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시진핑 회담 준비 본격화…왕이, 5년만에 워싱턴 간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오는 26~28일 5년 반 만에 미국 워싱턴을 방문한다. 미국 국무부는 23일(현지시간) “토니 블링컨 장관이 오는 26~28일 워싱턴에서 왕 부장을 맞이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두 장관은 오는 11월 15~17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동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양자 회담 개최를 위해 의제를 최종 조율할 전망이다.
미 국무부는 “두 장관은 양국 관계를 책임 있게 관리하고 열린 소통 채널을 유지하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의 일환으로 양자 및 역내, 글로벌 이슈 등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미국은 외교를 통해 국익과 가치를 증진하고, 의견이 다른 문제는 해결하며, 범국가적인 공동 과제에서 진전을 이뤄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아직 공식 발표는 없지만, 다음 달 열릴 바이든·시진핑 정상회담이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의제·의전 등 회담 준비에 본격 착수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왕이 부장의 워싱턴 방문은 지난 2018년 5월 이후 처음이다. 미·중 무역전이 본격화된 이후 양국의 외교·안보 수뇌부의 접촉은 알래스카나 유럽의 빈과 몰타 등 중간 지점에서만 이뤄졌다.
왕 부장이 워싱턴에서 백악관 오벌룸을 찾아 바이든 대통령을 예방할 지 여부도 주목된다. 백악관 관계자는 구체적인 일정에 대해 밝히길 거부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3일 보도했다. 지난 6월 블링컨 장관은 방중 기간 인민대회당에서 시 주석을 접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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習 방미 앞둔 中, 미국에 매력 공세
시 주석의 방미는 지난 2017년 4월 플로리다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진행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 이후 6년 만이다. 이번 주엔 NBA선수 야오밍(姚明)을 포함한 중국의 경제·문화 ·스포츠 대표단이 뉴욕을 찾아 공개 행사를 갖는다. 시 주석의 방미를 앞두고 우호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노력으로 해석된다. 대니얼 러셀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지난 몇 주간 중국의 노력을 보았다”며 “중국은 시 주석이 보다 덜 긴장된 분위기에서 미국을 방문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이 중국을 방문 중인 개리 뉴섬(56) 캘리포니아 주지사를 조만간 만날 것이라는 이야기도 베이징 외교가에 돌고 있다. 미 민주당 소속의 뉴섬 주지사는 차기 대권 주자로 손꼽힌다. 시 주석은 지난 2012년 이후 집권 11년 차에 들어섰지만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집권했던 2015년 9월 미국을 국빈 방문한 이후 지금까지 워싱턴에 초대받지 못한 상태다.
24일엔 미·중 경제 채널의 접촉도 이뤄졌다. 중국 재정부는 이날 미·중 재정부 차관급이 참석한 경제 실무팀의 1차 회의를 화상으로 개최하고 양국 및 글로벌 거시경제 및 정책, 양국 경제 관계 및 협력에 관해 깊이 있고 솔직하며 건설적인 소통을 가졌다고 밝혔다. 미·중 경제 실무회의는 지난 7월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의 방중 기간 허리펑(何立峰) 부총리와 합의했다.
한편, 왕이 부장은 23일 리아드말키 팔레스타인 외교장관, 엘리 코헨 이스라엘 외교장관과 연쇄 전화통화를 갖고 이·팔의 화해를 강조했다. 왕 부장은 “현재 팔·이 충돌이 전 세계를 흔들며 전쟁과 평화의 중대 선택의 갈림길에 섰다”고 강조했다. 블링컨 국무장관,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안보보좌관과 회담을 앞둔 왕 부장이 중동 문제에서 미국과 협상할 레버리지를 확보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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