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9 참사 다큐 ‘크러쉬’ 한국서도 봐야 할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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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29일은 비극의 날이었다.
롤링스톤은 "현장 탐사와 사후 조사뿐 아니라 사회 문제도 끈질기게 분석했다면 3부작으로도 제작 가능했을 다큐 시리즈"라면서 "'크러쉬'는 진상 규명을 위한 가치 있는 노력이자 참사로 친구나 가족을 잃은 이들을 위한 플랫폼"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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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29일은 비극의 날이었다. 서울 이태원동 한복판에서 수많은 사람이 뒤엉켜 300여명이 죽거나 다쳤다. 당시 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크러쉬’(Crush)가 지난 17일(현지시간) 미국에서 공개됐다. 외신은 이 작품을 “진상 규명을 위한 가치 있는 노력”(롤링스톤)이자 “훌륭한 저널리즘”(디사이더)이라고 평가했다. 그런데 정작 한국에선 ‘크러쉬’를 볼 수 없다. 제작사가 파라마운트+ 미국에만 영상을 공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에선 이 작품을 한국에서도 시청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크러쉬’는 2부작으로 구성됐다. 1편은 참사 상황을 보여준다. 제작진은 목격자 증언과 생존자의 휴대전화 기록, 폐쇄회로(CC)TV 등을 종합해 참사 당시를 재현했다. “계속 밀어”라는 외침과 “밀지 마세요”라는 절규가 화면에서 겹친다. 10·29 참사 당일 이태원엔 10만명 넘는 시민이 모였다. 인파 관리는 미흡했다. 좁은 골목에 많은 인원이 모이면서 사상자가 발생했다. 159명이 목숨을 잃었고 197명이 다쳤다. 경찰과 소방이 신고를 받고 출동했지만 현장 진입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날 이태원에 있었던 미국인 유학생 아리아나 바라는 ‘크러쉬’에서 “참사 트라우마로 붐비는 기차나 골목을 지날 때 두려움을 느낀다”고 털어놨다. 작품에는 “참사는 사고가 아니다. 범죄였다”고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2편은 현재진행형의 이야기다. ‘크러쉬’는 참사를 막지 못한 이유가 무엇인지 질문한다. 총괄 프로듀서 제프 짐발리스트는 영국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꼬집었다. “(한국은) 잘 짜인 사회다. 대규모 군중을 원활하게 통제한 사례가 많다. 그런데 왜 세월호 참사와 10·29 참사에선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는가.” 제작진은 그 실마리를 세대 격차에서 찾은 듯하다. 홍주환 탐사보도 전문기자는 다큐멘터리에서 50·60대 정부 관료들이 젊은이들의 행사를 시간 낭비로 치부한다고 꼬집었다. 미국 롤링스톤도 “인터뷰이 대부분 정부가 청년 문화를 평가절하해 손을 놓고 있었다고 믿는 모습이었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이태원은 유흥과 향락의 장소로 여겨지는 곳이다. “청년들의 놀이터로 낙인 찍힌 도시에 군중 통제를 위한 자원과 권한을 부여하는 것은 결국 정치의 문제”(짐발리스트)라는 게 제작진의 결론이다.
책 ‘우리가 보지 못한 대한민국’의 저자이자 한국에서 프리랜서 기자로 활동하는 영국 출신 라파엘 라시드는 “몇몇 장면이 보기 끔찍하지만, 그날(참사 당일) 90분 동안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고 싶다면 ‘크러쉬’를 봐라”고 SNS에 썼다. “한국에서 볼 수 있어야 하는 중요한 이야기”라고도 했다. 미국 디사이더는 “‘크러쉬’는 시청하기가 (감정적으로) 힘들지만, 유익하고 경각심을 주는 이야기다. 권력을 가진 이들이 재난에 책임을 지도록 요구한다”고 평가했다. 롤링스톤은 “현장 탐사와 사후 조사뿐 아니라 사회 문제도 끈질기게 분석했다면 3부작으로도 제작 가능했을 다큐 시리즈”라면서 “‘크러쉬’는 진상 규명을 위한 가치 있는 노력이자 참사로 친구나 가족을 잃은 이들을 위한 플랫폼”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파라마운트+코리아 관계자는 “‘크러쉬’는 미국에서만 공개된 작품으로 미국 외 지역 공개는 논의된 바 없다”고 말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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