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 정유·윤활유 다 좋은데…52주 최저가 경신 왜?
정유, 윤활유 등 주력 사업 분위기가 괜찮은데도 SK이노베이션 주가가 연일 하락세를 보이면서 주주 불만이 커지고 있다. 배터리 사업 적자에 발목이 잡혀 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다. 정유 사업으로 버는 돈을 배터리 사업에 쏟아붓는 구조라 자칫 SK이노베이션 사업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마저 나온다.
13만원대 중반까지 떨어져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 주가는 지난 10월 10일 장중 13만5800원으로 떨어져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7월 말 주가 20만원 선에서 30% 이상 빠졌다. 이후 14만~15만원대에서 횡보하는 양상이다.
SK이노베이션 주가가 하락세를 보이는 것은 배터리 자회사 SK온 실적이 부진한 영향이 크다. SK온은 올 상반기 적자가 4771억원에 달한다. 경쟁사인 LG에너지솔루션이 2분기에만 4606억원, 삼성SDI는 4502억원의 넉넉한 영업이익을 올린 것과 대비된다. SK온은 3분기에도 1000억원 넘는 적자를 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증권가 분석이다. SK온은 당초 지난해 하반기 중 영업이익 흑자전환을 목표로 했지만 흑자전환 시점은 갈수록 미뤄지고 있다.
SK온은 지난 1년간 외부에서 조달한 자금이 10조원이 넘지만 제대로 된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차입으로 투자금을 충당하면서 올 상반기 기준 이자비용만 2057억원으로 불어났다. 배터리 사업을 키우기 위한 투자 부담이 커지면서 SK이노베이션은 지난 6월 1조1400억원 규모 유상증자까지 단행했다. 그럼에도 워낙 돈 들어갈 곳이 많다 보니 SK온 실적이 반등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우려다. 글로벌 전기차 수요가 한풀 꺾이며 ‘피크아웃’ 우려가 커지는 점도 변수다. 김도현 SK증권 애널리스트는 “SK온 배터리 사업 주요 고객사인 포드, 폭스바겐 전기차 수요 부진으로 SK온 영업적자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주력 사업인 정유업 전망이 괜찮은 만큼, SK이노베이션은 작금의 상황을 더욱 아쉬워하는 모양새다. 중동 전쟁 확전 우려 속에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하루 130만배럴의 원유를 연말까지 감산한다고 밝히면서 국제유가는 연일 상승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6월까지만 해도 배럴당 60달러대였던 국제유가는 최근 90달러대로 치솟았다. 영국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12월물 가격은 10월 18일 기준 93달러까지 올랐다.
시장에서는 국제유가 급등에 정제마진까지 오르면서 SK이노베이션 정유 사업 이익이 점차 커질 것으로 내다본다. 덕분에 SK이노베이션이 2분기 1068억원 영업손실을 딛고 3분기에는 흑자전환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삼성증권은 SK이노베이션 3분기 영업이익을 컨센서스(증권가 전망치)보다 46% 높은 9397억원으로 내다봤다. 특히 정유 사업 영업이익이 5919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배터리 사업 부진을 정유 사업이 충분히 상쇄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이 보는 시각도 나쁘지 않다.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최근 SK이노베이션의 신용등급 전망을 ‘BBB- 네거티브(Negative)’로 확정했다. 종전에는 ‘BBB- 크레디트 워치 네거티브(Credit Watch Negative)’였다. ‘크레디트 워치’는 S&P가 90일 이내에 신용등급을 재평가하겠다는 의미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3월 처음으로 크레디트 워치를 받은 데 이어 6월에도 이를 유지하다 이번에 네거티브로 기존 등급을 회복했다. 신용평가사 무디스도 SK이노베이션의 신용등급 전망을 기존 ‘부정적’에서 ‘안정적’으로 상향 조정했다. SK이노베이션의 재무 구조 우려가 완화하며 국제 신용도가 회복세를 보인다는 평가다.
정유뿐 아니라 윤활유 부문도 사정이 나쁘지는 않다. 최근 윤활유 전문 회사인 SK이노 자회사 SK엔무브는 전기차 윤활유를 전면에 내세웠다. 전기차 윤활유는 전기차 모터를 냉각하고 기어의 마찰 저항을 줄여 전비(전기차 연료 효율)를 향상시키는 역할을 한다. 블룸버그뉴에너지파이낸스에 따르면 전기차용 윤활유 시장은 2040년 12조원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SK엔무브는 2040년 전기차용 윤활유 시장에서 ‘글로벌 톱티어’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SK엔무브는 데이터센터 등을 액침 냉각해 전력 효율을 높이는 ‘열관리(Thermal Management) 시장’에도 진출했다. 액침 냉각은 냉각유에 직접 제품을 침전시켜 냉각하는 차세대 열관리 기술이다. 데이터센터의 경우 공랭식(공기를 이용한 냉각 방식) 대비 총 전력 효율을 약 30% 이상 개선할 수 있다. 여세를 몰아 에너지저장장치(ESS)나 전기차 배터리를 액침 냉각하는 기술도 개발 중이다. 덕분에 SK엔무브는 상반기 SK이노베이션 자회사 중 가장 높은 영업이익(5201억원)을 기록했다.
생산능력 늘지만 재무 부담 커져
SK이노베이션의 정유, 윤활유 사업 분위기가 나쁘지 않지만 역시 변수는 전기차 배터리다.
비록 적자에 시달리지만 SK온의 배터리 생산 볼륨이 갈수록 늘어나는 점은 눈길을 끈다. 올 2분기 기준 SK온 중대형 배터리 연간 최대 생산능력은 71.8GWh다. 전년 동기(42.3GWh) 대비 70%가량 증가했다. 공장 평균 가동률도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2분기 기준 공장 평균 가동률은 97.6%로 지난해 말(86.8%) 대비 10%포인트 넘게 올랐다. 이미 가동 중인 국내 서산 공장과 헝가리, 중국 공장에 이어 미국 조지아 1공장이 2021년 3분기, 2공장이 지난해 3분기부터 가동에 돌입한 영향이 크다. SK온 수주 잔고는 2021년 130조원에서 2022년 220조원, 올해 290조원으로 급증할 전망이다.
물론 무작정 수주만 늘린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SK온은 오랜 기간 수율 부진에 시달려왔다. 수율은 생산품 대비 완성품 비중을 의미한다. 수율 90%라면 생산품 10개 중 9개가 정상, 1개는 불량이라는 의미다. 보통 배터리 생산 공장은 가동 초기 수율이 70~80% 수준인데 90%가 넘으면 안정화 단계에 도달한 것으로 평가한다.
안정 단계에 접어든 한국, 중국 공장과 달리 미국 공장은 수율이 낮아 어려움을 겪어왔지만 최근 90% 수준으로 올라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황성현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SK온은 미국 배터리 공장에서 스마트팩토리를 도입해 대부분 공정을 자동화한 상태다. 적자 원인이던 생산 수율도 90%를 돌파해 흑자전환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배티리업계는 SK가 올 4분기 첫 영업 흑자를 낼지 주목하는 모습이다. 삼성증권은 4분기 SK온 영업이익이 280억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2분기 비록 손실을 냈지만 매출은 3조6961억원으로 SK온이 출범한 2021년 4분기 이후 분기 최대치를 기록했다. 재계 관계자는 “SK온이 향후 기업공개(IPO)를 통해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고 공격적인 증설에 나설 경우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지가 관전 포인트”라고 분석했다.
배터리 사업이 안정 궤도에 올라서는 한편 기존 사업과 신사업이 조화를 이룰 경우 주가도 다시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조현렬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전기차 수요 부진, 악화된 재무 구조 우려를 감안해도 SK이노베이션 주가는 과매도 국면이다. 3분기 이후 실적이 시장 기대치를 웃돌 것”이라고 분석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31호 (2023.10.25~2023.10.3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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