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몸 된 DL이앤씨·건설…주주가치 따져보니

방서후 기자 2023. 10. 24.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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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TV 방서후 기자]
<앵커>

우리에겐 'e편한세상' 아파트로 잘 알려진 건설사죠.

DL이앤씨가 자회사 DL건설을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기 위한 포괄적 주식교환을 진행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멀쩡히 있던 DL건설을 상장폐지하고 DL이앤씨 주식을 나눠준다는 건데,

기존 주주들에겐 호재인지 악재인지, 앞으로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취재기자와 자세히 알아봅니다.

부동산부 방서후 기자 나와 있습니다.

방 기자, 우선 이번 주식교환. 어떤 식으로 이뤄지는 겁니까?

<기자>

DL이앤씨에 따르면 회사는 DL건설 주주들에게 1대 0.37의 비율로 신주를 발행해 주기로 했습니다. 쉽게 말해 DL건설 한 주당 DL이앤씨 0.37주를 준다는 거죠.

현재 DL건설의 총 발행주식수가 2,205만주, 여기서 DL이앤씨가 보유한 물량과 자사주를 제외한 약 795만주가 교환 대상 주식입니다.

여기에 주식교환 비율을 적용하면 DL이앤씨가 신규로 294만주를 발행해야 하는데, 신주 발행으로 인한 주식 가치 희석을 막기 위해 DL이앤씨는 이 294만주만큼 자사주를 소각할 예정입니다.

그런데 DL이앤씨가 보유한 소각 가능 자사주는 약 126만주 뿐입니다. 신주 발행 예정량보다 168만주 넘게 부족하기 때문에 향후 석달 간 자사주를 추가 매입해야 합니다.

정리하면 DL이앤씨는 먼저 2024년 1월18일까지 자사주 약 168만주를 매입하고, 이 매입한 자사주는 다음달인 2월8일 소각합니다.

그 다음 2월14일 주식을 교환해 마무리하는 일정입니다. 이 과정을 통해 DL이앤씨는 DL건설을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고, DL건설은 상장폐지한다는 계획입니다.

<앵커>

과정이 복잡한데, 굳이 왜 하는 건가요?

<기자>

DL이앤씨 측은 이번 주식교환에 대해 모회사와 자회사의 동시 상장으로 인한 저평가 요인을 해소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DL이앤씨의 주가수익비율(PER)과 주가순자산비율(PBR)은 각각 3배, 0.3배 수준으로 동종업계에서 가장 낮은 상황입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는 두 회사의 관계를 먼저 살펴봐야 하는데요.

DL이앤씨는 대림산업의 건설사업부가 인적분할해 상장한 회사입니다.

반면 DL건설은 지난 1976년 증시에 상장한 삼호주택이 경영 악화로 훗날 대림그룹에 인수됐고, 지난 2021년 지금의 이름이 됐습니다.

즉, 두 회사는 DL그룹의 계열사이면서 같은 사업을 하고 있지만 전혀 다른 회사입니다.

그런데 이 DL이앤씨가 인적분할 과정에서 DL로부터 받은 DL건설 지분이 63%였습니다.

자회사는 자회사지만 DL건설이 번 돈 중 63%만 DL이앤씨가 가져갈 수 있었다는 거죠.

이번 주식교환을 통해 지분율이 100%로 늘면 DL건설이 번 돈을 모두 DL이앤씨의 수익으로 계산할 수 있게 됩니다.

<앵커>

그럼 DL이앤씨 주주들에게 호재인 거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DL이앤씨 입장에서는 DL건설의 시가총액과 DL이앤씨 보유 지분 가치, 상장 자회사에 대한 할인율을 감안하면 약 800억 원의 가치를 재평가 받을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특히 현금 활용성이 높아질 전망인데요.

DL건설이 보유 중인 순현금 규모만 약 3,700억원, DL이앤씨는 별도 기준 7천억원 정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DL건설이 완전 자회사로 편입되면 DL이앤씨는 1조원을 웃도는 순현금 여력을 갖게 되는 셈이고요.

이에 따라 DL이앤씨 주주들이 받을 수 있는 배당도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옵니다.

아직 내년 이후 배당 정책은 발표된 바 없지만 회사가 현재 지배주주지분순이익의 10%를 재원으로 현금 배당금을 지급하고 있다는 걸 감안하면,

DL건설 편입 이후 기존 비지배주주지분순이익을 포함하면서 배당금이 확대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배당 상향이 없다고 해도 최근 DL이앤씨가 진행 중인 친환경 신사업 투자 재원이 늘어난다는 점에서 기존 주택사업에서 번 돈을 깎아먹는 식의 실적 악화 요인은 줄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DL건설 주주들에겐 어떻습니까?

<기자>

어제(23일) 종가 기준 DL이앤씨 주가가 3만2,950원, DL건설은 1만2,030원입니다.

시가총액은 DL이앤씨가 1조2,750억원, DL건설은 2,653억원.

그냥 숫자만 봐도 DL건설 주주 입장에서는 싼 걸 내주고 비싼 걸 얻는 느낌이 들죠.

특히 최근 금리가 급등하고 미분양 발생 위험이 높아지면서 자금을 조달할 때 중소형사들이 더 불리한 상황인데요.

DL이앤씨를 100% 모회사로 두게 되면 신인도가 개선돼 이런 금융 비용 절감은 물론, 증시 상장에 따른 비용도 아낄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그리고 앞서 말씀드린 DL이앤씨 기업 가치 증가라든가 주주들에게 기대되는 배당 상향, 이런 이벤트들이 결국은 DL이앤씨 주식을 받는 DL건설 주주들에게도 해당되는 내용이잖아요?

따라서 이번 주식교환이 중장기적으로는 DL이앤씨와 DL건설 주주 모두에게 이익이 될 수 있다고 증시 전문가들은 강조했습니다.

<앵커>

중장기적인 관점에서는 그렇고, 당장은 어떻게 대응해야 주주들에게 유리한가요?

<기자>

우선 주식을 받는 쪽이 DL건설 주주들이기 때문에 주식교환에 반대 의사를 밝히고 회사에 주식을 매수해달라고 요구할 수 있습니다.

주식매수청구권이라고 하죠.

DL건설은 오는 12월21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주식교환을 위한 특별결의를 진행하는데, 반대 의사를 밝힐 주주들은 전날인 20일까지 반대표를 던져야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건 회사가 매수해줄 가격이 주당 1만1,613원입니다.

지금 현재 DL건설 주가가 1만2천원 수준인데 주식교환을 반대할 거라면 차라리 지금 파는 게 유리하겠죠. 반대로 주식교환에 찬성한다면 그냥 가만히 있으면 됩니다.

그리고 DL이앤씨 주주들은 교환 비율인 1대0.37을 감안하면 단기적으로는 DL이앤씨를 팔고 DL건설을 매수하면 차익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DL이앤씨의 23일 종가 기준 DL건설 적정 주가는 1만2,205원인데 현재 DL건설이 그보다 싼 가격에 거래되고 있죠.

여기서 DL이앤씨를 팔고 DL건설을 매수하면 DL건설 한 주당 175원의 수익이 발생한다는 계산입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방서후 기자 shbang@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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