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화된 마약 밀수, 신규 밀수국도 급증…여행자 검사 늘린다
정부가 '마약과의 전쟁'을 이어가고 있지만, 마약 밀수 시도는 대형화·다변화되는 추세가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관세청은 여행자 검사를 강화하는 등 마약 밀수 단속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24일 관세청의 마약 밀수 단속 동향에 따르면 올 9월 말까지 501건, 493㎏ 상당의 마약류가 국경 반입 단계에서 적발·단속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일평균 2건, 건당 1㎏에 가까운 수치다.
특히 마약 밀수 적발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11% 감소했지만, 중량은 29% 증가했다. 이에 따라 건당 적발 중량(3분기 기준)은 올해가 985g으로 2020년(229g), 지난해(680g) 등을 넘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마약 밀수의 대형화는 해외보다 훨씬 높은 국내 마약 가격, 꾸준히 증가하는 마약 수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마약 밀수 경로는 국제우편(중량 기준 49%)-특송(28%)-여행자(21%) 순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비대면 방식 대신 여행자 밀수의 급증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관세청 관계자는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으로 여행·입국자가 크게 늘어난 영향"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올해 여행자 밀수가 적발된 사례는 129건(9월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77% 급증했다. 상대적으로 작은 '핸드캐리'(기내) 수하물을 통한 마약류 적발도 전체 여행자 적발의 30% 수준에 달한다.
적발된 품목은 필로폰(중량 기준 50%)과 대마(24%)가 제일 많았다. 다만 연령대별 밀수 특성은 상이했다. 10대는 국제우편으로 반입한 CBD오일·대마카트리지, 20~40대는 해외 직구를 이용한 케타민·MDMA, 50대 이상은 여행자를 통한 대마초·거통편이 주로 들통났다.
국가 중에선 이른바 '골든 트라이앵글'을 중심으로 한 동남아발(發) 적발이 많았다. 중량 기준으로 태국(25%)과 미국(24%), 라오스(10%), 베트남(7%)에서의 밀수 시도가 두드러졌다. 이와 함께 한국에서 마약 밀수로 처음 적발된 국가 수와 적발량도 이전보다 크게 늘었다. 최초 적발국은 2021년 2개국(0.02㎏)에서 올해 9월 기준 6개국(26.5㎏)으로 증가했다. 새로운 마약 반입 루트가 꾸준히 생기고 있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관세청도 마약 밀수 대응 능력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이날 서울세관에서 고광효 관세청장 주재로 전국 세관 마약관계관 회의를 열고 마약 단속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을 '마약 밀수 특별대책 추진단'을 새로 운영한다고 밝혔다. 관세청 차장이 추진단장을 맡아 본청과 전국 세관을 망라한 마약 단속에 힘을 싣게 된다.
우선 기내 수하물 일제검사 확대 등으로 여행자 검사율을 지금보다 두 배 이상 높이기로 했다. 코로나19 유행 이전보다 검사를 더 빡빡하게 하는 셈이다. 이달 기준 인천공항에만 3대 있는 전신 검색기도 대폭 늘리기로 했다. 내년 이후 주요 공항만에 13대를 추가 설치해 혹시 모를 신체 은닉 마약 등을 찾는다는 계획이다.
또한 마약을 은닉한 것으로 의심되는 화물엔 보다 적극적인 검사를 진행한다. 이미 태국·네덜란드 관세 당국과 합동단속에 나선 가운데 아세안·베트남 같은 주요 마약 공급국 등으로 국제 공조도 강화할 예정이다. 고광효 관세청장은 "강화된 세관 조치에 따라 우편·특송물품 통관 지연, 입국 시 불편 등이 발생할 수 있지만, 마약으로부터 안전한 나라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에 동참해주길 국민께 당부드린다"고 밝혔다.
세종=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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