time)와 장소(place), 상황(occasion)에 맞는 옷차림은 설득의 기본이다. 정장 차림의 의상이 낯선 사람의 복종을 유발시키는 데 평상복보다 효과적이라는 실험 결과가 있다. 정장 차림의 신사가 신호를 위반했을 때 그를 따라 무단 횡단을 감행한 보행자들의 수가 작업복 차림을 뒤따른 보행자들의 수보다 무려 3.5배를 넘었다. 백화점 매장에서 수염을 기르고 잘 씻지 않은 남자가 닳아빠진 청바지에 낡은 티셔츠를 입고 흥정을 하면 할인을 받을 확률이 떨어진다는 사실도 입증됐다. 반대라면 반대의 현상이 일어날 것이다.
세 번째는 리액션이다. 진행자 유재석이 발군의 활약을 보이며 장수하는 이유는 신동엽이 보여주는 재치나 임기응변, 김구라의 관찰력이나 순발력이 아니다. 상대가 말하는 내용과 흐름에 따라 적절하게 반응해 이야기를 끌어내며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능력이다. “음 그렇군요!” “맞아 어쩐지!” “그랬어요? 나는 왜 몰랐을까?”라며 북치는 고수의 장단처럼 추임새를 넣고 고개를 끄덕이고 박수를 치며 온몸으로 호응하면 도화선에 불이 붙듯 출연자의 마음이 열리고 입도 풀려 심중의 이야기가 실타래 풀리듯 흘러나오는 것이다. 차분한 눈빛으로 존중을 표하고, 적절한 추임새로 경계를 허물고, 되묻기를 통해 화제를 확장시키고, 부드러운 미소나 파안대소로 공감을 전하고, 따뜻한 악수와 포옹으로 마무리하면 된다.
미소와 옷차림, 리액션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이해타산을 따지지 않는 순수한 선의다. 평생 홍보 일을 한 선배에게 신뢰의 비결에 대해 물으니 비즈니스 파트너와 함께 목욕탕을 다닌 것이라고 밝혔다. 일을 떠나 가족이나 친구, 취향이나 고민 등의 이야기를 나누니 심리적 방어벽이 사라지고 인간적 유대감이 쌓였다고 했다. 콘도를 빌려 달라거나 병원을 알아봐 달라는 부탁을 받았을 때 자기 일처럼 최선을 다해 줬더니 더 큰 보답이 돌아왔다고 했다. 잊지 말라. 나그네의 외투를 벗기는 것은 찬바람이 아니라 따스한 햇볕이다.
김시래 (성균관대 겸임교수·미디어문화융합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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