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 온다더니..." 美경제전망 상향한 월가, 내년은 글쎄
연초만 해도 경기침체를 우려했던 월가 이코노미스트들이 미국 경제전망을 연이어 상향하고 있다. 이번주 공개되는 미국의 3분기 경제성장률은 견조한 소비에 힘입어 연율 4%대를 기록, 여전히 미국이 '세계 경제 엔진'임을 확인시킬 것이란 관측이다. 다만 월가 거물들을 중심으로 4분기 이후 경기 둔화 경고음도 잇따른다.
2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오는 26일 미국의 3분기 국내총생산(GDP) 발표를 앞두고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7%에서 4.0%로 상향했다. 경제컨설팅사 하이 프리퀀시 이코노믹스 역시 3분기 전망치를 4.4%에서 4.6%로, 4분기 전망치는 1.0%에서 1.2%로 높였다.
이는 연방준비제도(Fed)의 누적된 긴축, 여전히 높은 인플레이션에도 불구하고 소비지출을 포함한 주요 경제지표가 탄탄한 수준을 이어가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특히 이러한 전망치는 2%대 초반이었던 미국의 1~2분기 성장률 대비로도 큰 폭의 반등이다. 블룸버그통신이 집계한 3분기 GDP 전망치 역시 4.3%로 추산됐다.
WSJ는 "지금쯤 미 경제는 둔화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Fed가 금리를 다시 올려야 하는지 고민하는 사이 애널리스트들은 연말 경제전망을 상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금리 인상에 따른 대출금리 인상, 학자금 상환 재개, 장기화하는 우크라이나 전쟁, 중동발 지정학적리스크 등 여러 우려에도 불구하고 미 경제가 가속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블룸버그통신은 3분기 GDP에 대해 "성장이 정체된 유럽, 불안한 중국과 달리, 미국이 여전히 경제 강국임을 보여줄 것"이라고 보도했다.
최근 지표를 세부적으로 살펴봐도 일부 경제 가속화 조짐이 확인됐다는 게 WSJ의 진단이다. 9월 한 달간 일자리는 33만6000개 증가했다. 7월의 23만6000개, 8월의 22만7000개에서 급증한 수치다. 이처럼 강력한 노동시장은 미 실물경제를 이끄는 소비지출의 기반이 된다. 인플레이션이 완화하는 가운데 임금상승은 지속되면서 지출을 떠받치고 있는 것이다. 월별 소매 및 식품서비스 판매는 지난 6월 0.2% 늘어나는 데 그쳤으나 3분기에는 각각 0.6%, 0.8%, 0.7% 증가했다.
판테온 매크로이코노믹스의 이안 셰퍼드슨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작년 12월부터 6월까지 세후 인플레이션 조정 소득이 연율 7% 증가했다고 추산했다. 이 가운데 가계 저축률은 경기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로 작년 12월 3.4%에서 올해 5월 5.3%로 높아졌으나, 다시 3분기 들어 지출 증가세와 함께 3%대로 떨어졌다. 바클레이스의 마크 지아노니 수석 미국이코노미스트는 "경기 침체에 대한 두려움이 줄어들면서 보다 편안하게 돈을 지출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 시점에서 향후 경제에 대한 이코노미스트들의 전망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뉘고 있다. 먼저 누적된 긴축의 시차 등을 고려할 때 현재 경제 추진력이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두 번째는 경제가 계속 뜨거운 수준을 나타내면서 인플레이션을 다시 끌어올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는 Fed의 추가 긴축 필요성에 힘을 실어 경기침체 리스크도 높인다. 마지막은 골디락스 시나리오다. 성장이 이어지는 가운데 인플레이션은 둔화하는 이른바 연착륙이다.
다만 WSJ는 현재로서는 대다수 이코노미스트들이 골디락스와 같은 낙관적 시나리오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S&P글로벌의 벤 허즌 이코노미스트는 "노동시장 경색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을 걱정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경제에 변화가 있었냐"면서 "그렇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그간 Fed는 물가안정목표치 2% 달성을 위해서는 추세 이하의 저성장과 노동시장 경색이 필수적이라고 밝혀왔었다.
월가 거물들로부터 경기악화 충격에 대비해야 한다는 경고성 발언도 제기된다. 헤지펀드계의 거물인 빌 애크먼 퍼싱스퀘어 캐피털 회장은 이날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경제는 최근 데이터가 시사하는 것보다 빠른 속도로 둔화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예상을 웃도는 경제지표와 달리 실물 경제는 균열이 확인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채권왕'으로 유명한 빌 그로스 역시 엑스에 올린 글을 통해 최근 지방은행들의 붕괴, 오토론 연체율 등을 지적하며 "4분기 침체를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미국 경제의 주요 축 중 하나인 주택시장이 부진에 빠지면서 내년 성장률 발목을 잡을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골드만삭스는 이날 공개한 보고서를 통해 높은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 등의 여파로 내년 주택 판매가 30년래 최저 수준으로 감소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내년 기존주택판매는 380만대로 올해 전망치 대비 6.2% 줄어들 것으로 추산됐다. 골드만삭스의 로니 워커 이코노미스트는 "미 경제가 침체를 맞이할 확률은 낮다"면서도 "주택 판매 및 신규 착공 감소로 미 GDP에도 의미 있는 여파가 확인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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