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자 해봤어?"…정의선, 중동에서 '정주영 신화' 다시 쓴다

김수민 2023. 10. 24.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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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이 전기차와 수소 등 첨단 산업을 앞세워 ‘중동 신화’ 재현에 나선다. 1970년대 고(故) 정주영 선대회장이 주도해 도로·항만 등 산업 인프라 건설로 현대차그룹의 성장 발판을 마련했던 ‘중동 신화’의 버전 2.0 격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23일(현지시간) 사우디 서북부 타북주에 조성 중인 네옴시티(NEOM CITY)의 주거공간인 ‘더 라인(THE LINE)’ 구역 내 현대건설 지하터널 건설 현장을 방문해 현장 관계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 현대자동차그룹

신사업 앞세워 ‘제2의 중동 붐’ 모색


현대차그룹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23일(현지시간) 현대건설이 사우디 서북부 타북주에 조성 중인 지하터널 건설 현장을 방문했다고 밝혔다. 미래형 신도시 프로젝트 ‘네옴시티’의 주거공간인 ‘더 라인’의 고속·화물 철도 운행용 지하터널 12.5 ㎞ 구간이다. 일반 사막이 아니라 산악 지형에 터널을 뚫는 고난도 공사다.

정 회장은 이날 현대건설 임직원에게 “무엇보다도 품질과 안전이 최우선”이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현대건설이 신용으로 만든 역사를 현대차그룹도 함께 발전시키고, 책임감을 갖고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지난 2021년 타운홀미팅에서도 “가장 중요하게 지키신 것이 신용”이라며 “(선대회장이) 강조하셨던 것도 품질이고. 그것도 곧 신용”이라며 정주영 회장을 회고한 바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경제 및 산업구조의 대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중동에서 첨단 신사업으로 정주영 선대회장의 ‘중동신화’ 재현에 나서고 있다고 24일 밝혔다. 사진은 정주영 선대회장이 사우디아라비아 주베일 산업항 건설 현장을 둘러보며 현황을 점검하는 모습. 사진 현대자동차그룹

정주영 선대회장의 ‘도전 DNA’ 계승


중동은 정주영 선대회장이 오늘날의 현대차그룹을 일군 곳으로 꼽힌다. 그는 지난 1976년 ‘20세기 최대 토목공사’로 불리는 주베일 항만 공사를 수주해 맨손으로 한국 경제 부흥을 이끈 기업인이라고 평가받는다. 난관에 맞닥뜨렸을 때마다 “임자, 해봤어?”라며 모험적 도전을 독려한 것으로 유명하다. 현대건설은 이후 사우디에서만 지난 반세기 동안 170여 건, 232억 달러 규모의 공사를 따냈다.

정주영 선대회장의 손자인 정의선 회장은 건설 인프라 구축에 이어 완성차, 수소 모빌리티, 첨단 플랜트 분야로 중동 개척을 확장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먼저 사우디 킹 압둘라 경제도시에 중동 지역 최초의 자동차 반조립제품(CKD) 공장을 짓는다. 사우디는 중동 최대 자동차 시장으로, 올 상반기 현대차와 기아는 21%의 시장 점유율로 현지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23일(현지시간) 사우디 서북부 타북주에 조성 중인 네옴시티(NEOM CITY)의 주거공간인 ‘더 라인(THE LINE)’ 구역 내 현대건설 지하터널 건설 현장에서 임직원들과 기념 촬영을 하는 모습. 사진 현대자동차그룹
현대자동차그룹이 경제 및 산업구조의 대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중동에서 첨단 신사업으로 정주영 선대회장의 ‘중동신화’ 재현에 나서고 있다고 24일 밝혔다. 사진은 정주영 선대회장이 사우디아라비아 주베일 산업항 건설 현장을 둘러보며 현황을 점검하는 모습. 사진 현대자동차그룹


수소 모빌리티 생태계 조성에도 나선다. 현대차는 지난 21일 사우디에서 수소 사업을 추진 중인 에어 프로덕츠 쿼트라, 사우디 대중교통 운영업체 SAPTCO와 사업 협력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세계적 경쟁력을 보유한 수소연료전지 시스템 기술을 현지에 도입해 수소차 보급을 주도하고, 설비·충전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대형 첨단 플랜트 수주도 잇따르고 있다.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은 사우디 국영 석유 기업인 아람코로부터 3조1000억원 규모의 ‘자푸라 가스처리시설 프로젝트 2단계’를 수주했다. 이 밖에도 사우디 마잔 가스·오일처리시설,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쿠웨이트 슈와이크 항만 개보수 공사 등 23개, 26조3000억원 규모의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다.

정 회장은 서울 청운동 정주영 선대회장 자택에서 매일 오전 5시 식사를 함께하며 현대가(家)의 ‘밥상머리 교육’을 받으며 자랐다. 할아버지에 대한 존경심이 각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부터 진행한 ‘포니 쿠페 콘셉트 복원’ 프로젝트 역시 그룹의 헤리티지(유산)를 기리기 위한 행사로 꼽힌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정주영 선대회장이 신화를 창조한 상징적 지역인 중동에서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민 기자 kim.sumi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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