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판 1위 강동원 2위 고윤정…요즘 제작사가 돈 쏟는 '필승 전략'

박건 2023. 10. 24.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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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누구 캐스팅됐는지만 보고 사인하는 투자자는 없다. "
최근 국내에서 개봉한 영화를 만든 제작사 관계자의 말이다. 콘텐트 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호화 캐스팅과 제작비 물량 공세 등 과거의 ‘흥행 공식’이 깨지고 있다. 특히 대형 배우의 티켓파워가 약화하면서 제작사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이제 독특한 개성과 탄탄한 서사를 갖춘 캐릭터가 콘텐트 경쟁력의 필수 조건으로 떠올랐다.


‘천박사’ 강동원, 브랜드평판 1위


영화 '천박사 퇴마 연구소:설경의 비밀'의 강동원. 사진 CJ ENM
23일 업계에 따르면 영화·드라마 등 콘텐트 제작사들은 극 안에서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드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지난달 27일 개봉한 영화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이하 ‘천박사’)은 귀신의 존재를 믿지 않는 퇴마사 천박사(강동원)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천박사’는 추석 연휴 기간(9월 27일~10월 2일) 약 136만명의 관객을 모으면서 명절을 앞두고 개봉한 영화 중 흥행 1위를 차지했다. 현재까지 누적 관객 수는 약 190만명이다. 극장에 건 한국 영화의 잇따른 참패 속에서 거둔 성과다. 특히 후속편에서 발전 가능성이 있는 다양한 캐릭터에 대한 여러 복선을 깔아 둔 점도 주목받았다.

캐릭터 구축에 신경 쓴 또 다른 사례로 디즈니+ 오리지널 드라마 ‘무빙’이 꼽힌다. 2015년 강풀이 연재한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이 작품은 능력을 숨기고 살아가는 초능력자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장희수(고윤정), 김두식(조인성) 등 개성 있는 초능력자로 분한 배우들의 연기도 호평받았다. 아이지에이웍스 마케팅클라우드에 따르면 지난 9월 디즈니+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394만명을 기록하면서 전월 대비 이용자가 125만명 증가했다.

작품 속 캐릭터의 존재감에 힘입어 배우도 동반 상승효과를 누렸다. 한국기업평판연구소에 따르면 ‘천박사’ 강동원은 2023년 10월 영화배우 브랜드평판 빅데이터 분석 결과 1위를 차지했다. ‘무빙’의 주역 고윤정과 조인성은 각각 2, 3위에 올랐다.


“‘무빙’ 시즌 2, 무조건 하고 싶다”


드라마 '무빙'.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작사들이 인기 캐릭터 발굴에 열을 올리는 건 콘텐트의 수명을 연장하고, 지속해서 이익을 거두기 위해서다. 대중에게 캐릭터를 확실하게 각인시키면 후속편을 제작하기도 편하고,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해 다양한 사업을 벌일 수 있다.

‘무빙’으로 오리지널 콘텐트의 위력을 실감한 디즈니는 후속편 제작 의지를 밝혔다. 김소연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대표는 지난달 22일 열린 ‘2023 디즈니+ 오픈하우스’ 행사에서 “매주 차 조금씩 다른 스토리가 연결되면서 다른 캐릭터들이 등장한다”며 “구체적으로 논의해야겠지만 시즌 2는 무조건 하고 싶다”고 말했다.

‘무빙’의 원작 IP를 보유한 카카오웹툰 역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카카오웹툰은 지난 8월 ‘무빙’의 공개 시점에 맞춰 ‘강풀 유니버스’를 소개하는 특별 기획전 코너를 개설했다. 카카오웹툰과 카카오페이지 합산 기준으로 웹툰 ‘무빙’의 8월 매출은 전월 대비 11배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웹툰 작가 강풀이 드라마 '무빙' 제작 기념으로 공개한 일러스트 포스터. 사진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공포 판타지 웹툰 ‘빙의’를 원작으로 하는 ‘천박사’도 후속편 제작이 유력하다. 원작 웹툰이 3부작으로 구성돼 있어 영화 기획 단계에서부터 시리즈 제작을 염두에 뒀다는 게 제작사의 설명이다. 영화 말미에는 후속편을 암시하는 장면도 넣었다. ‘천박사’를 연출한 김성식 감독은 언론 인터뷰에서 후속편에 대한 질문에 “(영화 속 소재인) 칠성검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싶다”며 “한국 무속 신앙에 대해 제대로 다뤄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영화제작사 관계자는 “영화 시장의 크기가 줄어들고 있는 만큼 고정 팬층을 확보한 시리즈물 제작이 생존에 필수가 됐다”며 “시리즈 첫 작품의 캐릭터가 대중에게 얼마나 매력적으로 다가가는지가 제작 여부를 가른다”고 말했다.

박건 기자 park.k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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