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국가 소문난 이 나라, 여성들 하루 쉰다…총리도 "파업"
‘성 평등 천국’으로 일컬어지는 아이슬란드에서 24일(현지시간) 여성들이 직장 내 임금 격차 등에 반대해 총파업에 돌입한 가운데 아이슬란드의 여성 수반인 카트린 야콥스도티르 총리(47)가 “파업에 동참한다”고 밝혔다.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아이슬란드 공공부문 최대 노조인 공공근로자연맹은 이날 “성별 임금 격차와 성폭력 등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여성들이 24시간 유·무급 노동에서 손을 떼는 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파업의 또 다른 주최자인 아이슬란드 정치인 드리파 스나이달은 “여성들에게 알린다. 이날 하루는 쉬세요”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야콥스도티르 총리는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아이슬란드 여성들에게 연대를 보여주기 위해 나도 오늘 일을 하지 않는다. 집무실을 닫고 내각 회의도 열지 않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우린 아직 완전한 성 평등이라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면서 “우리는 2023년에는 용납할 수 없는 임금 격차, 성폭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이는 이번 정부의 최대 과제”라고 말했다.
NYT는 “아이슬란드는 전 세계에서 손에 꼽는 평등 국가지만,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여성이 남성보다 집안일과 육아 등 신체적, 정신적 부담을 더 많이 떠맡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아이슬란드는 세계경제포럼(WEF)이 매년 집계하는 남녀 성별 격차 지수에서 14년 연속 1위를 올랐다. 경제·정치·사회 부문 등에서 남녀의 상대적 격차가 가장 작은 나라로 꼽혔다. 그런 아이슬란드조차 “직군에 따라 여성의 소득은 남성보다 최대 20% 적다”는 게 아이슬란드 통계청의 설명이다.
아이슬란드어로 ‘크벤나프리(Kvennafrí·여성의 날)’라고 부르는 10월 24일은 1975년 아이슬란드 여성들이 벌였던 총파업을 기념하는 날이다. NYT의 당시 기사에 따르면 당시 시위는 아이슬란드 사회에 적잖은 파문을 일으켰다. 전국적으로 2만 5000명의 여성이 수도 레이캬비크의 시위에 동참하면서 극장·언론사·학교 등이 문을 닫았다. 여성 승무원들의 동참으로 국영 항공사가 운항을 중단했고, 전업주부들도 육아·가사 노동을 거부하고 시위에 참여해 이날 자녀를 회사에 데리고 출근하는 남성들이 많았다고 한다.
이 시위는 1980년 세계 최초의 여성 수반인 비그디스 핀보가도티르 대통령 선출로 이어졌다. 내각 책임제인 아이슬란드에서 대통령은 상징적인 역할을 하지만, 전 세계에서 민주적 선거로 여성 수반이 선출된 건 이때가 처음이었다. 아이슬란드는 2018년에는 성별에 따른 ‘동일 노동, 동일 임금’ 입증 책임을 기업과 정부 기관에 부여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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