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C 전력반도체 영토 확장한 온세미…"테슬라·BMW·현대차가 고객사"
향후 3년간 최대 1000여명 국내 고용 확대로 지역사회와 상생
"2025년까지 국내 실리콘 카바이드(SiC) 전력반도체 생산량을 10배 이상 늘리겠다."
하산 엘 코우리(Hassane El-Khoury) 온세미 CEO는 24일 오전 11시 경기도 부천시 소재 온세미 부천사업장에서 열린 '온세미 S5 라인(실리콘 카바이드 제조시설) 준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
엘 코우리 CEO는 "10배 수치는 부천 공장의 모든 시설이 가동됐을 때를 가정한다"며 "이 계획이 달성된다면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생산 비중은 35~40%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S5 라인은 회사 뿐 아니라 경기도와 부천시 등 지역사회에서도 매우 중요한 시설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온세미는 1조4000억원을 투자해 최첨단 SiC 제조 시설(S5 라인)을 건설했다. 온세미는 지난해부터 올해 9월까지 건축 공사를 통해 새로운 첨단 150mm(6인치)와 200mm(8인치) SiC 팹 라인을 신설했다. S5 라인은 총 2개동으로 지하 1층, 지상 6층 규모로 마련됐다.
부천 SiC 라인은 150mm 웨이퍼로 시작해 2년 내 200mm로 생산을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온세미 파워 솔루션 그룹의 부사장 겸 총괄인 사이먼 키튼(Simon Keeton)은 "공장 풀가동 시 연간 100만장의 200mm 웨이퍼를 생산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엘 코우리 CEO는 "현재 수요가 150mm가 더 많아 거기에 집중하는 것"이라며 "내년부터는 200mm 생산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온세미가 조 단위 투자를 실시한 것은 무섭게 성장하는 전기차 시장을 정조준한 것이다. 실제 올해 1분기 기준 온세미 매출에서 차량용 비중은 절반(50%)에 달한다. 지역별로는 아시아·태평양 51%, 유럽 21%, 미국 20%순으로 전기차 수요와 비례한다.
엘 코우리 CEO는 "이번 투자는 자동차와 산업 부문에 집중하고자 내린 전략적 결정이 맞다. 두 사업 부문 매출 비중을 합치면 약 80%가 된다"면서 "앞으로도 5년에 걸쳐 생태계 확대를 위한 투자를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기차 시대가 열리면서 글로벌 유수의 완성차업체들은 전력반도체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테슬라 등은 온세미에 지분을 투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엘 코우리 CEO는 " 글로벌 OEM과 협업을 하고 있다. 테슬라, BMW, 현대차, 기아 등이 우리 제품을 쓰고 있다. 고객사들은 부천 뿐 아니라 다른 제조시설에 투자하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온세미는 전력반도체중에서도 SiC를 택했다. SiC는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시스템(ESS)·태양광 등에 특화된 전력반도체 소재로 평가받는다. 이런 장점 덕분에 테슬라, 현대차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SiC 전력 반도체 탑재 비중을 차츰 늘리는 분위기다.
키튼 부사장은 "현재 고성장하는 시장은 에너지 인프라와 전기차로 나눌 수 있다. 이를 뒷받침하는 기술이 SiC"라고 언급하며 "SiC는 전력반도체가 가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물성을 갖고 있다. 이 기술을 바탕으로 온세미는 앞으로도 많은 투자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기판에서 시작해 웨이퍼 제조와 파워모듈로 이어지는 수직통합 포트폴리오를 갖춘 장점이 있는 만큼 지능형 파워 디바이스 시장에서 리더십을 계속해서 확보해나가겠다고 키튼 부사장은 강조했다.
부천 사업장은 온세미의 유일한 SiC 시설인 만큼 아시아-태평양 뿐 아니라 북미, 유럽 지역 수요에도 대응할 예정이다. 엘 코우리 CEO는 "제조시설 뿐 아니라 R&D(연구개발) 등 여러 역량이 총동원된 시설이 부천에 있기 때문에 부천은 SiC 반도체에 있어 허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온세미는 모토롤라 반도체 사업부를 모체로 출발한 회사로 1999년 분사 이후 여러 M&A(인수·합병)를 거쳐 현재의 기업에 이르렀다. 지난 2016년 반도체업계의 원조라 불리는 페어차일드 반도체를 약 24억 달러(2조8020억원)에 인수한 것이 대표적이다.
페어차일드는 가전 제품 전력을 조절하는 반도체와 차량용 칩, 전기신호 컨버터 등을 제조한다. 페어차일드를 비롯해 여러 M&A를 거친 온세미는 현재 차량용 전력반도체 시장에서 글로벌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엘 코우리 CEO는 "페어차일드 인수 이후 순조롭게 통합 과정이 진행되고 있다. 여러 측면에서 제조 역량이 강화됐으며, 다양한 투자에서도 페어차일드와 한 팀으로 진행중이다. 지능형 파워 디바이스 시장에서 선도적인 입지를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삼성전자의 온세미 인수 가능성에 대해서는 언급을 자제했다. 다만 "우리는 재무적으로 상당히 탄탄하다.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그 업체를 인수할 수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지난 2021년 사들인 SiC 생산업체 GT어드밴스드테크놀로지스(GTAT)를 언급했다. 엘 코우리 CEO는 "GTAT 인수는 상당히 성공적이었다. 이런 식으로 성공을 거둘 수 있다고 판단되는 기술에 대해서는 M&A를 추진하겠다"고 언급했다.
한편 온세미의 한국 지사인 온세미 코리아는 삼성전자의 부천공장을 1999년 4월 인수하며 시작됐다. 현재 1조3000억원 매출, 2200여명의 임직원이 근무중이다. 온세미 코리아는 경기도 부천, 분당과 서울 양재에 1만4000평에 달하는 팹 라인과 R&D센터, 디자인 센터, 세일즈 오피스를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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