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 분수령’ 아시아나항공 이사회에 쏠리는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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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째 진행 중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이 운명의 주를 맞는다.
아시아나항공은 다음 주 열리는 이사회에서 화물사업 부문 매각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사회가 매각을 수용하면 합병의 걸림돌로 꼽혀온 유럽 화물 독과점 문제를 해소할 수 있기 때문에 유럽경쟁 당국의 관문을 넘어설 수 있다.
아시아나항공 노조는 화물사업 매각은 항공사 해체나 다름없다며 합병을 반대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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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째 진행 중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이 운명의 주를 맞는다. 아시아나항공은 다음 주 열리는 이사회에서 화물사업 부문 매각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화물 매각은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결합 심사 통과를 위한 ‘필수 요건’이다. 이사회 결론이 합병 분기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는 오는 30일 2시 이사회를 열고 화물사업 매각을 수용할지 등을 논의한다. 앞서 EU 집행위는 유럽 화물 노선 경쟁 제한에 우려가 있다며 화물 매각 등 시정조치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이사회는 양사 합병의 ‘분수령’으로 불린다. 이사회가 매각을 수용하면 합병의 걸림돌로 꼽혀온 유럽 화물 독과점 문제를 해소할 수 있기 때문에 유럽경쟁 당국의 관문을 넘어설 수 있다. 반면 거부하면 3년간 진행돼 온 빅딜은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
업계에선 아시아나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화물사업을 매각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본다. 2000%에 가까운 부채비율, 영업이익을 뛰어넘는 이자 비용 등을 따져보면 독자 생존 가능성이 희박한 데다, 3자 매각도 부채 규모를 고려하면 새로운 인수자가 선뜻 나올지 불투명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사회가 수용 결정을 내릴지는 미지수다. 우선 반발이 거세다. 아시아나항공 노조는 화물사업 매각은 항공사 해체나 다름없다며 합병을 반대하고 나섰다. 결합 반대 서명운동도 진행 중이다. 전임 아시아나항공 사장단은 “화물사업 분사는 생존에 치명적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부결 요구 성명서를 이사회에 전달했다.
배임 등 법적인 문제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이번 결정이 회사 이익에 반하는 식으로 흘러가면 앞으로 배임 문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법조계에선 “아시아나 생존과 존립에 관한 문제로 이사들의 경영판단 범위가 상대적으로 넓게 인정돼 배임죄 성립 여지가 사실상 낮다”는 반대 의견도 나온다.
이번 이사회는 사내이사 2명, 사외이사 4명 등 총 6명으로 구성된다. 안건이 통과되기 위해서는 과반인 4명이 찬성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이사들 사이에 이견이 존재하는 만큼 이사회에서 격론이 벌어질 것이라는 얘기가 돌고 있다.
‘합병 올인’을 외쳐온 대한항공은 아시아나 화물사업 매각 조건으로 소속 직원의 고용 보장과 처우 개선을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항공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아시아나항공과의 합의서를 오는 30일 열리는 이사회에 상정할 예정이다.
EU 경쟁당국은 최근 항공사 간 합병 심사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디디에 레인더스 신임 반독점 위원장은 최근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과거에는 주로 다른 회사에 슬롯을 제공해달라고 요청하는 것이 전부였지만, 팬데믹 이후 바라보는 방식이 변했다”며 “타 항공사의 진입과 생존을 직접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자산 처분 등을 주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외신은 EU 경쟁당국의 이같은 방침이 양사의 합병에 지대한 영향을 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EU 경쟁당국의 승인을 받는다 하더라도 결합이 이뤄지는 건 아니다. 일본과 미국 경쟁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EU 경쟁당국이 합병을 승인하면 미국과 일본 경쟁당국의 승인을 얻는 데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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