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여성포럼]이미소 대표 "모두가 성장할 수 있는 자신만의 터를 만들길"

김대현 2023. 10. 24. 17:1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아시아경제 주최 '2023 여성리더스포럼' 특별강연
"유통 품종 한계가 농가소득 문제로 연결"
"전공·직장은 매몰비용… 포기 아닌 과정"

"자신만의 밭을 일구고 계신 모든 분을 응원합니다." 24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3 여성리더스포럼'에서 이미소 감자밭 대표가 '약점을 강점으로: 성장 마인드셋'이라는 주제로 특별강연을 진행하며 한 말이다.

이날 이 대표는 다양성을 통한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강조했다. 그는 "'어떻게 요즘 감잣값이 20년 전과 같냐'라는 한 농민의 말을 들었는데 유통비가 모두 포함되는 대형마트의 감잣값과 달리 농민이 직접 거래하는 금액은 크게 변하지 않은 것"이라며 "옷가게에서 디자인과 사이즈가 모두 같다면 가격을 보고 결정하게 되듯, 대형마트에서 유통되는 감자가 모두 '하얀 감자'일 땐 크기가 더 크고 가격이 더 싸면 팔리는 원리"라고 설명했다.

이미소 감자밭 대표가 24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3 아시아경제 여성리더스포럼'에서 '약점을 강점으로-성장 마인드셋'을 주제로 특별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그러면서 "미국의 감자 관련 협회에선 다양한 감자 수백종을 심어 일주일간 그걸 캐서 다양한 요리를 해 먹으며 품평을 하는데, 거기에 초대받아 저희 농가의 감자를 심었더니 '코리아 포테이토가 최고'라는 평가를 받았다"며 "그렇게 수십 년간 농사를 지은 아버지가 '종의 다양성'을 강조하신 이유를 알게 됐다"며 다양한 감자를 알리기 위해 노력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이 같은 깨달음 속에서 이 대표는 2017년 강원도 춘천의 명물이 된 감자빵을 만들고 관련 사업을 확대하며 해마다 매출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창업 3년 만에 연 매출 200억원이라는 성과를 달성했다.

시작은 녹록지 않았다. 이 대표는 대학에서 패션디자인과를 졸업하고 서울에서 IT 회사에 다녔지만, 이를 포기하고 아버지의 농가가 있는 춘천에서 창업했다. 그는 "매몰비용(이미 지출해 회수할 수 없는 비용)을 생각하지 않고 과감히 경영학을 공부했다"며 "중도하차와 포기가 아닌,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농업회사의 대표지만, 처음엔 '무청을 말리면 시래기가 된다'는 것도 모를 정도로 농업에 무지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처음엔 감자가 많이 팔리는 데도 돈이 남지 않았는데, 유통을 전혀 몰라서 원가 비율 설정을 잘못했기 때문"이라며 "사람이 부족해 혼자 사업을 하기에도 벅찼다. 제품의 개발만 생각하고 판매 방식은 고민하지 못했고,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어려웠다"고 사업 초기 경험을 설명했다.

이 대표는 "다품종의 중요성을 알리고 싶어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모인 커뮤니티에 적극 참여하며 귀동냥을 했다"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무료 창업 교육 등도 받으며 늘 공부하려는 태도를 '기본'으로 삼았다"고 말했다. 이어 "황금 같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비즈니스로 전환하는 것은 정말 실력인데 '언제가 가장 힘들었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기회를 지속가능한 사업으로 전환할 때가 힘들었다고 답한다"며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을 빠르게 도전하고 빠르게 시도한 덕에 지금의 감자빵이란 아이템 만들게 됐다"고 덧붙였다.

현재 이 대표는 사업뿐만 아니라 지방 농가의 지속가능성을 함께 고민한다. 그는 "직원이 늘어갈 때마다 가장 능력 있는 친구부터 나갔는데 이유도 알 수 없었다"며 "그런 과정에서 읽게 된 '초격차'란 책에서 '리더는 노를 어떻게 짓는지 알려주는 게 아니라 바다를 갈망하게 해야 한다'는 내용을 읽었다"고 말했다. "이후 매년 워크숍을 열어 '왜 우리가 이 일을 시작했는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직원들과 공유한다"고 덧붙였다. 결국 남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하수이고, 내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중수이며, 우리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고수라는 것이다.

그는 "우리는 지속가능한 농업을 응원하고 싶어 3년째 100% 계약 재배로 감자를 공급받는데, 현재 값과 무관하게 농가로부터 전량을 계약 내용과 같은 값으로 사 온다"며 "농가가 안정적으로 농작물을 재배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농촌에도 사람을 들어올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노력을 인정받아 '춘천 감자빵'은 2021년 대한민국 관광공모전 기념품 부문에서 대상인 대통령상을 받았다.

이 대표는 "고혈압과 당뇨, 고지혈증, 하지정맥류 등 다양한 성인병이 사실은 비만이란 하나의 원인에서 비롯될 수 있다고 하는데 저출산과 취업률, 기회 불평등, 지방소멸 등 문제도 '안전하지 못하다'는 생각 때문일 수 있다"며 "전 국민의 절반이 수도권에 몰려 살면서 여러 문제가 생긴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한 명이라도 강원도로 이주할 수 있다면 이 같은 문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란 판단에, '강원도에서 가장 일하고 싶은 기업을 만들자'는 생각으로 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강연을 마무리하며 "회사의 정체성인 '밭'에는 세 가지 의미가 있다. 농사짓는 밭, 그리고 개개인의 마음, 마지막으로 모두가 성장할 수 있는 터라는 뜻이 있다"며 "모두가 성장할 수 있는 자신만의 터를 만들 수 있길 응원한다"고 덧붙였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