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한 모금]AI작가, AI종교인…챗GPT 한계는?

서믿음 2023. 10. 2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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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 그 자체로 책 전체 내용을 함축하는 문장이 있는가 하면, 단숨에 독자의 마음에 가닿아 책과의 접점을 만드는 문장이 있습니다. 책에서 그런 유의미한 문장을 발췌해 소개합니다.

챗GPT의 등장은 큰 사회 변화를 낳고 있다. 쉽고 빠른 작업의 이점도 있지만, 그런 면이 누군가에겐 위협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챗GPT가 대본 초안 마련에 이용될 움직임을 보이면서 지난 7월 미국 할리우드에서는 배우와 작가들이 방송에서의 AI 활용에 반대해 총파업을 선언했다. 인간 고유 영역이라 여겼던 종교에서조차 '주님AI' '스님'AI'가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챗GPT의 영향에서 자유로운 분야는 존재하지 않는 모습인데, 그런 챗GPT는 어떤 미래를 그려낼까. IT커뮤니케이터이자 챗GPT 전문가인 김덕진 소장은 종교(우희종), 노동과 교육(이상호), 산업(김병관), IT 개발(류덕민) 등 각 영역 4명의 전문가와 함께 AI 시대 위기와 도전에 처한 인간의 미래에 관해 이야기한다. 네 번째 대담에선 유튜브 ‘검정복숭아’ 채널을 운영하는 크리에이터 송태민(어비)과 함께 지금의 위기를 기회로 바꿀 인간의 창의성을 어디서 찾을지 이야기하며, 인간이 지워지지 않고 다시 선명해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한다.

생성형 AI로 인한 충격은 한국보다는 실제로 AI가 일자리를 위협하고 있는 영어권 국가에서 더 심각하게 다가오고 있다. 일례로 지난 6월부터 2007년 이후 15년 만에 미국의 방송 작가 조합이 창작에서의 생성형 AI 이용에 관해 반발하며 시위에 나섰다. 실제로 넷플릭스 같은 OTT에 콘텐츠 납품을 하는 기업 내의 작가들의 수 가 확 줄었다. 대신 OTT 드라마의 대본 초안을 만들어주는 프롬프트 엔지니어들이 한 편당 500만 원을 받고 넷플릭스 대본의 기초 구성을 만들어주고 있고, 일부 작가들은 AI가 만들어준 초안에 관해 수정·보완 업무를하며 낮은 사례비를 받고 있다. - p.14, 「서문」 중에서

앞으로 AI에게 자아가 생길 수 있을까? 지금 거론되는 생성형 AI에서는 불가능한 얘기다. 챗GPT에게는 자각이란 게 없기 때문이다. 현재 AI 모델들은 전 세계 사람들이 어떤 문제에 대해 생각하는 평균치를 알려준다고 보면 된다. 그러나 기능적으로는 불가능한데 그걸 바라보는 사람이 진짜 신을 보듯 챗GPT를 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한다. 인간은 의인화를 잘하는 존재다. 실제로 구글에서 해고됐던 사람 중 한 명이 챗봇 AI 람다(LaMDA) 관련해서 이런 얘기를 했다. “신과 내가 대화하는 것 같았다.” - p.28, 「생성형 AI를 이해하기 위한 핵심 키노트」 중에서

그럼 지금 이 변화를 가장 걱정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모두가 예상하듯 종교 지도자들이다. 목사님과 스님, 신부님 너나 할 것 없이 마치 종교 지도자가 메시지를 정리해서 전달하는 것과 비슷한 형태로 빠르게 무언가를 이야기해주는 미지의 존재는 놀랍고 두려움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주님AI는 구텐베르크의 인쇄술이 소수의 종교 지도자들이나 권력층만 소지할 수 있었던 성경을 모두가 소지할 수 있게 만들어준 것에 비견될 정도로 급진적인 변화다. 인쇄술의 보급은 종교개혁의 시발점이 되었다. - p.35, 「AI와 종교의 미래」 중에서

생성형 AI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인간과 컴퓨터가 지금까지는 컴퓨터의 언어로 대화했다면, 이제는 인간의 언어로 컴퓨터에게 말하면 그걸 컴퓨터가 알아듣고, 인간의 방식으로 답변을 해준다’라는 거예요. - p.45, 「AI와 종교의 미래」 중에서

즉, 인간이 종교를 믿는 본질적인 이유는 결국 ‘진리와 구원’ 때문입니다. 의인화된 ‘신’ 때문이 아닌 거죠. 저는 향후 SI가 등장하고 기술이 발달했을 때는 종교의 신화적인 형태는 많이 걷어지고, 종교가 ‘진리란 무엇인가’를 고민하는 형태로 가게 되지않을까 생각합니다. - p.50, 「AI와 종교의 미래」 중에서

낙관적인 미래학자는 AI의 도입으로 인해 새로운 일자리와 직업이 더 많이 생겨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그건 미래의 이야기이다. 적어도 현재 인간이 수행하고 있는 기존 업무와 일 상당 부분이 AI의 급습으로 인해 단기적으로 대체되거나 없어질 운명에 처해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예측이다. 산업화 시대 대량생산과 기계화의 고용효과가 주로 제조인력의 축소로 나타났다면, 인공지능의 발달은 모든 산업과 서비스 부문의 디지털 전환과 결합하면서 수집, 분류, 분석, 체계와 평가로 이어지는 대부분의 노동과정을 기계가 대체하는 상황을 만들고 있다. - p.74, 「AI와 노동의 미래」 중에서

그래서 최근 저의 가장 큰 관심사는 ‘AI 시대 노동시간 축소에 따라 생기는 여유시간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가?’입니다. AI가 발전하면 필요 노동량이 줄어들고 개인 노동시간이 감소하면서 자연스럽게 생산력 상승효과가 나타날 거고 사회적으로 필요한 총생산량은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럼 그 나머지 시간에 뭘 할 거냐는 거죠. 잠만 잘 순 없잖아요? 놀면 되지만, 과연 인간이 놀기만 하면서 만족할 수 있을까? 그래서 이걸 생각하는 겁니다. AI처럼 인간도 학습하는 시간을 가지면 어떨까? 지금 제가 이야기하는 학습시간은 이런 겁니다. 사용자는 일하는 시간을 늘리려고 하고 일하는 사람은 쉬는 시간을 늘리려고 하죠. 이런 상황에서 나타날 수밖에 없는 사회적 이해갈등을 조정하고 연계하는 게 교육시간입니다. - p.101, 「AI와 노동의 미래」 중에서

이미 AI는 냉정하게 말하면 돈 싸움이에요. 그러니까 결국 지금 AI 업계에서 전 세계를 대상으로 싸우려면 한 국가가 한 기업을 밀어줘도 될까 말까인 게 현실입니다. 그래서 타임지에서는 ‘AI 군비 경쟁(Arms race)’이라는 표현을 썼죠. - p.114, 「AI와 노동의 미래」 중에서

특히 대규모 SI 작업 등을 하면 기존에는 코드를 실제 물리적으로 짜는 데 시간이 걸리니까 사람이 최소 10명은 필요했는데, 여기 챗GPT가 들어가면서 속도가 엄청나게 줄어들죠. 그 사람의 실력과는 무관하게 10명이 1, 2명만 있어도 되는 상황이 만들어진단 말이죠. - p.134, 「AI와 IT 개발의 미래」 중에서

농담을 많이 하죠. ‘우리 설 자리 이제 없지’ 그런데 그럼 ‘개발자가 없어지느냐?’ 그거는 저는 아니라고 봅니다. 개발자는 계속 있을 텐데, 다음 단계의 개발자가 되겠죠. (중략) 엔지니어들의 역할로 ‘프롬프트’ 다음은 뭘까 생각해보면, 저는 리버스 엔지니어링이라고 생각합니다. 즉, 개발자는 이제 질문의 질문을 만드는 역할을 하게 되는 거죠. 쉽게 설명을 해드리면 건물 사진을 넣으면 도면이 나오는 방식들이겠죠. 그러니까 개발자가 없어질 일은 없고요. 다소 시장이 줄기는 하겠죠. 다만 줄어드는 만큼 새로운 시장이 열리긴 할 겁니다. - p.135, 「AI와 IT 개발의 미래」 중에서

저는 지금 AI에 있어서는 나이와 세대가 꽤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배민이 잘 됐던 이유도 전화를 불편해하는 세대가 생겼기 때문이니까요. 그런데 전화가 불편하지 않은 사람들은 배민의 의미를 몰랐을 것같아요. 제가 그런 걸 비슷하게 느끼는 게, 스트라이프라는 아주 유명한 미국 결제 회사가 있는데, 이걸 만든 친구들이 되게 어린 천재들이에요. 얘네한테 물어본 거예요. 왜 이걸 만들게 됐느냐? 제일 놀랐던 것 중의 하나가 “페이팔이 불편해서요”라는 얘기를 했다는 거죠. 기존 세대들 특히나 미국에 있는 사람들은 페이팔이 우리의 이 복잡한 모든 결제를 너무나도 심플하게 만들어줬다고 페이팔을 극찬하고 있었는데, 이미 태어날 때부터 페이팔을 썼던 애들은 이게 불편하다는 거예요. 우리가 MZ 다음 세대라고 말하는 알파 세대들의 인터넷에선 챗GPT와 생성형 AI가 너무 당연한 게 될 거고, 이 세대들이 페이팔이 불편해서 스트라이프를 만든 천재들처럼 무언가를 만들겠죠. 우리에게는 너무나도 신세계겠지만, 그들한테는 불편함을 해결하기 위한 그런 스타트업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 p.142-143, 「AI와 IT 개발의 미래」 중에서

밤하늘에는 반짝거리는 별이 있다. 별은 인간이 만든게 아니지만, 반짝거리는 별을 연결해 별자리라는 것을 만든 건 인간의 상상력이다. 생성형 AI가 인간에게 제공하는 콘텐츠는 밤하늘에 떠 있는 각각의 별과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을 연결해서 별자리라는 창의성을 만들어내는 건 여전히 인간의 영역이다. - p.146, 「AI와 창의성의 미래」 중에서

생성형 AI는 기본적으로 기존에 어딘가에 있는 데이터를 모으는 작업을 하는 시스템이다. 엄밀하게 말하면 완전히 새로운 것을 가져올 수는 없다는 게 지금 생성형 AI의 한계다. 인간의 위대함은 여기에 있다. 인간은 전 세계에 있는 책을 다 읽지 않아도, AI에 비해 적은 학습을 통해 완전히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생성형 AI가 수많은 콘텐츠를 우리에게 주더라도, 그 콘텐츠들이 창의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를 통해 인간은 창의적인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 있다. - p.148-149, 「AI와 창의성의 미래」 중에서

결국 창의성이란 건 인간이 가진 나만의 가치관과 고유의 생각을 얼마나 유지하고 밀어붙일 수 있냐, 버틸 수 있냐인 것 같아요. 그리고 앞으로 우리가 살 미래에는 그렇게 개인이 원래 가지고 있던 그 사람만의 명확한 가치관을 유지한 이들만이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 시대가 온 거죠. - p.152, 「AI와 창의성의 미래」 중에서

크리에이터라는 개인이 기업 하나만큼의 역량을 가질 수 있다는 게 저는 이미 시장에서 검증이 되고 있다고 봐요.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돈하고 인플루언서 마케팅에 투자하는 비용을 비교한 통계가 타임스에 실렸어요.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스타트업은 한국으로 치면 MCN 같은 거죠. 그러니까 크리에이터 개인이 아닌 그들을 관리해주는 소속사에 대한 투자 금액은 2021년도 2분기에 정점을 찍고 급속도로 추락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보더라도 MCN이나 관련 스타트업에 관한 투자는 엄청나게 줄어들고 있는 거죠. 반면에 인플루언서 마케팅 그러니까 크리에이터에게 직접 광고를 요청하고 투자하는 마케팅 비용은 계속 상승하고 있어요. - p.161-162, 「AI와 창의성의 미래」 중에서

인간이 지워진다 | 김덕진 외 3명 | 메디치미디어 | 184쪽 | 1만5000원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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