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천자]생의 마지막 날까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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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 홍신자는 1966년 스물여섯의 나이에 가족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미국으로 건너갔다.
그녀에게 미국은 무엇이든 해볼 수 있고 이룰 수 있는 곳, 꿈과 자유의 상징이었다.
다만 감정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 일부러 억제하겠다는 건 잘못된 생각이다.
그러자 그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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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 홍신자는 1966년 스물여섯의 나이에 가족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미국으로 건너갔다. 그녀에게 미국은 무엇이든 해볼 수 있고 이룰 수 있는 곳, 꿈과 자유의 상징이었다. 구속감에서 해방돼 실컷 살아보고 싶다는 열망에 불타 찾아간 기회의 땅에서, 우연이자 숙명처럼 무용을 만났다.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언니의 한을 담은 춤 <제례>를 선보였다. 처연한 곡소리로 시작해 긴 머리를 천천히 빗은 후 화로에 종이를 사르고 촛불을 끄는 것으로 마무리되는 이 작품은 현지 무용계의 호평을 받으며 그녀를 성공의 반열에 오르게 했다. 국내에서도 전위예술 공연으로는 사상 최대의 관객을 동원하는 등 큰 화제를 이끌어냈다. 글자 수 869자.
나는 <제례>와 <미궁>을 통해 감정적으로 치유되고 자유로워졌다. 그때 내가 가진 슬픔과 웃음을, 아낌없이 최선을 다해 몰아 썼다. 눈물은 참으면 병이 된다. 울고 싶을 때는 아무도 없는 곳에 가서라도 실컷 울어야 한다. 웃고 싶을 때도 마찬가지다. 들판에 나가서 실컷 웃어야 한다. 가슴속에 무언가가 쌓이지 않도록.
감정에서 벗어날 수만 있다면 삶에 어떠한 고통도 없을 것이다. 감각과 의식을 초월해 무감정의 상태에 도달할 수만 있다면. 다만 감정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 일부러 억제하겠다는 건 잘못된 생각이다. 감정은 원인이 아니라 결과에 가깝다. 어떤 일들의 결과를 아무리 뒤바꿔 보려 노력해도, 원인이 그대로인 한 결과도 똑같기 마련이다. 근본 원인을 찾아내지 못하고, 결과로 나타난 감정만을 문제 삼아 그것을 억제하고 떨쳐버리려 하는 행동은 차라리 그것에 휩쓸리는 것만 못하다고 말하고 싶다. 감정은 물리적으로 떨쳐낼 수 있는 대상이 아닐뿐더러, 그것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힐수록 고통만 가중될 뿐이기 때문이다.
나는 감정을 방일(放?)시키는 방법을 통해 그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자 했다.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감정에 온통 자신을 내맡김으로써, 감정이 멋대로 풀어지도록 두는 것이다. 이래야 한다거나 저래야 한다며 재단하지 않고 그냥 놓아버리는 것이다. 그러자 그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
슬퍼해도 된다. 그러니 슬픈 일이 생겼다고 해서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기뻐해도 된다. 기쁜 일이 생겼는데 사서 걱정할 필요도 없다. 어떤 감정이 생겨나도 상관없으니, 그것 때문에 괴로워하지 않아도 된다. 그저 슬프면 울고 기쁘면 웃어버리면 된다. 있는 그대로 보고, 생기는 그대로 두고, 그리고 고개를 끄덕여 버리면 그만인 것이다.
-홍신자, <생의 마지막 날까지>, 다산책방, 1만7500원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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