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2028 대입 시안, 공정한 내신 발판

2023. 10. 24. 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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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2028 대입 개편 시안에서 고교 전 학년, 전 과목 내신성적의 상대평가를 병기하기로 한 결정에 대해 고교 교육의 후퇴로 바라보는 시각이 있다.

그러나 먼저 발표했던 1학년만 9등급 상대평가를 병기하고, 2·3학년은 절대평가로만 성적을 산출하는 것은 과연 발전적이었다고 볼 수 있을까? 아마 기존에도 모든 학년을 절대평가하지 못하고, 1학년의 상대평가를 결국 남겨둘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제도의 안정성과 함께 대학입시에 있어 치열한 경쟁이 여전히 존재하는 우리의 현실을 고려했으리라 예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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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춘 대전이문고 교장


이번 2028 대입 개편 시안에서 고교 전 학년, 전 과목 내신성적의 상대평가를 병기하기로 한 결정에 대해 고교 교육의 후퇴로 바라보는 시각이 있다. 그러나 먼저 발표했던 1학년만 9등급 상대평가를 병기하고, 2·3학년은 절대평가로만 성적을 산출하는 것은 과연 발전적이었다고 볼 수 있을까? 아마 기존에도 모든 학년을 절대평가하지 못하고, 1학년의 상대평가를 결국 남겨둘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제도의 안정성과 함께 대학입시에 있어 치열한 경쟁이 여전히 존재하는 우리의 현실을 고려했으리라 예상한다.

‘공교육 경쟁력 제고 방안’ 발표 이후 교육 현장은 여러 면에서 우려를 호소해 왔다. 첫째, 내신 중에서 대입에 필요한 변별력 있는 자료는 상대평가 9등급이 병기되는 1학년 성적뿐으로 기존 발표대로라면 ‘고1’은 상위 등급을 받기 위한 ‘유사 이래 가장 치열한 내신 경쟁에 내몰린 학년’이 됐을 것이다. 특히 1학년 때 성적이 만족스럽지 못한 학생들은 자퇴를 하거나 학교 수업을 포기하고 수능과 대학별 고사에 집중하게 되며 이는 공교육 붕괴로 이어졌을 것이다.

둘째, 고2·3학년 때 배우는 선택과목을 절대평가로만 산출하고 이를 대입 전형 자료로 활용할 경우 ‘성적 부풀리기’의 우려를 완전히 지우기 어려웠을 것이다. 고교 입장에서 대학 진학률은 우수 신입생을 유치하고 학교의 명예를 드높이는 데 중요하므로 학생들을 1점이라도 유리하도록 살필 수밖에 없다. 학생들 역시 성적을 잘 주는 과목이나 교사에게 몰리게 될 것이며, 이런 학교·교사·과목에 따른 내신 유불리는 결국 고교 교육의 질과 신뢰도 저하로 연결된다.

셋째, 고교학점제는 학생 진로와 적성에 따른 과목 이수가 주요한 대입 전형 자료로 활용되도록 고교-대학 간 교육과정 연계를 강화해 고교 단계에서의 유의미한 학습을 돕는 것을 이상으로 삼는다. 하지만 학년에 따라 서로 다른 내신 산출 체제 속에서 고1은 교실의 황폐화, 고2·3은 내신 신뢰도 하락으로 고교학점제 취지가 실현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혹자는 고교가 왜 대학의 선발자료를 만들어야 하는지, ‘배려와 협력을 통한 인재 양성’ 실현에 적합한 절대평가에 왜 상대등급을 병기해야 하는지 의문을 제기하며 교육의 퇴행을 우려한다. 하지만 전 학년 동일한 평가 체제로 전 과목에 절대·상대평가를 병기하면서 5등급으로 완화한 것은 현실을 반영한 합리적 절충안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학생을 서열화하는 상대평가를 결국 내려놓지 못한 것에 대해 아쉬운 마음을 버릴 수 없다. 하지만 제도를 한꺼번에 바꾸는 것보다 점진적이지만 현장에 적합한 제도를 안착시키는 것이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교육에 대한 신뢰를 만드는 것이다. 그것이 고교 교육 정상화와 대입 공정성 모두를 실현하는 발판이 되리라 생각한다.

김동춘 대전이문고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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