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연변이 양성 폐암도 '면역항암제' 효과 있다

이명환 2023. 10. 24.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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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서울병원 안명주·박세훈 교수팀
면역항암제 병용요법의 유효성 입증
"면역항암치료 적응증 확장…새 길 제시"

돌연변이 양성 폐암에서 면역항암제를 사용한 새로운 치료법이 임상적 유효성을 입증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삼성서울병원은 혈액종양내과 안명주, 박세훈 교수 연구팀과 대한항암요법연구회(KCSG) 소속 국내 15개 기관 연구진이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GFR) 및 역형성 림프종 인산화효소(ALK) 변이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면역항암제를 활용한 면역-화학 병용요법의 임상적 효능을 밝힌 최초의 3상 임상시험 결과를 발표했다고 24일 밝혔다. 임상 결과는 종양학 분야 세계 권위 학술지인 '임상종양학회지(JOURNAL OF CINICAL ONCOLOGY)'에 공개됐다.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뚜렷한 폐암은 표적항암제로 치료하는 게 일반적이다. 국내에 많은 EGFR, ALK 변이 양성 환자에서 1차 치료제로 티로신키나아제 억제제(TKI)를 쓰는 게 대표적이다. 문제는 환자에서 효과가 나타나더라도 TKI 억제제의 내성을 피할 수 없다는 것. 이후 치료의 대안으로 면역항암제를 꼽기도 하지만, 유전자 돌연변이가 없는 다른 비소세포 폐암 환자에 비해 제한적인 임상적 효과는 풀어야 할 과제였다.

연구팀은 면역항암제와 항혈관억제제, 항암화학 병용요법에서 실마리를 찾았다. 표적항암치료 이후 흔히 쓰는 백금 기반 항암치료에 면역항암제를 항혈관억제제와 함께 더하면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이란 기대에서다.

연구팀은 국내 16개 의료기관에서 모집한 EGFR 변이 환자 215명과 ALK 변이 환자 13명 등 총 228명을 무작위로 나눈 뒤 환자군을 둘로 나눠 치료 전략을 다르게 했다.

한쪽에는 면역항암제인 아테졸리주맙과 치료 효과를 증진시키는 베바시주맙, 기존 백금 항암 치료법에서 쓰이는 파클리탁셀, 카보플라틴을 추가했다. 다른 한쪽에는 표적항암제 이후 표준 치료방식인 페메트렉시드에 카보플라틴 또는 시스플라틴을 병용 투여하고 두 집단의 예후를 비교 분석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암의 치료 반응률은 면역항암제 병용 투여 때 69.5%로 기존 치료군 41.9%보다 높았다. 또, 무진행 생존 기간도 면역항암제 병용 투여군이 8.48개월, 기존 치료군 5.62개월로 병의 진행 위험 역시 38%가량 낮게 평가됐다.

이러한 경향은 면역항암제의 효과를 가늠하는 지표인 PD-L1의 발현율이 증가할수록 함께 상승하는 경향을 보였다. 아울러 루닛의 인공지능(AI) 바이오마커 '루닛 스코프'로 확인했을 때 종양침윤림프구의 밀도가 높았던 경우에도 비슷한 효과가 확인됐다. 이를 통해 치료에 반응을 보일 대상을 확실히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해당 연구는 최근 열린 유럽임상종양학회(ESMO)에서도 '최신 임상연구 초록(Late-breaking Abstract)'으로 채택, 학회 발표와 동시에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학회지인 임상종양학회지에 실시간으로 공개되는 등 학계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돌연변이 폐암 환자에서 해당 치료가 '새로운 치료방법'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도 그만큼 커졌다는 게 병원 측의 설명이다.

이번 논문에서 1저자로 참여한 박세훈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폐암이란 큰 병과 싸우면서 내성을 경험한 환자들은 절박한 심정으로 새로운 치료를 찾게 된다"면서 "어려운 길임은 분명하지만, 여전히 암과 싸울 치료 옵션이 있다는 희망을 주고자 연구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연구를 담당한 안명주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새 치료 전략이 유효하다는 것을 입증해 더 많은 환자에게 기회를 줄 수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라면서도 "늘어난 약제만큼 심각하진 않더라도 부작용 우려를 완전히 배제하기 어려운 만큼 더욱 안전하고 정교한 방법으로 환자를 선별해 치료할 수 있도록 연구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안명주(왼쪽), 박세훈 교수팀. [사진제공=삼성서울병원]

이명환 기자 lifehw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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