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스리 마하스리' 1200년 된 '부적'…수구다라니경 첫 공개
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쯤 읊어봤을 '수리수리 마수리' 주문은 불교 경전 천수경에서 유래했다. 천수경에 따르면 '스리 스리 마하스리 수스리 스바하'라고 세 번 외치면 입으로 지은 죄를 씻어낼 수 있다. 이런 주문(부처의 말씀)과 이 주문을 적은 종이를 '다라니'라고 부른다. 한반도에서는 불교가 전해진 삼국시대부터 다라니를 부적처럼 몸에 지니고 다니는 풍습이 생겼다. 다라니 중에서도 ‘수구즉득다라니’(隨求卽得陀羅尼)라고도 불린 ‘수구다라니’는 말 그대로 외우는 즉시 바라는 바를 얻을 수 있다고 여겨져 널리 유행했다.
통일신라 시대의 부적, '수구다라니'가 24일 공개됐다. 그동안 고려·조선 시대의 다라니가 공개된 적은 있지만, 그보다 앞선 통일신라(8~9세기) 시기에 만들어진 다라니가 공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명희 국립경주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이번에 공개하는 다라니는 국내에 존재하는 다라니 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이 시기에 만들어진 다라니는 세계적으로도 20여점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일제강점기였던 1919년 조선총독부가 유물을 입수했을 당시에는 이 다라니의 존재가 알려지지 않았다. 국립중앙박물관 건립 후 수장고에 보관됐다가 2020년 경주 남산을 주제로 한 학술대회에서 그 존재가 알려지면서 본격적인 보존 처리와 복원이 이뤄졌다.
24일 경주박물관이 공개한 다라니는 두 점이다. 1200년의 세월을 거치며 상당 부분이 소실됐지만 남겨진 그림과 글자는 비교적 선명했다. 가장자리에는 연꽃과 화병, 검, 칼, 금강저(金剛杵·불교 의식에서 쓰는 용구), 소라 나팔 등을 그려 넣고 그 안쪽에 부처의 말씀을 빼곡히 적어넣었다. 두 점의 다라니에는 각각 2000여 개의 글자가 쓰여있다. 금강저를 든 금강신의 모습도 상체 일부가 사라진 채로 중앙에 자리 잡고 있다. 가장자리에 연꽃을 그리고 중앙에 금강신을 그린 뒤 부처의 말씀을 담은 글자로 금강신을 둘러싸는 방식은 경전에 전해져 내려오는 다라니 제작 지침을 그대로 따른 것이다.
다라니는 인도 고대언어인 산스크리트어로 쓰인 다라니와 한자로 쓰인 다라니가 여러 번 접힌 채 포개져 붙어있는 형태로 발견됐다. 경주박물관은 2020년부터 3년에 걸쳐 배접된 다라니 두 점을 분리해 복원했다. 두 점의 다라니는 모두 가로·세로가 약 30cm 크기의 정사각형 형태다. 닥종이 한지에 먹으로 썼다. 신 연구사는 "분석 결과, 다라니를 쓴 종이가 닥나무로 만든 한지로 분석돼 우리나라에서 쓴 다라니로 입증됐다"며 "국내에서 발견된 판본 중 가장 이른 시기에 제작한 필사본"이라고 설명했다.
종이 다라니가 이토록 오랜 세월을 버틸 수 있었던 건 금동함에 담겨있었기 때문이다. 다라니를 몸에 지니고 다니는 풍습이 유행하며 점차 다라니를 함에 담아 탑·불상·무덤에 넣어두는 등 다양한 보관법이 파생됐다는 것이 경주박물관의 설명이다.
다라니가 담겨있던 금동 경합은 뚜껑이 위로 열리는 형태로 가로 8.8cm, 세로 6.2cm, 높이 3.9cm다. 식물 장식인 보상화 무늬와 불법을 수호하는 신장(神將)의 모습이 표면에 정교하게 새겨져 있다. 통일신라 시대인 8∼9세기에 제작된 기존 금동 합, 사리 용기 등과 제작 방식이나 기법이 유사하다.
다라니 두 점과 경합을 볼 수 있는 국립경주박물관 특별전 '수구다라니, 아주 오래된 비밀의 부적'은 총 3부로 구성됐다. 1부에서는 다라니의 기원과 쓰임을 설명한 자료들이 전시된다. 2부 전시실에서 다라니 두 점과 금동 경합을 볼 수 있다. 3부는 불교 경전에서 다라니 제작 방식이 설명된 부분을 발췌해 손으로 만져볼 수 있도록 했다. 아이를 바라는 다라니, 진리를 구하는 다라니, 비가 오거나 그치기를 바라는 다라니, 훌륭한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 다라니, 이렇게 4개의 다라니를 QR코드를 통해 휴대폰에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멀티미디어 코너도 마련됐다. 특별전은 24일부터 내년 1월 28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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