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대로 추락한 잠재성장률, 한국경제 비전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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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9%·내년 1.7% OECD 예측, 줄곧 내리막길
구조개혁, 생산성 제고의 저성장 극복 플랜 마련을
한국이 1%대 잠재성장률 시대에 들어섰다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전망이 나왔다. OECD는 올해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1.9%, 내년은 1.7%로 추정했다. 잠재성장률은 한 나라의 경제가 물가 급등이나 경기 과열 없이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성장률이다. 경제의 기초체력을 의미한다.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2% 밑으로 떨어진 것은 처음이다. 더구나 내년엔 한국 경제 규모의 약 13배나 되는 세계 1위 경제 대국 미국의 잠재성장률(1.9%)보다 낮아진다. 2001년만 해도 우리의 잠재성장률은 5.4%였지만, 그 후 줄곧 내리막을 걸었다. 20년여 만에 3분의 1토막이 났다. 이렇게 경제의 기초체력이 무너지고 저성장이 고착하는 게 바로 위기다.
주된 이유는 빛의 속도로 진행 중인 저출산, 고령화다. 지난 2분기 합계 출산율은 0.7명으로 또다시 역대 최저치를 갈아치웠다. 국회 예산정책처 추계에 따르면 2040년 15세 미만 유소년 인구는 318만 명으로 2020년(632만 명)의 절반으로 쪼그라든다. 인구 절벽이 10~20년 안에 가시화한다는 예측이다. 또 다른 중대 이유는 낮은 생산성이다. 인구가 적어도 생산성이 높으면 경제가 성장하기 마련인데, 한국은 그렇지도 못하다. 이익집단의 반발과 정치권의 무능으로 노동·연금·교육 등 각종 구조개혁 작업은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개혁 부진은 그 자체로 저출산의 직접 원인이다. 미국의 경우 고용과 해고가 자유로운 유연한 노동시장을 통해 구조조정이 활발히 일어난다. 그 과정에서 새로운 일자리가 쉴 새 없이 생겨난다. 한국은 경직된 노동시장과 고질적인 기업 규제 때문에 양질의 일자리가 청년층이 원하는 만큼 생겨나질 않는다. 게다가 사교육비 부담과 노후 걱정이 얹어지면서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는 ‘축소 사회’가 진행되고 있다.
한국의 수출주도형 경제는 최근 곤경에 빠졌다. 미·중 패권 경쟁이 과열되고, 국제분쟁 지역이 늘어나면서 공급망이 교란되고 수출 시장이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중국과의 ‘디리스킹(derisking)’이 본격화하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이 약 4% 줄어들 것으로 추산했다. 중국 외에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국가가 한국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이처럼 한국 경제가 당면한 위기는 총체적이고 구조적이건만 정작 정부는 한국 경제의 비전과 위기 타개 방안을 확실히, 제대로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위기를 극복할 정책 슬로건이 없다. 대통령 말 한마디에 국가 미래가 걸린 연구개발(R&D) 예산을 싹둑 자르는 식의 상명하복 시스템으로는 안 된다. 치열한 구조개혁을 통한 국가 시스템 쇄신만이 저성장 탈출의 정공법이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심기일전해 국가 경제의 장기 전략을 근본적으로 고민해 국민에게 보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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