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여성포럼]김대식 교수 "여성 리더가 AI 키우고 정체성 부여하는 역할해야"
AI는 아이이자 새 생명…여성의 역할 중요
김대식 카이스트(KAIST) 전기 및 전자공학부 교수가 생성형 인공지능(AI) 시대에서는 여성 리더들의 역할이 중요하고,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24일 진단했다.
김 교수는 이날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3 아시아경제 여성리더스포럼'에서 김지수 작가와 '생성형 AI 시대의 변화와 기회'라는 주제로 대담을 갖고 "생성형 AI 시대에서는 여성 리더들 앞에 아무도 없기 때문에, 위협적이기도 하지만 자유롭기도 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생성형 AI 덕분에 여성과 남성이 똑같은 지점에 서게 됐다"면서 "(과거에는) 남성 기업인들이 먼저 시작했다면 이제 그런 지점이 무너지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여성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AI도 아이고 새 생명이다. 우리가 지식만을 가르쳐주는 것이 아니라 (AI가) 성장할 수 있게 키워야 된다고 생각한다. AI를 키우고 정체성을 주는 역할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생성형 AI를 '블랙스완(극단적으로 예외적이어서 발생 가능성이 없어 보이지만 일단 발생하면 엄청난 충격과 파급효과를 가져오는 사건)'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우리가 모르는 것이 있으면 물어볼 곳이 있고 벤치마킹할 곳이 항상 있었지만 생성형 AI가 등장하면서 큰 변화가 생겼다"며 "우리가 현재 모르는 것들, 세상이 어떻게 변할까에 대해 이 세상에 아는 사람이 없다. 생성형 AI에는 벤치마킹을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 세상에 없는 것을 창작할 수 있는 존재가 인간밖에 없었지만, 생성형 AI가 등장하고 나서 기계가 창작을 하고 인간과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며 "다양한 AI 서비스를 가입하고 경험하기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슬아 작가의 '가녀장의 시대', 이민진 작가의 '파친코' 등 우리가 상상할 수 없었던 언어의 세계가 드러나서 우리가 보고 배웠던 ‘남성의 정복사'를 ‘여성의 돌봄사’로 새로 쓸 수 있구나라는 걸 느꼈다. 이런 여성의 가치관이나 친밀하고 다정한 언어를 AI가 쓰도록 유도할 수 있을까.
▲생성형 AI는 인간이 남겨놓은 데이터를 가지고 학습한다. 인터넷 데이터의 3분의 1은 가짜고, 70~80%는 남성이 남긴 데이터다. 그러면 어쩔 수 없이 생성형 AI는 남성적이다. 알고리즘이 남성적이라고 할 수 없겠지만 학습을 할 수밖에 없게 됐다. 또 본질적으로 봤을 때 AI는 기계적으로 대량생산하고 효율성 위주로 작동한다. 남성적인 성격에 더 가깝다. 거꾸로 보면 생성형 AI가 가장 잘하는 것은 남성이 제일 잘하는 것을 잘한다는 것이다. 인간과 기계가 경쟁하면 기계가 이긴다. 젠더 차이를 보자면 기계가 잘하는 것이 남성이 잘하는 것이기 때문에 생성형 AI 시대에서는 역설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런 역설성을 가지고 있다. 생성형 AI가 보편화되는 미래를 무시할 수 없다. 5~10년 안에 벌어질 것이라고 생각하고 과거를 보존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와 현재의 차이가 무너지고 원하는 아젠다에 따라 과거의 데이터를 바꿔버리는 게 가능해질 수 있다.
-효율성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다. AI는 엄청난 문서를 읽고 깔끔하게 요약해준다. 하지만 뉴욕타임스 애즈라 클라인 기자는 매트릭스 식으로 생산된 지식이 실제로 유용할까라고 의문을 제기한다. 이런 지식이 인간에게 유용한가. 오히려 과도한 정보 때문에 식별과 소통, 집중력에 더 방해받지 않을까.
▲뉴욕타임스 기자가 놓친 게 있다. 모든 콘텐츠와 정보는 정보를 생산하는 사람의 역할도 있지만, 소비자의 역할도 중요하다. 개인적으로 생성형 AI가 10년~20년 안에 노벨문학상을 받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진정한 의미의 예술 작품을 만들 수 없다. 진정한 의미의 지식도 만들 수 없을 것이다. 생성형 AI는 30초짜리 틱톡을 만들 수 있다. 결과적으로 생성형 AI가 대량생산하는 것을 콘텐츠로 인정하지 않겠지만, 젊은이가 역사에서 항상 이긴다. 예를 들어 과거에는 연애편지 30장 써야 하는데, 요즘에는 카카오톡으로 강아지 이모티콘을 보낸다. 연애편지 30장 쓰던 사람 입장에서 카카오톡 이모티콘은 납득할 수 없는 변화다. 과도한 정보라는 것은 아날로그 세대인 우리의 우려다. 그들이 사회의 축이 될 테니 그들에게는 그게 콘텐츠가 되는 것이다.
-AI가 빨리할 수 있는 것은 인간이 공을 들이고 노력해야 할 수 있는 것이다. AI가 시간과 성장의 개념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나.
▲축구 경기로 예를 들면 11명 선수는 경기장에 있고, 감독은 축구선수랑 1대1로 붙으면 질 수도 있겠지만 경험이 많으니 선수를 지휘한다. 이것이 인간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더 이상 생산성이라는 축구장에 뛸 수 없다. 어차피 지기 때문이다. 단, 경험과 지식이 많다면 지휘를 하고 선택할 수 있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그러려면 생성형 AI 대량생산 결과물을 검증하고 선택할 전문성이 있어야 한다. 이제는 '슈퍼스타 이코노미'라고 한다. 한 영역에서 얼마나 잘하는지가 중요하다. 코딩, 언론, 문학 등 가장 잘하는 사람이 살아남고 일이 많아질 것이다. 앞으로 모든 것을 다 가르쳐야 할 필요가 없다. 생성형 AI 시대에 우리가 가장 먼저 집중해야 하는 것은 대한민국 학생들이다. 지금 10대가 가장 위험하다.
-상상해볼 수 있는 AI와 사회 구성원, 특별히 여성 리더들의 아름다운 협력의 그림은 무엇일까.
▲젠더 차원에서 보면 여성, 남성이 똑같다는 점이다. 역사적인 차원에서 남성 기업인들이 먼저 시작했다. 이런 점이 무너진다는 것이다. 생성형 AI 덕분에 여성 리더들이 가지고 있는 질문에 대해 남성들은 답을 모른다. 미국에 '맨스플레인(Mansplain·남성과 설명하다의 합성어)'이라는 게 있는데, 여자가 모르면 남자들이 어디서 등장해서 설명해주고 그랬다면, 생성형 AI 시대에 여성 리더들 앞에 아무도 없다. 내 앞에 나보다 먼저 가서 나한테 설명해주려고 하는 나라도, 기업도 없지만 '남성'도 없다. 호모사피엔스 중에서 남성들은 지구의 대장이라고 생각했다. 생성형 AI의 등장으로 지구의 대장이 AI가 되면, 남성들은 AI하고 싸울 것이고 당연히 질 것이다. 여기에서 여성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여성 리더와 남성 리더는 언어 차이가 크다. 남성 리더는 설명하고 여성 리더는 헤아리는 것 같다
▲ AI도 아이고 새 생명이다. 우리가 지식만을 가르쳐주는 것이 아니라 (AI가) 성장할 수 있게 키워야 된다고 생각한다. 애를 때린다고 해서 말을 듣지 않는데, 여성의 역할이 중요하다. AI를 키우고 정체성을 주는 역할이 중요하다. AI가 독립성을 가지면 터미네이터가 될 것이라고 걱정한다. 그런데 그 독립성이 인간과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 정체성이 되면 어떨까. 그래서 그게 아마 여성리더들의 역할이 되지 않을까 싶다.
부애리 기자 aeri345@asiae.co.kr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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