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순 아닌 北침투였다면 뚫렸다" 비판에, 軍이 내놓은 반박
북한 주민 4명이 목선을 타고 동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와 귀순 의사를 밝혀 정부가 조사에 착수한 가운데 군 당국의 경계태세가 도마에 올랐다. 어민 신고 후 이들에게 접근한 점이 2019년 북한 목선의 삼척항 입항 사건을 연상케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군 당국은 이번엔 해당 목선을 사전에 포착해 정상적인 작전에 따라 신병을 확보했다는 입장이다.
━
軍 "오전 5시 30분쯤 이상 물체 포착해 8시쯤 접근"
24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군은 이날 오전 4시 이전부터 동해 NLL 이북 해상에서 특이징후가 있어 해군 초계기와 함정이 투입해 작전을 실시했다. 이후 오전 5시 30분쯤 육군 레이더를 통해 뭍에서 10해리(약 18㎞) 떨어진 지점에 선박으로 의심되는 점이 최초 포착됐다. NLL에서 남쪽으로 약 40∼50㎞ 떨어진 지점이었다.
육군은 먼 바다에서 느리게 남서쪽으로 이동하던 해당 점을 오전 6시 30분쯤부터는 열상감시장치(TOD)로 집중 감시에 들어갔다. 이후 6시 59분쯤 TOD로 이 물체가 선박 형태를 띠고 있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오전 7시 10분쯤 조업 중이던 어민으로부터 '이상한 배가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고, 군 당국은 이 배를 자체 추적 중인 물체와 동일한 표적으로 확인했다. 이후 오전 8시쯤 속초 동북방 약 11㎞ 지점에 떠있던 목선에 해경 순찰정과 해군 고속정이 차례로 접근한 뒤 각각 해당 목선과 북한 주민을 옮겼다. 군 관계자는 "북한군의 움직임이 탈북하는 목선을 추적하는 것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포착부터 접근까지 2시간 30분 소요…경계태세 ‘구멍’ 논란
겉보기엔 무리 없이 작전이 이뤄진 것처럼 보이지만 최초 포착 후 목선에 접촉하기까지 약 2시간 30분이나 소요돼 일각에선 경계태세에 빈틈이 생긴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해군 출신인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귀순 어선이 아니라 침투였다면 지금쯤 이미 동해 주요시설 한 군데는 뚫렸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이 육상, 공중은 물론 해상으로 이스라엘에 침투한 하마스처럼 도발에 나설 경우 제대로 된 대응이 어렵지 않겠느냐는 의미다.
이날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의 해군본부 국정감사에서도 질타가 쏟아졌다.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해군에서 NLL 넘어 40∼50㎞까지 오기 전에 포착하고 작전해야 했는데 주민신고 후 작전 시작은 경계작전의 실패로 추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군 당국은 해당 목선이 정확히 언제, 어느 경로로 NLL을 넘었는지도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軍 "레이더로 탐지해 표적 번호까지 부여"
이에 군 당국은 적극 해명에 나섰다. 합참 관계자는 "레이더에 포착되는 수많은 점 중 미세한 표적 하나하나에 출동하는 건 물리적으로 힘들다"며 "그렇기 때문에 계속 추적한 뒤 특이점을 발견해 출동한 것"이라고 말했다.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레이더에서 이상 물체를 성공적으로 탐지해냈고 탐색까지 작전을 펼쳤다는 것이다. 또 다른 군 관계자는 "이번처럼 먼 바다에서 목선이 돌아서 들어오면 레이더에서 식별해내는 것 자체가 굉장히 까다롭다"며 "400㎞가 넘는 점도 동해 NLL 길이도 경계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한정된 군·경 자원으로 방대한 지역을 경계해야 되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북한 역시 이런 허점을 노린 침투에 언제든 나설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019년 6월 북한 주민이 목선을 타고 삼척항에 스스로 입항한 사건도 재소환됐다. 결과적으로 이번에도 민간 어선 신고 이후 목선 접촉이 이뤄지는 등 본격적인 작전 조치가 취해졌기 때문이다. 군 관계자는 "해당 선박이 매우 작은 데다 위협의 정도가 떨어진다고 판단해 연안으로 접근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고속정을 출동시키기로 계획해놓은 상태였다"며 "어민 신고로 작전을 시작한 건 아니다"고 말했다. 오전 7시 3분 추가적인 현장 근접 확인을 위해 이 선박에 자체 표적 번호를 부여했고 함정 긴급출항 등으로 현장을 확인하던 중 어민 신고 내용을 듣게 됐다는 게 합참의 설명이다. 이번에 넘어온 목선은 7.5m 길이로 2019년 삼척항에 입항한 10m 길이 목선보다 작다고 한다. 해당 목선을 추적·감시하는 과정에서 육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감시태세를 격상하고 위기조치반을 운영했다.
군, 경찰, 정보당국, 통일부 등으로 구성된 정부합동정보조사팀은 이날 넘어온 북한 주민 4명의 신원과 귀순 의사의 진정성 여부 등을 놓고 신문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 구성원이 일가족인지 등에 대해 통일부는 "확인해주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통상적으로 관계 당국은 북한에 남은 가족의 신변 안전을 고려해 귀순자의 개인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다.
해상을 통한 귀순은 지난 5월 이후 약 5개월 만이다. 당시 10명 미만으로 이뤄진 가족 단위 북한 주민들은 어선으로 서해 NLL을 넘었다. 동해를 통한 귀순은 2019년 11월 선박 살해 혐의를 받고 강제 북송된 2명 이후 4년 만이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세월호 그날 청와대 왜 갔나…朴이 밝힌 '최순실 미스터리' [박근혜 회고록] | 중앙일보
- '녹색 왕자'의 배신…하마스 장남이 이스라엘 스파이된 까닭 | 중앙일보
- "오은영 육아 솔루션 틀렸다"…'삐뽀삐뽀 119' 쓴 의사 일침 | 중앙일보
- 강제추행 재판 중 또 성범죄 저지른 아이돌 "모두 인정한다" | 중앙일보
- 블랙핑크 지수·안보현, 결별 인정...공개 연애 두 달 만 | 중앙일보
- 요격 미사일 놔두고 “K9 급구”…우크라전 이후 벌어진 현상 | 중앙일보
- '파리 월세 108만원' 하녀 방이었다…부부 인생 뒤바꾼 이유 | 중앙일보
- "어묵 국물 어디 담지"…한달뒤 종이컵 쓰면 '과태료 300만원' | 중앙일보
- 35년전 여행가방 속 신원미상 변사체, 26세 한인 여성이었다 | 중앙일보
- 남현희 재혼 상대 "승마 선수 출신"…승마협회는 "확인 불가"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