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도 디스플레이도 '비상'…인재 쟁탈전 직접 뛰어든 사장님들
2031년 반도체 인력 부족 경고
디스플레이도 2000명 인재난
최고경영자(CEO)들이 '인재 쟁탈전'에 직접 뛰어들고 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산업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지만, 인력 수급은 이를 따라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사 실무진을 넘어 CEO들은 회사의 미래 경쟁력이 우수인력 확보 여부에 달렸다는 판단하에 인재 발굴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중이다.
오는 26일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은 모교인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세미나 수업에서 특강을 할 예정이다. 최 사장이 취임 후 대학 강연을 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최 사장이 서울대를 찾는 건 대학의 우수인력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같은 날 서울대에서 캠퍼스 채용 행사인 '디스플레이 데이'를 진행한다. 삼성디스플레이의 미래제품을 전시하고, 채용 상담 부스를 꾸리는 등 학생들에게 회사 비전을 알리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인재 확보에 비상이 걸리면서 전자업계 CEO들이 주요 대학 캠퍼스를 직접 돌며 강연하는 것이 익숙한 풍경이 되고 있다.
경계현 삼성전자 DS(반도체) 부문장(사장)은 지난 5월, 6월 카이스트(한국과학 기술)와 연세대를 찾아 '꿈과 행복의 삼성 반도체, 지속가능한 미래'를 주제로 강연을 했다. 지난달엔 모교인 서울대를 찾아 같은 내용의 강연을 열었다. 경 사장은 강연마다 인재 확보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 5일 서울대 강연에서 "사람을 구하는 데 한계가 있다. 많은 인력 투자, 웨이퍼 투자하고 있고 여기(삼성전자)에 오시면 리소스(자원)가 없어서 개발을 못 하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메모리·파운드리·시스템LSI 등 부문별 사업부장(사장)들도 지난해에 이어 주요 대학을 찾고 있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도 지난 11일 카이스트에서 '초기술로 세상을 더 행복하게'라는 주제로 강연에 나섰다. 곽 사장이 대학 강연에 나서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오는 11월2일엔 모교 고려대를 찾아 공과대학 설립 60주년 기념 강연을 할 예정이다.
반도체 인력난은 하루이틀 문제가 아니지만, 글로벌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가운데 기술 인재 확보의 중요성은 점점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는 2021년 17만9000명이던 국내 반도체 인력 규모가 2031년 30만4000명으로 증가하겠지만, 3만~5만여 명에 달하는 인력 부족이 생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디스플레이 업계도 마찬가지다. 지난 4월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이 펴낸 '유망 신산업 산업기술인력 전망' 보고서를 보면 지난 2021년 하반기 기준으로 차세대 디스플레이 산업 기술 인력은 약 4만3000명이다. 부족 인력은 약 2000명으로, 석박사 부족률은 6%에 이른다. 유망 신산업에서 보이는 석박사 부족률 평균치(4.4%)보다 높다. 산업 성숙도가 높은 기타 산업보다 연구개발 고급 인력이 많이 부족하다.
주요 기업들은 미래 직원들을 양성하기 위해 대학과 손잡고 만든 계약학과에 대한 혜택도 강화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 A&M대의 인재 육성 프로그램에 100만달러(약 13억2000만원)를 투자키로 했다. 미국 텍사스대와도 파트너십을 맺고 현지 인력 양성 등을 위해 총 370만달러를 지원하기로 했다. 국내에선 전국 4곳에 반도체 계약학과를 운영 중이며 올 초 울산과기원(UNIST) 등 과학기술원 3곳에 추가로 관련 학과를 개설하기로 했다. SK하이닉스는 고려대 반도체공학과 학생들이 미국 UC데이비스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내용의 협약을 체결했다.
기업들의 채용시스템에도 변화가 생겼다. 삼성전자는 올해 처음 연구개발(R&D) 분야 외국인 경력채용을 진행했다. 국내 체류 중인 석·박사생 졸업요건 등을 충족한 외국인을 채용 대상자로 정했다. 외국인 경력공채를 해야 할 정도로 인재 부족이 심각하다는 이야기다.
한예주 기자 dpwngk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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