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투자심리…‘생존 전략’ 전환사채 뽑아드는 제약·바이오
이수앱지스는 상환 위해 부채 선택
“주가 부양책 및 주주 신뢰 확보 루트 찾아야”
최근 투자 심리가 얼어붙으면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 중 전환사채를 끌어 생존 전략을 모색하는 사례가 잇따른다. 확보한 자금은 성장을 위한 동력이며, 또 부채 압박을 견디는 생명줄이기도 하다.
23일 한국금융감독원과 제약업계에 따르면 일동제약, 경남제약을 비롯한 중견제약사부터 이수앱지스, 티움바이오 등 바이오스타트업까지 전환사채를 이용하는 추세다. 경기 둔화, 고금리 등으로 자금이 메마르자 빚을 지면서 사업 유지 및 확장에 나선 것이다.
일동제약의 경우 이달 300억원 규모의 무기명식 이권부 무보증 사모 전환사채를 발행했다. 지난 2021년 1월 제1회차 사모 전환사채를 발행한 이후 두 번째다. 이번 건까지 아울러 현재 상환하지 않은 전환사채권은 총 560억원이다.
일동제약의 전환사채 발행엔 자회사인 유노비아의 분사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일동제약은 신약 연구개발(R&D) 전담 회사로 ‘유노비아’를 물적 분할하고, 코로나19 치료제 등 신약 R&D로 영업이익 적자를 지속하던 경영 전략을 개선할 방침이다. 일동제약은 유노비아를 통한 투자 유치를 계획 중인데, 2000~3000억원의 자금 조달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환사채 발행으로 확보한 자금으로 차입금을 상환하고 물적 분할 작업을 순조롭게 마무리 짓는 한편, 의약품 사업 부문에 대한 투자 확대를 전개해 실적 개선을 꾀할 예정이다.
일동제약 관계자는 “유노비아를 분할한 이후부터는 연구개발비 지출 부담이 해소되는 만큼 신속한 재무 건전성 개선이 가능하다”며 “의약품, 헬스케어 등 기존 주력 분야에서 확보한 수익을 사업 부문에 재투자해 단기 및 중장기 측면에서 성장을 도모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갖출 수 있다”고 말했다.
전환사채는 회사가 발행하는 사채의 일종으로, 기업에 돈을 빌려준 투자자가 정해진 기간에 원금에 해당하는 부분을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채권이다. 기업 주가가 상승하면 투자자는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전환해 시세 차익을 얻을 수 있다. 반대로 주가가 떨어지면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을 통해 원금과 이자를 회수할 수 있다. 이때 부채 상환을 위해 또 다른 전환사채를 선택하면 부채가 늘어나고 최악의 경우 주주 변경, 경영 부진, 상장 폐지 등을 겪기도 한다. 특히 경영 안전성을 유지하기 어려운 바이오스타트업들에 리스크가 크게 돌아올 수 있다.
이수앱지스는 500억원 규모의 제8회 무기명식 이권부 무보증 공모 전환사채권 발행을 지난 13일 결정했다고 보고했다. 공모 전환사채는 전환사채가 필요한 시점에서 투자자가 미리 정해지는 사모 방식이 부득이한 경우 차선책으로 선택한다. 공모에서 투자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전환사채 발행이 불가능하다. 이수앱지스의 이번 결정은 오는 2024년 1월2일 제7회 전환사채의 조기상환청구 기간에 맞춰 대금을 마련하기 위함이다. 제7회 사모 전환사채 차입금은 총 800억원으로 약 2개월 안에 자금을 확보해야 한다.
문제는 주가가 하락세를 그리고 있다는 점이다. 이수앱지수는 최근 주주들의 관심을 받았던 국산 파브리병 치료제의 임상 3상이 더디게 진행되고 개발로 인한 영업손실이 늘어나면서 주가 하락을 면치 못했다. 애초 제7회 사모 전환사채는 전환가액이 1만1350원으로 전환가능 주식 수가 495만주였지만, 제8회에서는 예정 전환가액이 낮아져 전환가능 주식 수가 700만주 이상으로 증가하면서 주식 발행 시 부담이 커지게 됐다. 또 기존 주주들의 지분 희석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수앱지스 관계자는 “주주대상 전환사채 발행에 앞서 모회사인 이수화학을 대상으로 할인 없는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먼저 진행해 책임 경영을 실현하고 지분 희석을 최소화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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