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3분의 2 연체되기도…온투업 관리 손 놓은 정부
금융당국은 방관…반년 째 무소식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온투업)계 대출의 질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겉으로는 정상 영업을 벌이고 있지만,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대출의 3분의 2가량이 연체에 빠진 사례까지 나올 정도다.
부동산 경기 침체에 치명상을 입은 와중 기대했던 규제 완화는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자금난에 부딪히는 온투업체가 많아지는 가운데, 금융당국은 사실상 강 건너 불구경으로 일관하면서 투자자들의 리스크만 커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온투업 중앙기록관리기관에 등록된 온투업체 50개 중 지난달 말 대출잔액 기준 연체율이 15% 넘는 곳은 총 12개다.
연체율이 가장 높은 곳은 그래프펀딩으로 82.6%를 기록했다. 그래프펀딩은 업황이 악화되며 지난 12월 폐업을 선언한 곳으로 53억2500만원의 대출 잔액이 남아 있다. 이중 42억원이 넘는 대출이 연체돼있다는 의미다.
영업을 이어나가는 업체 중 가장 연체율이 높은 곳은 타이탄인베스트로 65.4%를 기록했다. 스마트핀테크도65.1%로 65%를 넘겼다. 스마트핀테크는 지난 6월 말만 해도 연체율이 6.6%였지만, 석 달 새 연체율이 10배 가까이 치솟았다.
이어 ▲캠퍼스펀드(50.7%) ▲펀다(37.3%) ▲다온핀테크(37.0%) ▲퍼스트온라인투자금융(36.1%) ▲미라클펀딩(34.4%) ▲투게더펀딩(25.1%) ▲오아시스펀드(24.9%) ▲위펀딩(18.4%) ▲루트에너지(17.6%) 등의 연체율이 15% 이상이었다.
업계에서는 연체율 15%를 마지노선으로 여긴다. 온투업 감독 규정에 따르면 온투업체는 연체율이 15%를 초과할 경우 관련 사실을 즉시 공시해야 한다. 또 같은 규정에 따라 20%를 넘으면 온투업자는 연체율 관리방안을 마련해 금융감독원장에게 보고해야 한다.
업계 상위사들의 사정도 나쁜 건 마찬가지다. 피플펀드·투게더앱스·8퍼센트의 지난달 말 기준 평균 연체율은 12.7%로 지난해 같은 달 3.7%에서 4배 가까이 뛰었다. 상위 10개사에 포함되는 어니스트펀드(14.8%)의 연체율도 15%에 육박하고 있다. 유의동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온투업권 전체 연체율은 9.5%로 10%에 육박한다.
연체율이 급증한 것은 올해 초 부동산 경기 침체 영향이 크다. 온투업은 비교적 안정성이 높은 부동산 관련 담보 대출 비중을 높게 유지해왔는데, 금리 상승기 부동산 시장이 불황을 맞으면서 연체율이 덩달아 뛴 것이다. 연체율이 치솟는 상황에서 온투업계의 숙원사업인 기관투자 규제도 풀리지 않은 것이 자금난을 가속화했다.
금융당국은 수개월 째 방관하고 있다. 앞서 올해 5월 금융감독원은 연체율이 20% 넘는 온투업체를 대상으로 관리 계획을 보고 받았이지만 이후 다섯 달이 지나도록 어떤 제재나 대응도 내놓지 않고 있다.
동시에 금융당국은 업계가 바라는 숙원 규제에 대해서도 입을 닫고 있다. 온투업계는 지난해부터 제도권 금융으로 들어온 이후 금융기관들로부터 제대로 투자를 받지 못해 자금난을 겪고 있다며 기관투자 관련 규제를 완화해달라고 호소해왔다. 돈을 빌리려는 수요자들은 많은데 빌려줄 공급자가 턱없이 부족해 신규 대출이 어렵다는 얘기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4월 금융기관의 온투업 연계투자가 법적으로 문제되지 않는다는 유권해석을 내놨지만, 이후로 세부 가이드라인이 나오지 않아 사실상 기관투자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온투업계도 투자하고 싶은 기관도 섣불리 나설 수 없어서다.
온투업계 관계자는 "최근 온투업권 개인투자 규제가 완화되고 대출 비교·추천 플랫폼에 상품을 입점시킬 수 있도록 규제가 일부 풀어지긴 했지만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며 "논의되고 있는 기관투자 규제 가이드라인이 신속히 나와야 자금난에 숨통이 트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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