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의 벽’ 높았던 공정위, 외부인 접촉 늘자 사건처리도 빨라졌다
지난 2분기 조직개편 후 접촉 반등세
접촉 외부인 中 로펌·법률전문가 대부분
정책 업무, 보고 대상서 제외 유력해
공정거래위원회 외부인 접촉이 조사와 정책 부서를 분리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한 이후 소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사건처리 속도가 높아졌다는 평가를 받는 공정위가 외부와의 소통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24일 공정위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접수된 공정위 직원들의 외부인 접촉보고 건수는 396건으로 월평균 132건으로 집계됐다. 이 중에는 자료제출·의견청취·진술조사, 디지털증거수집 입회, 현장조사 등을 위한 ‘사건 관련 접촉’이 335건(84.6%)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법령 문의 등 사건 외 접촉은 51건(12.9%), 기타 접촉은 10건(2.5%) 등으로 파악됐다.
접촉한 외부인 총 785명 가운데 570명(72.6%)은 법무법인 등 법률 전문 조력자로 조사됐다. 나머지 214명은 공시 대상 기업집단 소속회사 임직원이었다.
396건은 올해 집계된 분기별 접촉보고 건수 중 지난 1분기(474건) 다음으로 많다. 지난 2분기(377건)의 경우 공정위가 외부인 접촉 관리 제도를 운영하기 시작한 이래 두 번째로 적은 것으로 나타나 외부 소통이 좀처럼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외부인 접촉 관리 규정은 지난 2018년 전임 김상조 공정위원장 시절 도입한 제도다. 당시 전·현직 간부들이 기업에 재취업하는 퇴직 공무원을 도운 혐의로 검찰에 기소돼 그간 청탁 관행 등을 뿌리 뽑겠다는 취지로 마련한 규정이다.
공정위 직원들은 법무법인·대기업 관계자, 그곳에 취업한 전관 등과 접촉했을 경우 5일 안에 만났던 시간과 장소 등을 감사담당관에게 보고해야 한다. 또 외부인이 조사 정보를 입수하려고 시도하거나 사건 처리 방향의 변경, 시기 조정 등을 청탁한 경우 외부인이 보고 대상에 해당하는지와 관계없이 모두 보고해야 한다.
공직 윤리 강화 차원에서 도입된 일명 ‘로비스트 규정’이 공정위 직원들 행정력을 막고 조사역량을 떨어지게 하는 등 불필요한 규정이라는 지적은 계속 제기돼 왔다.
외부인 접촉 보고 첫해인 2018년은 2851건이었고, 제도가 확대 시행된 다음 해 5420건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다만, 점차 줄어 지난해에는 1661건까지 감소했다. 올해의 경우 현재까지 1247건으로 집계돼 작년과 비슷한 수준일 것으로 관측된다.
이 때문에 공정위 안팎에서는 매번 보고하는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잇따른다. 구체적인 내용이 아니더라도 눈치가 보여 통상적인 업무 연락이 어렵거나 업계와의 소통마저 위축되기 때문이다. 공정위 한 관계자는 “규정이 만들어진 이유에 대해선 공감하지만, 외부인 접촉을 지나치게 규율해 직원들을 ‘외딴 섬’으로 만드는 대책”이라며 “소통이 중요한 조사 부서에선 종종 어려움을 느낄 때가 많다”고 밝혔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이같은 우려에 대응하고자 지난 2월 “위원장인 저도 불편함을 느낀다”며 “외부 분들의 말씀을 듣는 데 어려움이 있고 평소 잘 알고 지내던 분도 못 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외부인 접촉 신고 제도 완화 계획에도 입장을 내놨다. 그는 “일정 부분 개선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한다”며 “긍정적 측면과 부작용을 같이 고려해 깊이 고민해 보겠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조사와 정책을 이원화하는 대대적인 조직개편 단행한 이후 조사 속도감이 중시되는 분위기다. 조직개편 6개월이 지난 만큼 정책 업무를 맡은 직원들은 외부인 접촉 보고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접촉 신고할 때와 신고 대상에 들어가는 직원 범위를 줄여 제도를 보완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 공정위 퇴직자만 외부인 접촉 관리 규정상 신고 대상에 한정하자는 내용도 검토 중이다.
외부 접촉이 활성화될 수 있다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조사를 제외한 정책부문 직원들은 제도에 구애받지 않고 외부와 소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지난 2분기의 경우 조직개편을 진행하다 보니 외부인 접촉 건수가 감소한 것으로 분석된다”며 “올 3분기가 늘어난 것으로 볼 때 앞으로는 늘어날 것으로 보이며 향후 상황을 보면서 제도 개선을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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