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 '고용 호조 성장' 韓 뚜렷…성별격차 美 수준 감소시 노동공급 연 152만명↑

서소정 2023. 10. 24. 12: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은 "사회적 통념 변화로 女 노동공급 확대"
노동생산성 증가세는 둔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경기회복 과정에서 고용률이 빠르게 상승하는 '고용 호조 성장' 현상이 우리나라에서 여성을 중심으로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연령별 여성 경제활동참가율 상승 추세가 향후 10년간 이어져 성별 경제활동참가율 격차가 미국 수준으로 줄어들 경우 노동공급은 향후 30년간(2023~2052년) 연평균 152만명 늘어날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은행은 24일 'BOK 이슈노트: 팬데믹과 고용 호조 성장(Job-rich-recovery)' 보고서에서 "장기간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근로자의 선호, 근무여건, 산업구조 등이 급변하면서 고용 호조 성장 현상이 주요 선진국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런 변화는 과거 경기회복기에 고용 회복이 부진해 '고용 없는 성장(Jobless recovery)' 현상이 등장했던 상황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라는 평가다.

한은은 팬데믹 이후 고용 호조 성장 현상의 주요 원인으로 ▲대면 서비스업의 빠른 회복 ▲근로시간 감소 ▲근로조건 유연화와 사회적 통념 변화 ▲노동 비축 총 4가지를 꼽았다.

우선 사회적 거리두기로 대면 서비스업이 가장 큰 타격을 받았지만, 해당 일자리는 학력이나 기술요건이 상대적으로 낮아 노동수급 미스매치가 높지 않은 데다, 대면서비스업의 평균 임금이 낮아 유보임금(최소한으로 받고자 하는 임금 수준)이 낮다는 점에서 노동시장이 빠르게 회복되는 데 기여했다.

또 취업자수는 팬데믹 회복 과정에서 크게 증가한 반면 근로시간은 팬데믹 충격으로 급락한 후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으며, 이는 결과적으로 취업자수를 늘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노동공급량은 총근로시간(총 취업자수×1인당 평균 근로시간)으로 정의할 수 있는데, 근로시간이 줄어들면 노동공급량을 유지하기 위해 취업자수가 늘어나야 한다. 한은 시뮬레이션 결과 근로시간 감소로 인한 취업자수 증가 효과는 지난 2020년1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평균 93만명으로 추정됐다.

팬데믹을 거치며 근로조건 유연화와 사회적 통념이 빠르게 변했다는 점도 주요 변화다. 팬데믹 이전 기혼 여성의 유연근무제 활용 비중은 지난 2019년 14.4%였으나 2021~2022년 중에는 20%를 상회했다. 특히 재택근무 활용은 팬데믹 이전 대비 7배 이상 증가했다. 감염병 확산 이후 불가피하게 늘어난 남성의 육아 분담이 부부 맞돌봄 문화로 확산되며 육아 분담에 대한 사회적 통념도 변하고 있다는 평가다.

한은 조사국 오삼일 고용분석팀장은 "팬데믹 이전 대비 여성 고용률과 경제활동참가율은 각각 1.7%포인트 1.3%포인트 상승한 반면 남성 고용률은 0.3%포인트 상승하고 경제활동참가율은 0.7%포인트 하락했다"며 "특히 육아 부담이 있는 유자녀 여성의 고용률 상승이 무자녀 여성보다 상대적으로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타이트한 노동시장, 산업간 미스매치 증가 등으로 인력난을 겪는 기업들이 기존 취업자의 고용을 유지하려는 경향도 이같은 변화에 한몫한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한은은 고용 호조 성장 현상이 여성 중심으로 노동공급 기반이 확대된 점은 긍정적이나, 고용 재조정이 원활히 이뤄지지 못한 채 노동시장이 빠르게 회복한 것은 노동생산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판단했다.

오 차장은 "노동시장 회복 과정에서 산업간 고용재조정 규모는 크게 하락했고 상대적으로 생산성이 낮은 인력들이 많이 유입되면서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팬데믹 이전 대비 낮은 수준"이라며 "일반적으로 경기침체를 거치면서 저생산성 산업에서 고생산성 산업으로 고용이 이동하고, 이런 고용재조정은 노동생산성 증가를 이끌게 되는데 산업간 고용재조정의 기여도가 크지 않았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노동생산성 증가에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