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톱 적응 끝냈다, 손흥민 시즌 7호골
“편안하게 뛰는데도 상대에게는 치명적이었다.”
영국 BBC는 24일 원톱 스트라이커로 완벽 적응한 ‘캡틴’ 손흥민(31·토트넘)에게 이런 찬사를 보냈다. 2015년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홋스퍼 입단 후 줄곧 왼쪽 측면 공격수로 뛰었던 손흥민은 올 시즌부터 ‘해결사’로 보직을 변경했다.
토트넘은 이날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9라운드 풀럼과의 홈경기에서 1골 1어시스트를 기록하며 펄펄 난 손흥민의 활약에 힘입어 2-0으로 완승을 거뒀다. 개막 9경기 무패(7승2무)를 질주한 토트넘(승점 23)은 디펜딩 챔피언 맨체스터시티(맨시티·승점 21)를 제치고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선발 출전한 손흥민은 전반 36분 히샤를리송(26)의 패스를 받아 페널티박스 정면에서 날카로운 오른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시즌 7호 골을 터뜨린 손흥민은 모하메드 살라(리버풀)와 함께 득점 공동 2위에 올랐다. 득점 선두인 ‘괴물 스트라이커’ 엘링 홀란(맨시티·9골)을 2골 차로 추격했다. EPL 통산 110번째 골을 넣은 손흥민은 또 잉글랜드 국가대표 공격수 출신 에밀 헤스키(은퇴)와 함께 리그 통산 득점 공동 26위가 됐다. 손흥민은 안방인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2019년 4월 개장)에서 50번째 골을 기록하는 겹경사까지 맞았다. 그는 후반 9분에는 제임스 매디슨(27)에게 결정적인 패스를 내주며 시즌 첫 어시스트도 올렸다. 경기 후 최우수선수(MOM)에 선정된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올 시즌 토트넘은 고전할 거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주포 해리 케인이 바이에른 뮌헨(독일)으로 이적한 데다 그를 대체할 만한 특급 스트라이커를 영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손흥민의 ‘스트라이커 본능’을 눈여겨봤던 엔제 포스테코글루(58·호주) 토트넘 신임 감독은 복안이 있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올 시즌 토트넘 지휘봉을 잡자마자 손흥민에게 주장을 맡기는 동시에 최전방 공격수로 기용하는 파격 전술을 짰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주도한 손흥민의 보직 변경은 ‘신의 한 수’가 됐다. 손흥민은 4라운드 번리전에서 해트트릭을 작성하며 토트넘의 새 해결사로 우뚝 섰다. 양 측면에서 중앙으로 드리블한 뒤 감아차는 중거리 슛이 전매 특허였던 손흥민은 올 시즌 7골을 모두 페널티박스 안에서 터뜨리며 스트라이커의 면모를 과시했다. 현재 페이스라면 2021~22시즌 EPL 득점왕(23골) 등극 당시 기록을 넘어설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손흥민은 그러면서도 특유의 ‘겸손 리더십’을 발휘해 동료들을 하나로 똘똘 뭉치게 만들었다. 손흥민은 특히 이번 시즌 새로 합류해 부주장을 맡은 매디슨을 새 공격 파트너로 삼았다. 팀 적응을 돕는 한편 그라운드에서 호흡을 맞추며 신뢰를 쌓았다. 매디슨은 손흥민이 득점하면 가장 먼저 달려와 ‘찰칵 세리머니’를 함께 한다. 손흥민은 매디슨의 골 세리머니인 다트를 던지는 동작을 따라 한다. 그 결과 손흥민(7골1도움)과 매디슨(3골5도움)은 나란히 공격 포인트 8개씩을 기록하며 팀 공격을 이끌고 있다. 한국 팬들은 ‘매디손 콤비’라는 애칭을 붙였다. 손흥민은 “매디슨 등 동료 선수들이 도와줘서 한결 쉽게 스트라이커 포지션을 소화하고 있다”면서 “팀에서 원하면 수비도 해야 한다. 팀이 원하는 역할에 충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개막 9경기 무패(7승2무·승점 23)를 이끈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EPL 역사상 데뷔 시즌 첫 9경기에서 가장 많은 승점을 올린 지도자가 됐다. 종전 기록은 거스 히딩크 전 첼시(2008~09시즌) 감독, 마이크 워커 전 노리치시티(1992~93시즌)감독이 기록한 승점 22였다.
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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