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의료서비스 공백, 더 커지기 전에 메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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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80년대 국내 일간지에는 정·재계 거물급 인사들이 '질병 치료를 위해 도미(渡美), 도일(渡日)'한다는 내용의 기사가 심심찮게 실렸다.
그런가 하면, 1983년 11월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방한 뉴스 중에는 심장병 투병 4세, 7세 고아 둘이 미국에서 수술받으러 전용기 에어포스원에 함께 탄다는 미담 한 자락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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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80년대 국내 일간지에는 정·재계 거물급 인사들이 '질병 치료를 위해 도미(渡美), 도일(渡日)'한다는 내용의 기사가 심심찮게 실렸다. 그런가 하면, 1983년 11월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방한 뉴스 중에는 심장병 투병 4세, 7세 고아 둘이 미국에서 수술받으러 전용기 에어포스원에 함께 탄다는 미담 한 자락도 있었다.
지난해 11월 윤석열 대통령 캄보디아 순방길에 김건희 여사가 심장병을 앓고 있는 14세 소년의 집을 방문했다는 대통령실 보도자료를 두고 빈국의 어린이를 정치홍보에 이용했다며 국내외 비난이 거셌다. 그런데 이 아이가 서울아산병원에 와서 수술받는다는 보도가 곧 이어지면서 40년 전 낸시 레이건 여사의 이 스토리가 함께 조명되기도 했다. 미담의 양상은 유사했는데 차이가 있다면 낸시 여사 일화는 2016년 3월 여사가 별세하고 ABC방송의 부고 기사를 통해 널리 알려졌다는 점이다.
여하튼, 병 고치러 외국까지 가야 했고, 한국의 불우 아동들이 미국 땅을 밟기도 하던 시절이 있었다. 이제는 세계 최고 권위자 대접을 받는 명의들도 많고, 미국 유럽 어느 선진국과도 비교 안 되게 싸고 좋은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곳이 한국이다.
그렇지만 조금만 더 들여다보면 '빛 좋은 개살구'일 뿐이다. 의료진 부족으로 응급환자가 구급차를 타고 병원을 전전하다 숨지고, 부모들은 소아과 진료를 위해 밤새 줄을 서는 오픈런이 일상화돼 있다. 외과·산부인과·응급의학과 등 필수과 의사는 부족하고, 사설 병원은 많아도 갈 만한 곳은 드물며, 전국적으로 국공립 병원은 수도 적고 경영난에 존폐 위기를 겪고 있다. 그나마 서울과 지방 대도시가 사정이 좀 낫다 하나 '서울 큰 병원'으로의 쏠림은 엄청나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 5대 병원 원정 진료' 현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5년(2018~2022년) 동안 비수도권에 거주하는 암 환자 103만명이 서울 5대 병원(서울대·서울아산·서울성모·신촌세브란스·삼성서울)에서 진료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와 보호자들은 수백㎞씩 장거리를 이동하거나, 병원 근처 고시원, 오피스텔에 지내며 '환자촌'을 형성하고 있다.
'응급실 뺑뺑이'와 '소아과 오픈런', '서울 환자촌'을 줄일 수 있는 방안으로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 '의대 정원 확대'다. 정부는 지난 19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필수의료 혁신전략회의를 통해 2006년 이후 18년째 3058명으로 묶여 있는 의대 입학정원을 2025년도 대학입시부터 늘리겠다는 방침을 제시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2.1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3.7명)에 못 미친다. 의사 배출 규모(국내 의대 졸업자)도 2021년 인구 10만명당 7.3명으로 OECD 평균(14명)의 절반에 그쳤다. 2025년부터 매년 1000명씩 정원을 늘려도 2035년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3.49명으로 OECD 평균(4.5명)에 못 미친다.
그러나 의료계는 그동안 요구해왔던 외과·소아청소년과 등 필수과의 의료수가 획기적인 인상, 의료사고 법적 부담 완화 등이 우선이라며 의대 정원 확대에 반대하고 있다. 정부와 의료계는 "지금 해도 늦다"는 목소리를 외면해선 안 된다. 국민의 생명을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을 앞지를 수 있는 명분은 없다.
김종화 콘텐츠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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