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려난 하마스 인질 "거미줄 같은 터널 목격, 상상 못한 지옥"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에 인질로 붙잡혔다가 풀려난 이스라엘 여성 요체베드 리프시츠(85)가 24일(현지시간) 취재진을 만나 “상상도 할 수 없는 지옥을 경험했다”고 말했다고 영국 BBC가 전했다.
매체에 따르면 리프시츠는 이날 자신이 입원해 있는 텔아비브의 한 병원 앞에서 휠체어를 타고 나와 기자회견을 했다. 그는 하마스의 급습이 있었던 지난 7일 가자지구 인근의 니르 오즈 키부츠에서 하마스 대원들에게 납치당했다가 전날 또 다른 이스라엘 여성 누리트 쿠퍼(79)와 함께 풀려났다. 영국 런던에서 건너온 리프시츠의 딸이 그의 히브리어를 영어로 통역했다.
리프시츠는 “하마스가 나를 오토바이로 납치했다. 어린이나 노인이나 차이가 없었다”면서 “갈비뼈에 압력이 가해져 숨을 쉬기가 어려웠는데, 그들은 나와 다른 인질들을 막대기로 때리기도 했다”고 증언했다. 하마스 대원들은 이동 과정에서 그의 시계와 보석도 빼앗았다.
리프시츠는 가자지구 내에 “거대한 네트워크로 된 거미줄 터널”을 목격했다고 증언했다. “우리는 터널로 들어갔다. 부드럽고 젖은 땅을 몇 킬로미터 걸었다”면서다. 그에 따르면 리프시츠는 다른 인질 24명과 함께 지하터널로 진입했고, 인질들은 다시 5명씩 나뉘어 하마스 대원들의 감시를 받았다. 앞서 외신들은 하마스가 인질들을 쉽게 찾을 수 없도록 ‘메트로’라고 불리는 가자지구의 지하터널로 데려갔을 것이란 관측을 제기했다.
터널로 들어간 뒤엔 하마스 대원들이 섬세하게 인질들을 돌봤다고 한다. 리프시츠는 “그들은 여성 위생용품을 비롯해 세부적인 모든 걸 제공했다. 2~3일에 한 번씩은 의사가 왔고, 맞는 약이 없으면 다른 약을 처방해줬다”면서 “음식으로는 흰 치즈와 오이를 줬고, 그들도 같은 걸 먹었다”고 말했다.
리프시츠의 남편 오데드 리프시츠는 아직 인질로 붙잡혀 있는 상태다. 그는 수년간 팔레스타인 인권을 위해 활동해 온 기자라고 가족들은 말했다. 아내 리프시츠는 기자회견에서 “모두가 돌아올 때까지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하마스는 지금까지 미국 시민 2명을 비롯해 4명의 인질을 석방했다. 총 220명이 넘는 인질을 조금씩 푸는 ‘살라미 석방’으로 최대한 이스라엘군의 지상 침투를 지연시키는 모양새다.
이스라엘 방위군(IDF)은 그러나 “전쟁의 다음 단계를 위한 준비를 마쳤다”는 입장을 밝혔다. IDF의 다니엘 하가리 대변인은 로이터통신에 “군은 전쟁의 다음 단계를 위한 준비가 됐고, 결심됐다”면서 “정치적 지시를 기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 몇 주 동안 전투가 벌어질 것으로 예상한다”라고도 했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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