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에 5천 명이 모이다니... 눈물이 날 뻔했다

강제윤 2023. 10. 24.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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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관기] 신안에서 열린 '대한민국 문화의 달' 행사... '변방의 문화' 주류로, 기획 인상적

[강제윤 기자]

 자은도에서 열린 대한민국 문화의 달 행사 기념식장에 무려 5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였다.
ⓒ 강제윤
 
▲ 100+4 피아노 오케스트라, 신안 '대한민국 문화의달' 개막식 '2023 대한민국 문화의 달' 행사 개막식이 10월 21일 오후 전라남도 신안군 자은도 뮤지엄파크 특설무대에서 열렸다. ⓒ 소중한

섬이 이렇게 많은 사람으로 붐비는 것을 다시 보다니! 감격스러워 눈물이 날 뻔했다. 행사 때문에 빚어진 일시적인 현상이긴 하지만 다시 섬이 융성할 수도 있겠다는 희망이 생겼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신안군이 주최한 '대한민국 문화의 달' 행사 덕이었다.

문화의 달 행사가 열린 신안군 자은도만 해도 1970년대 2만명이 살았는데 현재 거주자는 2200명에 불과하다. 10분의 1로 줄었다. 1970년 16만 6555명이던 신안군 전체 인구도 1992년 7만 5825명으로 줄더니, 2022년 10월 기준으로 고작 3만 8110명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유인도 수도 급격히 줄어들었다. 1980년 987개였던 유인도가 지금은 463개에 불과하다. 40년 새 절반이 넘는 524개의 유인도가 사라져 버린 것이다. 유인도들이 사라지고 섬에 사는 사람들이 줄어들면서 그야말로 섬사람들 자체가 '멸종 위기종'이 되고 말았다.

섬 인구의 두 배가 모여... 압해도 초등학생 공연 압권 
 
 21일 오후 전라남도 신안군 자은도 뮤지엄파크 특설무대에서 '2023 대한민국 문화의 달' 행사 개막식이 열리고 있다.
ⓒ 신안군
 
 21일 오후 전라남도 신안군 자은도 뮤지엄파크 특설무대에서 '2023 대한민국 문화의 달' 행사, 임동창 예술감독 연출의 '피아노 104대 공연'
ⓒ 강제윤
 
그런데 자은도에서 열린 대한민국 문화의 달 행사 기념식장에 무려 5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였다. 자은도 인구의 2배가 넘는 인원이었다. 한류 스타 공연도 아니고 지금까지 섬에서 5000명이나 모인 행사가 있었던가? 대한민국 섬 역사상 최초일 것이다.

이 관객만으로도 행사는 100배 성공한 것이다. 행사 기획을 잘한 덕이다.

'2023 대한민국 문화의 달' 행사는 '섬, 대한민국의 문화다양성의 보고 -1004섬 예술로 날다!'를 주제로 열렸다. 10월 21일부터 22일까지 이틀간 자은도 뮤지엄파크 일대에서 열린 행사 기간 중 나그네는 마침 EBS <한국기행-백섬백길> 특집 방송 자은도 편 촬영 차 자은도에 있었고 그 덕에 본행사 뿐만 아니라 부대행사까지 모든 행사를 다 감상할 수 있었다.
 
 '경호 할아버지 이야기'라는 노래극을 공연중인 압해도 초등학생들의 모습.
ⓒ 강제윤
 
1004 뮤지엄파크에서 열린, 임동창 예술감독 연출의 '피아노 104대 공연'과 대금 연주자 이생강 선생을 비롯한 명인들의 연주들도 장엄했지만, 무엇보다 '사람 살린 흑산도 고래 이야기'를 '경호 할아버지 이야기'라는 노래극으로 풀어낸 압해도 초등학생들의 공연은 압권이었다. 

바람이 거세게 불어 날씨가 추운데도 야외 공연장을 끝까지 지킨 관객이 3000명 이상이었던 것은 공연의 진정성 때문이었다. 지역 문화 행사라면서 정작 지역의 문화는 담지 못하고 지역 예술인도 배제한 채 아이돌이나 트로트 가수, 외국의 유명 음악가나 초청해 공연하는 경우가 많다. 그것이 어찌 지역문화 행사이겠는가? 지역에서 열리는 문화 행사는 지역성을 담아야 한다. 소멸해가는 지역의 문화 예술을 되살리고 전승하는 행사여야 한다.

그런 점에서 신안 섬들의 이야기를 발굴해 노래극으로 만든 것은 대한민국 문화의 달 행사에 부합한 기획이었다. 나에게 낯설고 세련되지 못했다고 공연의 수준이 낮은 것은 아니다. 익숙하지 않은 것뿐이다. 현재의 모든 주류 예술은 변방에서 시작됐다. 이번 신안군 문화의 달 행사 공연은 변방의 문화가 주류가 될 수 있음을 입증한 기획이었다.

둔장 마을 미술관 노순택 사진전, 섬 사람들 생애사 기록 
 
 '2023 대한민국 문화의 달' 행사의 일환으로 둔장 마을 미술관에서 열린 노순택 사진가의 신안 섬사람들 생애사 기록과 사람 사진전
ⓒ 강제윤
 
'섬이 더이상 문화의 불모지가 아니라 숨겨진 보물들이 묻혀있는 문화의 금광'이란 사실을 일깨워준 멋진 문화의 달 행사였다. 문화예술의 힘으로 섬에 사람들이 북적이게 만들 수 있음을 입증한 행사이기도 했다. 부대 행사로 열린 세계 김밥페스타도 좋았고 하물며 푸드트럭의 음식들도 다 맛있었다.

둔장 마을 미술관에서 열린 노순택 사진가의 신안 섬사람들 생애사 기록과 사람 사진전도 탁월했다. 섬마을 작은 미술관에서 마주한 감동이 아직도 생생하다. 자은도에서 섬의 문화 예술과 함께한 모든 날이 다 좋았다.

강풍이 부는 섬마을 야외 공연장에서 이처럼 큰 행사를 준비하느라 관계자들의 노고와 노심초사가 얼마나 많았을지 짐작한다. 섬의 부흥을 위해 뼈와 영혼을 갈아넣은 신안군 관계자들의 노고에 경의를 표한다.
 
 '2023 대한민국 문화의 달' 행사가 개막한 21일 오후 전라남도 신안군 자은도 뮤지엄파크 주무대 일원에서 농수특산물 홍보를 위한 '제1회 신안 김밥 페스타'가 열리고 있다.
ⓒ 안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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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필자는 섬연구소 소장입니다. 섬연구소는 대한민국 섬둘레길 <백섬백길> https://100seom.com 운영합니다. 위 글은 필자의 SNS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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