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한 맛’으로 자극적인 콘텐츠 속에서 살아남기 [지역 살리는 예능①]
"젊은 시청자들, 오락성에 의미까지 담은 예능에 반응"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등장한 ‘소덕동 팽나무’는 하루에 1000여명이 찾는 관광지가 됐고, ‘박원숙의 같이 삽시다’의 배경이 된 옥천의 지역 명소들은 관광객이 약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그만큼 잘 만든 콘텐츠 속 명소들은 관광 유입을 통한 지역 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을 준다.
이런 분위기는 지역 상생에 초점을 맞춘 예능 프로그램의 지속적 제작으로 이어지고 있다. 예능 프로그램은 말 그대로, 연예 및 쇼, 오락을 목적으로 한다. 최근 데이팅, 서바이벌 등을 비롯해 갈등을 동력으로 삼는 프로그램까지 자극적인 성격의 예능물이 이어지고 있지만, 이 가운데 ‘순한 맛’으로 자극적인 예능 사이에서 살아남고자 하는 예능들도 역설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SBS는 매출이 나오지 않아 폐업 위기에 빠진 쪽박 카페를 ‘핫플’로 탈바꿈하도록 돕는 ‘손대면 핫플! 동네멋집’(이하 ‘동네멋집’)을 지난달 6일부터 시작했다. 앞서 ‘백종원의 골목식당’(이하 ‘골목식당’) ‘맛남의 광장’ 등을 선보인 것에 이어 SBS가 또 한 번 지역 상권을 살리는 ‘착한 예능’을 선보인 셈이다.
파일럿 방송 당시 서울 대학로의 미술 카페, 강원도 철원의 단풍도넛카페, 붕어빵카페 등 총 3개의 카페를 ‘멋집’으로 180도 탈바꿈 시키면서 뜨거운 화제를 모았고 정규 편성까지 따낸 케이스다. 당시 월 고정 지출비가 600만원인데 최저 월 매출이 55만원을 찍었던 대학로 카페는 재 오픈 첫날 2시간 25분 만에 일 매출 100만 원을 달성했고, 3개월 누적 매출은 1억 1999만원을 돌파했다.
최저 일 매출 2만원에 불과해, 일곱 번의 폐업을 겪은 철원 2호 카페 역시 방송을 통해 변화한 뒤 3개월 누적 매출 1억 4279만 원을 달성했고, 6개월이나 적자에 허덕였던 3호 카페는 붕어빵 카페로 변신한 이후 일 매출 목표 30만 원을 단숨에 넘어섰다. 최저 일 매출 0원이었던 이곳은, 멋집이 된 이후 3개월 누적 4612만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지난 8월31일 방영을 시작한 MBC 예능 프로그램 ‘뮤직인더트립’은 제목 그대로 싱어송라이터가 여행을 떠나 음악을 만들고 그 모습을 담는다. 이무진, 이대휘(에이비식스), 윤지성, 이진혁, 최종현(틴탑 창조), 함은정 등은 각기 전남 강진, 충북 단양, 경북 고령 등 총 세 개의 지역으로 나뉘어, 관광을 하고 음악 작업에 나선다.
현재 방영 중인 이 두 프로그램은 공통적으로 지역 경제 활성화에 방점을 찍고 있다. ‘동네멋집’의 경우 단순히 한 가게를 ‘멋집’으로 만드는 것을 넘어 주변 시장의 활성화와 관광 특수로 이어지도록 하고 있고, ‘뮤직인더트립’도 표면적으론 출연진의 여행과 음악을 만드는 모습을 관찰 형식으로 담고 있지만 전·현직 아이돌들이 관광지를 돌아다니면서 만들어낼 부수적 경제 효과까지 기대하도록 했다.
두 프로그램 모두 애초 제작 단계서부터 이 부분을 방향성으로 설정했다. ‘동네멋집’ 연출을 맡은 김명하 PD는 “철원군청에서 ‘관광객이 많이 온다’는 연락을 받았다. 멋집 2호 바로 앞에 전통시장이 있는데, 평소보다 많은 사람이 온다더라. 또 대학로에 수많은 카페가 있는데, 멋집 1호를 방문하는 분들로 뒷골목이 조명받고 있다. 카페와 같은 건물에 소극장이 두 개 있는데, 카페에 방문했다가 ‘연극이나 볼까?’하고 할 수 있는 것”이라고 프로그램이 지역 경제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에 대해 설명했다.
유튜브에서도 지역 상권 살리기 프로젝트는 계속되고 있다. 백종원은 개인 유튜브 채널을 통해 ‘백종원 시장이 되다’ ‘님아 그 시장을 가오’ ‘축지법’ 등의 코너를 선보이고 있다. 여러 코너 중 ‘축지법’은 ‘축제로 지역을 살리는 법’의 줄임말로, 최근 문화체육관광부와 손잡고 ‘금산세계인삼축제’ 지원에 나섰다.
백종원은 인삼국밥, 인삼쌀국수, 인삼소시지, 인삼고구마칩 등을 개발했고, 행사장 내 ‘백종원의 금산인삼 푸드코너’에서 판매했다. 인천에 거주 중인 김모(36)씨는 “평소 백종원 유튜브를 즐겨 보는데 ‘금산세계인삼축제’를 지원했다고 해서 직접 금산을 찾았다. 과거에 부모님을 따라 인삼축제를 찾은 적이 있긴 하지만 크게 기억에 남는 것이 없었다”면서 “이번엔 백종원의 음식도 맛보고 금산에 괜찮은 오토캠핑장이 있다고 해서 겸사겸사 즐기고 왔다”고 말했다.
백종원 효과는 즉각 나타났다. 금산군청에서 이번 축제를 담당한 한 관계자는 “이번 축제에는 방문객이 최종 107만명이 다녀간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백종원 대표와 함께 한 영향은 분명히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주로 중장년층이 방문했던 예년과 달리 올해 축제에 젊은 층 관광객들의 비중이 높아진 것이 그 예”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우리 농축수산물을 이용해 스타들이 신메뉴를 개발하고 선발된 메뉴를 전국의 편의점에서 출시하고, 도시락 판매 수익금을 결식 아동을 위해 기부하는 ‘편스토랑’은 2019년 첫 방송 이후 현재까지 인기리에 방영 중이고, 지역 시장의 대표 메뉴를 받아쓰기의 성공 보상으로 제공하면서 시장을 소개하고 있는 ‘놀라운 토요일-도레미마켓’도 2018년부터 지금까지 대중을 만나고 있다.
한 예능프로그램 작가는 “방송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단순한 ‘재미’보다 실제 생활에 긍정적인 변화를 줄 수 있는 ‘영향력’으로 쏠리고 있다. 결국 오락성에 의미까지 담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특히 요즘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상품을 소비함에 있어서 사회적인 의미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예능 프로그램도 이러한 트렌드를 따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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