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차전지 특허출원 16%↑…우선심사 도입 빨라진다
“이차전지 우선심사를 앞두고 행정안전부와 심사관 인력 확충에 대해 협의 중입니다. 조만간 구체적인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합니다.”
24일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과 한국배터리산업협회 주관으로 제주 메종글래드에서 열린 ‘2023 K-배터리 R&D 포럼’에서 좌승관 특허청 유기화학심사과장은 “‘이차전지 우선심사 제도를 당장 도입하겠다’고 명확하게 말씀드리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좌 과장은 이날 ‘이차전지 산업 특허 우선심사 제도’를 주제로 한 강연에서 “이차전지는 특허 출원 증가율이 가장 높은 분야”라며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3년간 전체 특허출원 건수가 연평균 2.4% 증가하는 동안 이차전지 분야 특허출원은 연평균 16.3% 늘었다”고 했다.
그는 “출원량이 계속 늘고 있는 이차전지 분야를 우선심사 대상에 포함하면 전체 심사인력 가운데 상당수가 우선심사 쪽으로 이동해야 한다”며 “나머지 일반심사 처리 기간이 늘어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문제의 해결책은 인력 충원”이라고 강조했다. 출원량이 늘면서 특허청 심사관 1명당 처리 건수도 최근 들어 증가하는 추세다. 올해 1~8월 특허청 심사관 1명이 처리한 특허 심사는 184건으로, 지난 4년간 한 해 처리한 연평균 건수 195건과 맞먹는다.
특허 심사는 빠른심사(우선심사), 일반심사, 늦은심사(심사유예) 등 세 가지로 나뉜다. 출원 신청 건수 가운데 일반심사가 80%로 가장 많고 우선심사가 18~20%, 심사유예는 1%가 채 되지 않는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4월 ‘이차전지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국가전략회의’에서 “이차전지는 안보 전략자산 핵심”이라며 “정부가 초격차 유지를 위해 확실하게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반도체에 이어 이차전지도 범정부적 지원의 필요성을 공식적으로 알린 것이다. 이인실 특허청장도 지난 6월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남은 임기 동안 이차전지 분야에 우선심사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3사는 같은 달 특허청에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빠른 특허권 확보 중요성 강조하며 배터리 분야에도 우선심사제도 필요하다고 건의하기도 했다.
좌 과장은 “이차전지는 반도체보다 더 쉽게 우선심사 제도로 편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11월 1일자로 시행된 우선심사의 대상에 관한 특허법 시행령 제9조 2의 3은 “반도체 등 국민경제 및 국가경쟁력 강화에 중요한 첨단기술과 관련된 특허출원(특허청장이 우선심사의 구체적인 대상과 신청 기간을 정하여 공고하는 특허출원으로 한정한다)”이라고 명시했다. 좌 과장은 “주목할 것은 ‘반도체 등’이라고 표현된 부분”이라며 “반도체뿐만 아니라 이차전지도 포함할 가능성이 이미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괄호 내용을 언급하며 “특허청장이 공고한 대상은 현재 반도체밖에 없지만, 추후 이차전지 역시 특허청장이 공고하면 우선심사 대상에 들어간다”고 했다. 이어 “권고까지 프로세스를 모두 거치면 한 달 정도 걸린다”며 “적어도 4~5개월 걸리는 시행령 개정보다 빠르다”고 했다. 이미 시행령 개정은 됐으니, 인력 확충 등 특허청 내부 준비를 마친 후 개정안대로 특허청장이 공고하면 한 달이라는 짧은 시간 내에 시행 가능하다는 것이다.
좌 과장은 이차전지 우선심사 시 반도체와 비슷한 과정을 밟을 것이라면서 반도체 우선심사 신청 기준에 대해 언급했다. 반도체 분야에서 우선심사를 신청하려면 크게 두 가지 조건을 만족시켜야 한다. 하나는 ‘특허청에서 분류하는 반도체 관련 특허분류(CPC)에 포함’돼야 하고 또 하나는 ‘반도체 관련 제품 장치 등을 국내에서 생산하거나 생산준비 중인 기업의 출하 또는 반도체 기술 관련 국가연구개발사업의 결과물에 관한 출원’이다. 이 조건은 반도체 우선심사 제도 시행일부터 오는 31일까지 1년간 우선심사 신청된 출원에 적용하며, 한시적 시행 후 연장 여부를 검토한다.
좌 과장은 “지난 1년 동안 CPC를 충족시켜야 한다는 점에서 운영상 애로가 있었다”며 “앞으로는 CPC 충족 조건은 빠지고 반도체 기술과 관련된 특허출원과 두 번째 조건을 조합해 우선심사 대상 기준으로 삼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만큼 출원하는 기업 입장에서 자유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제주=최서윤 기자 s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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