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 들어달라" 尹 미션 받은 한덕수, '우문현답' 나서나

김수현 2023. 10. 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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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순방 전 한덕수에게 "국민 목소리 들어달라" 당부
국정 지지율 위기 속 '국정 2인자' 총리 행정력 집중
'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 강조, 김황식 선례
'수도권 디데이 전략'에 자영업자·가정주부 민심 핵심
한덕수 국무총리가 24일 오후 농수산물 물가 점검을 위해 서울 마포구 마포농수산물시장을 찾아 김치 양념 전문 상점을 찾아 상인이 이야기 하는 현장 상황을 수첩에 적고 있다. ⓒ연합뉴스

한덕수 국무총리가 윤석열 대통령로부터 '현장 행정과 국민 소통 강화'를 중점 지시받은 데 이어 본격적인 민생 행보에 나서면서 시선을 모으고 있다. '여소야대' 정국을 헤쳐나갈 유일한 동력인 국민 지지가 절실한 상황에서 해법은 오직 '민생'이어서다. 총선까지 남은 160여 일 동안 현 정권이 분위기 반전의 발판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서 '국정 2인자'로서 민생 현안을 끌어안은 한 총리의 '역할론'이 주목받는 분위기다.

총리실은 윤 대통령의 '큰 그림'을 이어받아 '국정 2인자'로서 민생 현안을 본격적으로 살필 셈이다. 당장 24일 오후 일정으로 '마포농수산물시장 방문'을 추가로 공지한 한 총리는 시장을 찾아 배추·사과 등 최근 물가가 많이 오른 품목들을 살펴보고 온누리상품권으로 직접 구입했다.

한 총리는 "물가에 대한 국민의 우려를 잘 알고 있으며, 민생 물가 안정을 위해 총력을 다하겠다"며 "민생과 직결되는 품목들은 특별히 관리하고 있다"고 시장 상인들을 안심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선행해 열린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도 '민생'을 강조했다. 한 총리는 모두발언을 통해 "강조하고 싶은 것이 바로 현장 행정"이라며 "현장 행정은 컴퓨터 앞에 앉아 보고서를 통해 정책을 점검하고 입안하는 것이 아니라, 현장을 직접 찾아 국민의 생생한 삶을 직접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이라고 방점을 찍었다.

앞서 지난 21일 윤석열 대통령은 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 순방 출국 전 한덕수 총리에게 "내각 장관들도 현장에서 직접 국민의 절규와 생생한 목소리를 들어달라"고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19일에도 대통령실 참모들에게 "책상에만 앉아 있지 말고 국민의 민생 현장에 파고들어 살아있는 생생한 목소리를 직접 들으라"고 지시한 바 있다. 순방 기간 긴장감을 늦추지 말고 국정 관리에 임해줄 것을 지시한 셈이다.

윤 대통령의 당부의 배경으로는 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에 이어 최근 위기를 맞이한 국정 지지율이 꼽힌다. 한국갤럽이 지난 17∼19일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윤 대통령 직무수행 긍정평가는 30%에 그쳤다.

지역별 결과에선 수도권 위기론이 더욱 드러났다. 서울에서 긍정평가가 25%로 전국 평균을 밑돌았고 여권의 텃밭인 대구·경북에서도 부정평가(48%)가 긍정평가(45%)를 앞섰다. 여론조사와 관련해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24일 오후 서울 마포구 마포농수산물시장을 방문해 현장 물가를 점검하고 있다. ⓒ 연합뉴스

김수혜 총리비서실 대변인은 이날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마포농수산물시장 방문은) 원래 예정되어 있던 일정인데, 윤 대통령의 말에 따라 어느 정도 일정을 앞당긴 것은 맞다"고 말했다. 또 "앞으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한덕수 총리의 민생 행보와 관련해 정치권에서는 역대 총리 국정 운영 방식을 떠올리기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표적인 인물이 '관리형 총리'로 대표되는 김황식 전 총리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를 재도입한 이래 첫 번째 '최장수 총리'로 기록된 김 전 총리는 재임 기간 민생 현장을 수시로 누비며 국민의 고충을 살폈고, 비교적 무탈하게 임기를 마쳤다.

김 전 총리가 재직할 당시 총리실에는 '우문현답'이라는 말이 많았다. '어리석은 질문을 받고 현명하게 답한다'는 고사성어가 아닌, '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는 뜻이다. 이는 이명박 정권 말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이 박근혜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비대위를 세워 2012년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다짐목이 됐다는 분석이다.

여권 안팎에서는 내년 총선에 총력을 기울이는 '디데이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22대 총선을 160여 일 앞둔 상황에서 '수도권 민심'이 최종 의석 수를 결정짓는 핵심 요인인 만큼, 수도권 민생 현장에 모든 것을 쏟아부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난 두 차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수도권 지역에서 연속으로 많은 의석을 확보했던 만큼, 국민의힘이 보다 주의를 기울여야 할 지역 역시 수도권으로 꼽힌다.

윤 대통령은 4박 6일간의 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 순방을 마치고 오는 26일 귀국하는데, 여권에서는 윤 대통령도 사우디아라비아 및 카타르 순방 이후 민생 관련 일정을 기존보다 더 많이 잡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일관된 민생 돌아보기에 나서는 게 요지다. 수도권 지지율은 자영업자나 가정주부층의 민심이 중요한데, 해당 층은 지속적이고 집중된 활동이 영향을 준다"며 "국민의 생생한 삶을 직접 보고 듣고 느끼는 행보가 계속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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