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윤 “혁신위, 친윤만으론 망한다…이준석·유승민계도 넣어라"
국민의힘이 인요한 연세대 의대 교수를 혁신위원장으로 임명한 가운데, 당내에선 혁신위의 역할과 활동 범위를 두고 이견이 나오고 있다. 김기현 대표는 “혁신위는 전권을 갖고 자율적·독립적 판단을 하게 될 것”이라 했지만, 인 위원장도 “솔직히 권한이 정확하게 어디까지인지 모르겠다”는 상황이다.
당장 당내 관심사는 혁신위원 구성이다. 인 위원장은 임명 이틀 차인 24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비공개로 3시간가량 인선 작업을 했다. 그는 당사에 들어서기 직전 기자들과 만나 “당과 대한민국의 기초를 다지기 위해 이번에 다 바뀌어야 한다”며 혁신위원 인선은 “목요일까지 마무리하겠다”고 했다.
당 지도부 인사는 “혁신위 인사는 인 위원장이 자율적으로 하기로 약속했다”며 “다만, 인 위원장이 당 상황과 인물을 잘 모를 수 있으므로, 당이 보조적으로 추천하거나 검증을 도울 수 있다”고 했다. 혁신위원은 전례에 비춰보면 통상 7~11명으로 구성된다. 내과 전문의인 박은식(39) 호남대안포럼 공동대표가 혁신위원 중 한명으로 유력하다.
비윤계인 하태경 의원은 이날 채널A 인터뷰에서 인선과 관련해 “통합을 위해 당내 다른 목소리를 내는 이준석(전 대표)계, 유승민(전 의원)계를 각각 한 사람씩 넣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른 비윤계 의원도 “친윤·영남 등 주류로 혁신위원을 채우면, 혁신위는 존재 이유가 없다”고 했다. 이 부분에 있어선 인 위원장도 전날 “모두 다 내려놓고 하려고 한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궁극적으로 가장 큰 관심사는 공천이다. 윤희숙 전 의원은 SBS라디오에서 “혁신위가 대표나 용산(대통령실)이 무시할 수 없는 합리적이고 단호한 룰을 내밀어야 한다”며 “안 받을 수 없는 안을 내는 게 인 위원장의 미션”이라고 말했다. 지도부인 장예찬 청년 최고위원도 일단 YTN 라디오에서 “혁신위가 합리적인 공천 룰도 제시해준다면 지도부로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다만 “혁신위가 공천룰을 건드리는 건 말이 안 된다”는 분위기도 있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공천 관련 사무는 추후 출범할 공천관리위원회의 소관”이라며 “혁신위도 혁신위가 해야 하는 역할을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지도부 인사 역시 “공천 관련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지만, 공천에 관여하려 들면 엄청난 혼란이 올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과 합당을 앞둔 시대전환의 조정훈 의원은 CBS 라디오에서 “혁신위를 구성하고 첫 번째 일성이 공천 룰이면 국민의힘은 쪼개질 것”이라며 “분위기를 반전하기 전에 공천 룰을 이야기하는 것은 너무 빠르다”고 말했다. 박정하 수석대변인도 전날 기자들과 만나 “혁신과 공천은 구분해야 맞지 않나(라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라고 했다.
혁신위가 받았다는 ‘전권’의 개념 자체도 애매하다. 인 위원장이 임명 당일 “변화하고 희생할 각오로 많은 사람이 내려와야 한다”며 주류의 희생을 강조하긴 했으나, 당 지도부가 혁신위 안을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지난해 국민의힘 ‘최재형 혁신위’나 지난 8월 더불어민주당 ‘김은경 혁신위’의 혁신안도 결국 빛을 보지 못했다.
인 위원장이 당 사정에 밝지 못하다는 점과 연말 공관위가 출범하기 전까지 활동 기간이 3개월에 불과하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인 위원장이 당 사정을 파악하는 데에만 하세월일 것”이라며 “그런 분이 당의 가장 큰 환부인 수직적 당·정 관계에 메스를 제대로 들이댈 수 있겠느냐”고 했다. 인 위원장이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과 가깝다는 말이 당 내에서 도는 것도 마찬가지 맥락이다.
김성수(정치외교학) 한양대 교수는 “인요한 혁신위는 상징과 이미지 면에서는 긍정적 평가를 받을 수 있겠지만, 실질적인 역할론에서도 좋은 선택인지는 미지수”라며 “뻔한 얘기지만, 성패는 결국 대통령실에 달려있다. 인요한 혁신위가 내놓은 안에 대통령실이 호응하느냐가 관건일 것”이라고 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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