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보는 인요한 박사의 신앙 “교회 한없이 낮아져야 희망 생긴다”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에 영입된 인요한(64) 연세대 의대 교수의 신앙이 기독교인 사이에서 다시금 회자되고 있다. 선교사 가문의 4대손 답게 국민일보 더미션에서도 여러 차례 인 교수의 삶을 조명한 바 있다.
인 교수는 지난해 3월 국민일보 크리스천리더스포럼(CLF)을 이끄는 김영훈(71·덕수교회 장로) 대성그룹 회장과의 대담에서 웨스트민스터 교리문답 107개를 외우게 할 정도로 철저한 신앙관을 지닌 아버지 밑에서 자란 것을 자랑스러워했다. 젊은 시절엔 아버지의 엄격함에 방황도 했지만, 시간이 지나서 목회자이신 아버지의 사역이 훌륭하다는 걸을 깨달았다고 고백했다. 인 박사는 “엄한 아버지 아래에서 잡초처럼 자랐다. 어딜 가더라도 쉽게 적응하는 건 이 영향이 크다”며 “목사나 선교사 자녀라고 해서 아버지의 길을 따라 성직자가 돼야 한다는 부담은 갖지 말라. 이 부담을 벗어야 자기 자신의 삶을 살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인 교수의 부친 휴 린튼 선교사는 58세인 비교적 젊은 나이에 불의의 교통사고로 숨졌다. 이는 훗날 인 교수가 ‘한국형 앰뷸런스’를 개발하는 데 영향을 줬다. 그의 어머니인 로이스 린튼(한국명 인애자) 여사는 지난 9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블랙마운틴 은퇴선교사 마을에서 96세를 일기로 하나님 품에 안겼다. 인 교수의 부모는 호남지역에 600여개 교회를 개척하고, 결핵 퇴치를 위해 헌신했다.
자신을 ‘의사로 사는 신앙인’이라고 규정한 인 교수는 “2012년 특별 귀화했는데 내가 한국인에게 뭔가를 준다기보다 대한민국으로부터 받은 게 훨씬 많다. 아버지는 늘 ‘예수 믿고 구원받아야 하지만 좋은 세상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씀하셨다”고 했다.
그는 부친의 말처럼 한국을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힘썼다. 1959년 전남 순천에서 태어나 대전외국인학교를 거쳐 연세대 의예과를 졸업하고 1987년 의사 국가고시에 합격한 뒤 1991년부터 32년간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근무했다. 1980년 5·18 민주화운동 당시 시민군의 외신 통역 활동을 했다. 1992년에는 최초로 ‘한국형 앰뷸런스’를 개발했다. 2012년 대한민국 ‘특별귀화 1호’로 허가를 받은 뒤 성인 ‘린턴’의 린을 두음법칙에 따라 ‘인’으로 정했다.
형제 대부분이 선교사 가문의 전통을 잇고 있다. 인 교수의 형은 인세반 유진벨재단 이사장으로 북한 결핵 퇴치를 위해 일한다. 또 다른 형인 제임스 린튼은 북한에 우물을 파는 단체인 ‘웰스프링’을 이끌고 있다. 미국에 사시는 누나는 낙태 반대 운동한다고 한다.
인 교수는 한국의 선교 저력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을 밝힌 바 있다. 그는 “다른 국가를 괴롭힌 일이 없는 한국은 선교사를 파송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며 “세계에서 가장 가난했던 나라가 복음을 받아들이고 쉬지 않고 일하면서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다는 것만으로도 어려운 형편에 있는 나라 국민에게 희망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를 위해 한국의 교회들도 더욱 낮아져야 한다. 소외된 사람을 돌보고 외국인 근로자와 탈북자를 품어야 한다”며 “마구간에서 태어나셨던 예수님처럼 교회도 한없이 낮아져야 희망이 생긴다. 약간 손해 보더라도 빛과 소금이 되라는 명령을 따르는 길이라면 그 길을 걸어야 한다. 기독교는 희생을 딛고 성장하는 종교가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양적 성장이 아닌 질적 성숙으로 한국 교회가 사회와 세계에 이바지할 때 한국이 세계에서 1위 신앙 국가로 성숙할 것이라 믿는다는 말도 했다.
다음세대를 위한 신앙교육 투자에 한국 교회가 나서야 할 때라고 역설하기도 했다. 그는 “비단 교회교육뿐 아니라 교육의 모든 영역에 복음을 심어야 한다”며 “선교사들이 100여년 전부터 심은 복음적 교육의 씨앗을 다시 심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제대로 된 복음을 심으면 미래를 이끌 지도자를 양성할 수 있다. 진리를 심는 걸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해야 한다”며 “다윗이 골리앗을 쓰러트린 것도 이런 도전으로 가능했던 일”이라고 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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