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카카오는 혁신이었을까②

신범수 2023. 10. 24.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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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간의 관심은 위기의 카카오가 카카오뱅크 지분을 강제매각 하게 될지, SM엔터테인먼트 인수합병은 무산될지, 기업으로서 카카오의 어두운 앞길을 조명하고 있지만 필자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그렇게 우리 국민 수천만 명의 정보를 손에 쥔 다음, 택시에서 대리운전으로, 퀵서비스, 주차장 사업으로 확장한 카카오의 관심사는 오직 기존 사업자들의 궤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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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의 목적지는 수단 가리지 않는 돈벌이였나
이제 우리는 카카오에 무엇을 기대할 수 있나
김범수 창업자는 사회의 질문에 답해야 한다

세간의 관심은 위기의 카카오가 카카오뱅크 지분을 강제매각 하게 될지, SM엔터테인먼트 인수합병은 무산될지, 기업으로서 카카오의 어두운 앞길을 조명하고 있지만 필자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사업상 ‘꼭 필요하게’ 된 어떤 일을 쟁취하기 위해 불법 행위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의사결정이 그 회사 수뇌부에서 합의될 수 있었다는 사실에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그것도 넘지 말아야 할 최후의 선, 주가조작. 이 악질적 범죄를 결행할 수 있을 정도로 그들은 혁신, 혹은 한때 선망의 대상이었던 기업을 일궜다는 자긍심 같은 것에서 한참 멀어졌던 것이다.

아직 실체가 모두 드러나지 않았지만 김범수 창업자의 복심이라 불리는 투자총괄대표가 “객관적 사실관계는 상당 정도 규명된 것으로 보인다”는 법원 판단을 받아 구속된 지금, 우리는 카카오에 씌워줬던 혁신의 월계관을 뼈아프게 거둬들여야 할 상황에 직면했다.

사실 징후는 여러 번 있었다. 1위 포털사이트였던 다음(Daum)을 인수한 뒤, 구글은커녕 네이버를 견제할 대항마로도 키우지 못한 능력의 한계를 부인할 수 없다. 카카오모빌리티로 보여줄 법했던 혁신의 가능성은 골목상권만 어지럽힌 채 실패한 실험으로 귀결되고 말았다. 전 국민의 개인정보와 그것을 촘촘하게 연결하는 강력한 무기를 쥔 카카오가 골프공을 팔기 시작했을 때, 그들 내부의 혁신 에너지가 고갈됐거나 어쩌면 처음부터 그런 것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음을 자인한 게 아니었나 되짚어 본다.

카카오의 많은 서비스가 우리 생활의 편의성을 증진한 건 분명하다. 하지만 그것이 가능하게 된 근본적 디지털 환경은 카카오가 만든 게 아니다. 카카오는 최고의 혁신성으로 무장한 글로벌 기업들이 깔아준 사업 기회를 영리하게 이용했을 뿐이다. 그렇게 우리 국민 수천만 명의 정보를 손에 쥔 다음, 택시에서 대리운전으로, 퀵서비스, 주차장 사업으로 확장한 카카오의 관심사는 오직 기존 사업자들의 궤멸이었다. 독과점 지위에 오른 뒤 다양한 수수료 체계를 적용하는 약탈적 사업 모델에 집착해 온 카카오에게 지금의 위기는 예견된 수순인지도 모른다.

신 재벌이 된 카카오가 시장에서 온갖 잡음을 일으키며 괴물로 변해가는 조짐이 뚜렷해지던 지난해 초, 필자는 ‘카카오모빌리티는 혁신이었을까’라는 칼럼에서 ‘대기업 카카오는 사회의 질문에 답해야 한다’고 했었다. 자신이 창조하지 않은 디지털 환경이지만 그 위에서 제2의 혁신이라도 일궈낼 사업가 정신이 카카오에 존재하느냐고. 그 답은 주가조작이라는 배신행위로 되돌아왔다.

카카오가 다음과 카카오뱅크를 매각하고 에스엠 인수에 실패한다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하면 이 회사는 사실상 껍데기만 남게 된다. 혁신을 내세웠고 때론 성공도 했으나, 천박한 자본주의에 매몰된 플랫폼 공룡이 몰락하는 전형적 모습을 우리는 씁쓸하게 지켜보고 있다.

우리 사회는 이제 카카오에 무엇을 기대해야 하나. 어제(23일) 금융감독원에 출석해 조사를 받은 김 창업자가 결국 답해야 한다. 이 질문에 대한 그의 답을 얻는 것은, 김 창업자와 카카오가 자신들의 혐의를 벗기 위해 애써야 할 필요성보다 수백 배 이상 중요하다.

신범수 편집국장 겸 산업 매니징에디터 ans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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