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대 침공당하고 있다…의대 정시합격, 절반이 수도권
정부가 지역 의료 인프라 개선을 위해 지방대를 중심으로 의대생 증원을 추진 중이지만, 교육계에서는 여전히 수도권 출신 학생들의 ‘지방의대 침공’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의대 정시 합격생 절반이 수도권 출신
23일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2023학년도 의대 정시모집(정원 1267명) 합격자 중 서울 소재 고교 출신은 36.3%(460명)였다. 이는 올해 서울 지역 고 3학생(7만2132명)이 16.7%인 것을 고려하면 2배가 넘는 비율이다. 경기(242명·19.1%), 인천(13명·1%)을 포함하면 의대 정시합격생의 절반 이상이 수도권 출신이었다.
의대 증원이 ‘지역 침공’처럼 수도권 독식 현상을 심화할 수 있다고 교육계는 우려한다. 전문가들은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의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의대처럼 지역 균형 발전 유인책의 성격을 지닌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신입생의 경우 최근 5년(2019~2023년)간 25개 로스쿨 신입생 중 수도권 대학 출신 비율은 87.9%였다. 11개 지방 소재 로스쿨도 신입생의 81.2%가 수도권 대학 출신이었다.
지방 9개 대학(강원·동아·부산·영남·원광·전남·전북·제주·충남대) 로스쿨 신입생의 출신 고교를 분석한 결과 수도권 출신이 48.3%였다. 지방대 로스쿨 신입생 2명 중 1명이 수도권 고교를 나온 것이다. 로스쿨은 ‘지방대학 및 지역균형인재 육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지역인재 선발 비율이 5~15%(의대는 20~40%) 수준으로 정해져 있다.
지방대 의학 계열 나와도 43%가 수도권 취업
강원, 충청 등 수도권에서 가까울수록 그 정도가 심했다. 강원도는 2439명 중 1674명(68.8%)이 의학 계열 졸업 후 수도권에 취업했고, 강원도 내에 취업한 졸업생은 368명(15.1%)이었다. 충청도는 3620명 중 1901명(52.5%)이, 경상도와 전라도는 10명 중 3명꼴로 수도권에 취업했다.
일부 지방대의 커리큘럼이 ‘수도권 유턴’ 현상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건국대(충주), 순천향대, 한림대, 가톨릭관동대, 동국대(경주), 성균관대, 울산대 등 7개 사립대학은 교육부 인가를 받지 않고 수도권 부속·협력병원을 학습장으로 운영하고 있었다.
교육부는 2021년 이들 학교를 대상으로 이론 수업은 본교 지역 캠퍼스에서 진행하도록 시정 요구 조치를 하기도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대부분 학교가 이론 수업은 본교 지역 캠퍼스에서 하는 방향으로 시정하기로 했다”며 “서울에서 학습 받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서울에 정착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에 지역 사회에서는 ‘무늬만 지방대’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의사들이 지방 떠나지 않는 지역인재전형 추진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지방 의대에 증원의 많은 부분을 할당하고, 지역인재전형으로 출신 중·고교를 제한하거나 의무 복무 기간 등을 두면 수도권 수험생에겐 이점이 크지 않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우수한 학생들이 지역에 남을 수 있는 장학금 등 유인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민지 기자 choi.minji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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