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김치·소주 ‘원조’ 논란 어디까지?” [K푸드 수난역사②]

임유정 2023. 10. 24.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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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업, 해외 미투 제품에 골머리
갈수록 제조·유통 수법 고도화 돼
매출 저하와 시장 확장 한계로 작용
베트남 하노이의 한 롯데마트에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이 진열돼 있다.ⓒ삼양식품

국내 식품 기업들이 최근 해외에서 유통되는 자사 모방 제품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K푸드 위상이 높아지면서 해외 현지에서 제조되는 모방 제품이 우후죽순 늘고 있기 때문이다. 제조와 유통 수법이 고도화 되면서 국내 식품 업계의 고심이 커지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K푸드 수출액은 2020년 98억 6880만 달러, 2021년 113억 7370만 달러, 지난해 119억 6230만 달러로 꾸준히 늘었다. K푸드의 인기에 힘입어 짝퉁 식품 역시 활개를 치고 있지만 현재 K푸드 복제품과 관련한 통계는 전혀 집계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국내서 특정 식품이 유행을 하면 이와 비슷한 상품이 우후죽순 생기는 현상이 가속화 되고 있다. 이름과 레시피를 교모하게 바꿔 비슷한 상품을 시장에 내놓기 다반사다. 이는 국내 식품 경쟁사끼리도 문제가 되고 있지만, 해외서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통상 이런 ‘짝퉁 식품’은 시장 1위 브랜드나 인기 브랜드를 모방해 그 브랜드의 인기에 편승할 목적으로 만들어진다. 한편으론 시장을 확장시키는 순기능도 있지만 경쟁사간 소송전과 비방전 등 부작용이 상당해 업계에선 오랜 골칫거리로 통한다.

업계에서 두고두고 기록될 만한 사례도 수두룩하다. 중국의 다리식품에서 만든 초코파이가 대표적이다. 해당 제품은 우리나라 오리온의 초코파이와 비슷한 겉모양과 맛에 저렴한 가격을 내세웠다. 여기에 스타 마케팅까지 더하며 후발주자가 원조의 발목을 잡았다.

최근에는 라면 문제가 심각하다. 중국의 수많은 라면 회사들이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을 고스란히 카피한 제품을 내놓은 사실이 한국에 알려지면서 도마 위에 올랐다. 봉지 디자인부터 색감까지 원조 제품과 구분이 되지 않게 제품을 내놓아 한국 네티즌들에게 큰 비난을 받았다.

일본 라면 시장 1위 기업인 닛신 역시 ‘야키소바 볶음면 한국풍 달고 매운 까르보’와 컵라면 ‘야키소바 U.F.O. 볶음면 진한 한국풍 달고 매운 까르보’를 출시해 국내 소비자의 눈총을 받았다. 맛은 물론, 분홍색과 캐릭터를 활용한 포장 디자인까지 삼양식품의 ‘까르보 불닭볶음면’을 연상시켰다.

순하리ⓒ롯데칠성음

동남아에서는 과일 소주 열풍을 몰고 온 국내 소주 기업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현지 대형 주류업체들이 너나할 것 없이 한국식 이름을 달고 ‘미투 소주’를 내놓고 있어서다. 일부 제품은 태극기를 이용해 한국 제품인 것처럼 홍보를 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관계자에 따르면 10년 전만 해도 동남아시아에서 한국 술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한국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관광지나 한국 식당에서 일부 소주 제품을 들여놓는 정도였다. 이 때문에 동남아 관광 시 필수 준비물로 ‘팩소주’를 챙겨 가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러나 롯데칠성음료의 처음처럼 순하리와 하이트진로의 자몽에이슬 이후 동남아시아 주류 시장 판도가 크게 바뀌었다. 국내에서는 ‘반짝 인기’에 그쳤지만 동남아에선 한류에 관심이 많았던 젊은 층을 중심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며 스테디셀러가 됐다.

문제는 갈수록 한국 기업들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는 것에 방점이 있다. 과일소주는 제조 과정이 그다지 복잡하지 않아 쉽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해 현지 주류 유통망을 쥐고 있는 대형 업체들이 과일 소주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미투 소주’만 10여 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미투 상품의 경우, 비단 술 뿐만 아니라 다른 제품군에서도 매출감소가 가장 문제가 된다”면서 “이 외에도 아무래도 퀄리티 측면에서 원조 제품 대비 떨어지다 보니 소비자 부정적 인식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 시장 확대의 한계가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우리나라 전통 식품인 김치는 미투를 넘어 원조 논란으로 까지 번진 유명한 사례로 손 꼽힌다. 그간 중국 정부는 ‘김치의 원조는 파오차이’, ‘김치 종주국은 중국’이라는 허무맹랑한 주장을 잇따라 펼치면서 우리 국민의 분노를 자극해왔다.

중국은 대대적인 정부 지원과 물량공세를 통해 ‘세계화’를 추구하면서 한국의 입지를 무너뜨릴 기세다. ‘김치 종주국’으로서 한국이 김치전쟁에서 주도권을 뺏기지 않으려면 범정부 차원의 ‘김치 로드맵’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일본의 ‘기무치’도 이유와 명분을 내세우며 끊임없이 한국의 김치수출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2013년 김치의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등재가 확실시되면서 일본의 ‘기무치가 원조’라는 꼼수는 설 자리를 잃게 됐지만 여전히 일부 유튜버 등을 중심으로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정희 중앙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비슷한 제품이 우후죽순 생기다 보면 시장이 커지기도 하지만, 다같이 공멸해 버릴 수도 있다”며 “특히 아류들이 많아지다 보면 전체 시장의 물을 흐리고 부정적인 인식을 만들어 시장을 축소 시킬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그는 “이를 막고 한국 기업들의 자산을 지키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에서 다양한 예방책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며 “기업들 역시 소비자들의 선호도를 유지하기 위해 원조 제품을 퀄리티있게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로고에서 메뉴‧인테리어까지’ 가짜 프랜차이즈‧한식당도 몸살 [K푸드 수난역사③]>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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