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 '렉라자', 병용 이어 단독으로도 타그리소에 '판정승'
mPFS 18.5개월, 타그리소보다 2달 길어
직접 비교 아니지만 경향 확인에 의의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은 '절반의 성공'
타그리소 대비 뚜렷한 개선은 아직 미확인
안전성 면에서도 이상반응 비율 더 높아
유한양행의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가 기존의 표준 치료제인 아스트라제네카(AZ)의 '타그리소(오시머티닙)'에 판정승을 거뒀다. 처음으로 각 약품의 단독군이 함께 포함된 임상이 진행된 가운데, 더 높은 효능을 보였다는 경향성이 확인됐다.
23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2023 유럽종양학회(ESMO 2023)'에서는 유한양행이 렉라자를 기술 수출한 존슨앤드존슨(J&J) 이노베이티브 메디슨(구 얀센)의 표적 항체 치료제 '리브리반트(아미반타맙)'과의 병용 임상 '마리포사(MARIPOSA)'의 결과가 조병철 연세-유일한 폐암연구소장의 입을 통해 공개됐다.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이 타깃으로 하는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GFR) 비소세포폐암 변이 치료 시장은 미국 국가 종합 암 네트워크(NCCN)가 타그리소를 최선호 요법으로 제시하는 등 타그리소가 표준 요법으로 시장을 이끌어왔다. 이에 J&J와 유한양행은 타그리소와의 진검승부를 위해 이번 마리포사 임상의 대조군으로 기존의 표준 치료법인 타그리소 단독군을 설정하고 임상을 진행해왔다
학회 초록이 이미 공개돼 임상의 주요 결과의 윤곽이 드러난 가운데 이날 현장 발표에서는 초록에 담기지 않은 세부 내용에 대한 언급이 이뤄졌다. 세부 내용 중 가장 관심을 끈 건 렉라자 단독군의 결과와 임상의 부작용 데이터들이었다.
이번 임상은 단순히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군과 타그리소 단독군의 비교뿐만 아니라 렉라자 단독군 역시 병용요법의 효능을 파악하기 위한 비교군 중 하나로 포함돼 진행됐다. 총 1074명의 임상 참여 환자들은 각각 429명, 429명, 216명으로 2대 2대 1 비율로 각 군에 편성됐다.
그 결과 렉라자 단독군의 무진행 생존 기간 중앙값(mPFS)은 18.5개월로 타그리소 단독군의 16.6개월보다 두 달 가량 길게 나타났다. 무진행 생존 기간은 해당 치료를 받은 후 암이 더는 악화·재발하지 않은 기간을 뜻한다. 치료 환자의 전체 생존 기간(OS)과 더불어 항암제 효능 평가의 핵심 지표로 꼽힌다.
기존에도 렉라자는 단독 요법의 승인을 위해 이뤄진 '레이저(LASER) 301' 임상에서 20.6개월의 mPFS로 타그리소의 18.9개월(플라우라(FLAURA)1) 대비 비슷한 수준의 mPFS 연장 효과를 보였다. 하지만 레이저301은 3세대 EGFR 티로신 키나아제 억제제(TKI) 제제로 이미 표준요법으로 자리 잡은 타그리소가 아닌 1세대의 '이레사(게피티닙)'를 대조군으로 활용해 실제로 타그리소를 넘어서는 효과를 확인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이어져 왔다.
이번 임상 역시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 요법의 효능을 확인하기 위해 설계된 임상인 만큼 타그리소·렉라자 단독군을 서로 비교하는 건 과학적으로 엄밀한 분석은 아니다. 그렇더라도 어느 정도의 경향성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후속 임상 등을 통해 실제 차별성을 입증해 낼 가능성도 열려있다. 박병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타그리소와 비교 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에 p값(통계적 유의성)은 없다"면서도 "동일 임상에서 2개 단독군이 실험된 최초 사례이고, 경제성을 고려했을 때 렉라자 단독요법의 입지 또한 확대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마리포사 임상 전체로는 1차 유효성 지표인 mPFS가 병용군 23.7개월로 타그리소 단독군 16.6개월 대비 질병 진행 및 사망의 위험(위험비)을 30% 낮춘 것으로 확인되면서 '절반의 성공'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AZ가 렉라자를 따돌리기 위해 준비한 타그리소와 화학 항암 병용요법 임상인 '플라우라(FLAURA)2' 임상 대비 차별적인 결과를 내진 못하면서 전투에는 이겼지만 전쟁의 승패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플라우라2에서 타그리소·화학 항암 병용은 mPFS가 25.5개월 또는 29.4개월(독립적 중앙 검토위원회 평가 결과)로 나왔다.
하지만 이번 마리포사 임상의 mPFS는 플라우라2 임상을 뛰어넘는 효능을 보이지는 못한 상태다. 현재 공개된 mPFS가 유사한 상황에서 플라우라2 병용 대상이 독성이 심각한 화학 항암요법이기는 하지만 마리포사 병용 역시 먹는 약인 렉라자와 타그리소와 달리 리브리반트가 병원을 방문해 주사를 맞아야 하는 정맥주사(IV) 제형이라는 점에서 두 요법 간의 특별한 편차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장의 눈높이(mPFS 25개월 이상)에 미달했다"고 평가한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병용요법 PFS 이점 7개월로 PFS만으로는 승패를 자신하기 어렵다고 판단된다"며 "결국 OS가 중요한데 이를 판단하기까지는 꽤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OS 면에서는 중간 분석에서 병용군이 타그리소 단독군 대비 위험비 80%로 유리한 경향을 나타냈고, 해당 약물 치료 후 2차 치료에서의 PFS를 뜻하는 2차 무진행 생존기간(PFS2) 역시 병용군이 타그리소보다 위험비를 25% 낮춘 것으로 나타난 만큼 여기서 격차가 확인된다면 승기를 잡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안전성 면에서도 타그리소 대비 뒤지는 결과가 나타났다는 점은 불안 요소로 꼽힌다. 3등급 이상의 이상 반응이 병용군에서 75%로 타그리소의 43%대비 높게 나타났고, 심각한 이상 반응(SAEs)도 49%대 33%로 병용군에서 높은 양상을 보였다. 모든 약제 투여를 중단한 환자의 비율도 병용군이 10%로 타그리소의 3%보다 더 높게 나타났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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