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 고통 모른체…왜 도덕적 논쟁 없나" 美전직관리 일침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군사지원에 항의하며 최근 사임한 미국 국무부의 한 당국자 언론 기고문을 통해 미 정부를 비판했다. 그는 "미국의 지원이 민간인 피해 가능성에 대한 도덕적 논쟁이 생략된 채 속성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무부 정치군사국의 의회 및 대외 업무 담당 과장으로 재직하다 지난 18일 사표를 낸 조시 폴은 24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자신이 국무부를 떠난 이유를 밝힌 기고문을 냈다.
폴 전 과장은 10년 이상 국무부에서 외국 정부에 대한 무기 공급을 담당했다. 그는 "그 기간 나는 어디에 어떤 무기를 보낼지를 둘러싼 복잡하고 도덕적으로 도전적인 수많은 논쟁에 관여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달 이전까지는 복잡하고 도덕적으로 도전적인 무기 이전을 논쟁 없이 한 것을 본 적이 없었다"고 지적한 뒤 "그래서 나는 지난주 사임했다"고 썼다.
즉 이전까지는 무기 이전을 하면서 충분한 논의 과정이 있었으나 이번 이스라엘 군사 지원엔 그런 과정이 없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이스라엘 무기 지원, 어떤 논쟁도 없었다"
폴 전 과장은 이스라엘이 하마스의 기습 공격 후 미국에 즉시 쓸 탄약을 달라고 미국에 요구했을 때, 자신은 솔직한 논의를 촉구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상부에선 최대한 빨리 이스라엘의 요구에 부응해야 한다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폴 전 과장은 "미국이 인도적 우려와 파트너 국가의 요구 사이에서 긴장을 관리하는 것은 무기 이전 정책 추진 과정에서 표준적이고 건전한 부분이나 이스라엘에 대해서는 그와 관련한 논쟁을 하려는 의지가 결여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민간인 사상을 유발할 수 있는 대 이스라엘 공대지 탄약 제공의 위험에 대한 어떤 논쟁도 없었다"고 거듭 강조했다.
특히 이스라엘이 요구한 무기 지원엔 하마스와의 현재 분쟁과 무관한 다양한 무기들이 포함돼 있었기에 더욱 문제의식을 느꼈다고 폴 전 과장은 말했다.
그는 "오슬로협정(1993년) 이래 미국이 해온 대이스라엘 군사지원의 기본 전제는 '평화를 위한 안보'였지만 근래 미국의 지원은 중동 평화에 기여하지 않았다"고 일침을 놓았다.
폴 전 과장은 "미국은 이스라엘 무기 지원에 관해 토론을 진행하려는 의지가 없다. 이는 이스라엘의 안보를 보장하는 것이 아니다. 정치적인 이유 때문에 우리가 그간 추구해 온 가치를 포기하는 것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무기 지원을 하면서) 가자 지구 사람들의 고통을 모른 체하고 있다. 그건 내가 아는 국무부가 아니다. 그래서 나는 사임했다"고 덧붙였다.
하수영 기자 ha.su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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