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갈등 경제와 긴축 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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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가 다양한 갈등, 즉 3개의 전쟁 리스크에 직면했다.
미국·중국 간 기술 패권 전쟁과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전쟁에 이어 이스라엘·하마스 간 전쟁은 세계 경제가 복잡하고 다양한 갈등 국면을 맞이했음을 시사한다.
전쟁과 같은 물리적 갈등뿐만 아니라 소득 양극화 갈등, 세대 간 갈등 그리고 정치 양극화와 같은 사회적 갈등 등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갈등이 동시에 표출되고 있다.
또한 각종 갈등 리스크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차질은 인플레이션과의 전쟁 승리를 어렵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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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가 다양한 갈등, 즉 3개의 전쟁 리스크에 직면했다. 미국·중국 간 기술 패권 전쟁과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전쟁에 이어 이스라엘·하마스 간 전쟁은 세계 경제가 복잡하고 다양한 갈등 국면을 맞이했음을 시사한다. 전쟁과 같은 물리적 갈등뿐만 아니라 소득 양극화 갈등, 세대 간 갈등 그리고 정치 양극화와 같은 사회적 갈등 등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갈등이 동시에 표출되고 있다. 팬데믹 과정을 거치면서 중국 경제의 성장동력 약화, 주요국 인구 고령화 및 소득 불균형 심화와 함께 급격한 기술 혁신 사이클 등도 예상치 못한 갈등을 유발시키고 있다.
문제는 갈등 경제 국면 해소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우선 미·중 간, 러·우 간 전쟁 및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는 신냉전 분위기를 더욱 확산시키면서 글로벌 교역 사이클 회복을 저해할 공산이 크다. 낮은 교역 회복세는 당연히 세계 경제에 악재다. 또한 각종 갈등 리스크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차질은 인플레이션과의 전쟁 승리를 어렵게 할 것이다. 최근 미국 및 한국 등 주요국 국채 금리가 속등하면서 금융시장은 2013년과 같은 긴축 발작 증상을 보이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기대와 달리 제대로 진정되지 못하면서 미 연방준비제도는 물론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최소한 현 수준의 금리를 상당 기간 유지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주 개최된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한국은행 총재는 “높아진 국제 유가와 환율의 파급, 이스라엘·하마스 사태 등으로 물가가 지난 8월 전망을 상회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밝혔다. 경기 둔화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한은이 기준금리를 조기에 인하하기 어렵게 됐다. 이런 대내외 여건을 반영하듯 국내 금융시장은 트리플 약세(주가, 채권가격 및 원화가치 동반 하락)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트리플 약세 현상이 장기화되면 국내 부채 리스크 현실화 등 국내 경기 불안이 심화될 수도 있다.
또 하나 주목해야 할 것은 미국 내 정치 갈등이다. 10월 초 하원의장이 해임된 이후 하원의장 선출이 난항을 거듭 중이다. 민주당과 공화당 간 정치 갈등에 더해 하원을 장악하고 있는 공화당 내 정치 갈등이 하원의장 선출을 지연시키고 있다. 미국 정치까지 신경써야 할 여유가 없지만 미국 정치 갈등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미국 경기와 2024년 대선도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하원의장 공백이 장기화된다면 당장 11월에 연방정부 폐쇄 우려가 현실화될 수 있다. 또한 하원의장에 재정 긴축을 강하게 요구하는 친트럼프 성향의 인물이 선출된다면 2024년 대선을 앞두고 미국 내 정치 갈등은 더욱 심화될 것이 자명하다. 올해 그나마 미국 경제가 양호한 성장 흐름을 보이면서 고금리 충격이 완충됐지만 내년 정치 갈등으로 미국 성장률마저 급격히 둔화된다면 고금리 충격이 글로벌 경제로 확산될 것이다.
더욱이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간 지지율이 박빙 상황을 보이고 있다. 내년 성장률 둔화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시 당선된다면 바이드노믹스는 폐기 수순을 밟을 것이다.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으로 전기차, 특히 바이드노믹스의 큰 수혜를 받았던 K배터리가 역풍을 맞을 수 있다. 미국 내 갈등의 불똥이 국내 수출 및 투자로 튈 것이다.
작금의 갈등 경제는 글로벌 성장 파이를 제약하는 악재다. 파이가 커져야 갈등이 해소되는데 파이가 커지지 않는다면 갈등 국면은 증폭될 것이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내 경제 구조상 갈등 국면의 장기화는 국내 경제와 금융시장에 커다란 악재다. 동시에 대외적 갈등 리스크가 국내 각종 경제 및 사회적 갈등마저 증폭시키는 도화선이 될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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