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흑연 수출통제에… ‘우회로 확보’ 나선 한국

양민철 2023. 10. 24. 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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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기술 패권전쟁의 전선이 반도체를 넘어 이차전지로 확산하고 있다.

중국 정부에서 반도체 원료인 갈륨·게르마늄에 이어 이차전지용 음극재 원료인 흑연의 수출통제에 나서면서 '공급망 무기화'가 본격화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 배터리 셀·소재 기업들은 중국의 흑연 수출통제 조치가 시행되는 오는 12월까지 재고 확보에 주력하면서 추이를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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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기술 패권전쟁 이차전지로
한국, 중국산 흑연 의존도 90%대
阿 광산 접촉 등 공급망 다변화


미·중 기술 패권전쟁의 전선이 반도체를 넘어 이차전지로 확산하고 있다. 중국 정부에서 반도체 원료인 갈륨·게르마늄에 이어 이차전지용 음극재 원료인 흑연의 수출통제에 나서면서 ‘공급망 무기화’가 본격화했다. 한국 산업계에 치명상을 입힐 수 있다는 불안감이 증폭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이차전지 원료 가운데 세계 배터리 업계의 공급망 다변화가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흑연을 정밀 타격했다는 게 산업계 안팎의 진단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 배터리 셀·소재 기업들은 중국의 흑연 수출통제 조치가 시행되는 오는 12월까지 재고 확보에 주력하면서 추이를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중국 상무부와 해관총서는 고순도·고강도·고밀도 인조 흑연 재료·제품과 천연 인상흑연 및 제품에 대한 수출통제를 오는 12월 1일부터 적용한다. 이번 조치가 단순히 수출 절차에 시간이 더 걸리는 수준에 그칠지, 전면적 ‘수출 금지’로 이어질지가 최대 관심사다.

산업계 관계자는 “일단 중국이 수출 자체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은 아닌 것으로 본다. 앞서 수출통제 조치를 적용했던 인조 흑연 음극재처럼 2~3주 정도 시간이 더 걸리는 수준에 그칠 가능성도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흑연은 리튬·코발트와 같은 다른 이차전지 원료보다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높지 않았다. 흑연을 주요 재료로 하는 음극재는 양극에서 이동해 온 리튬이온을 저장하는 역할을 한다. 배터리 저장 용량을 좌우하는 음극재는 이차전지 4대 요소(양·음극재, 분리막, 전해질) 중 하나다. 하지만 배터리 원가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양극재에 비해 낮은 비중(원가의 10~15%) 탓에 중요성이 부각되지 않았다.


산업계에선 중국의 흑연 수출통제 조치가 이런 ‘공급망 허점’을 노렸다고 분석한다. 중국의 흑연 매장량은 약 20% 수준으로 터키(약 27%)나 브라질(약 24%)보다 적다. 다만, 제조 과정을 거친 천연 흑연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65.4%에 달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한국의 중국산 천연·인조 흑연 의존도는 각각 90.4%, 93.3%에 이른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조치가) 글로벌 공급망에 타격을 주려는 목적이라면 정확하게 약한 고리를 찌르고 들어온 것”이라고 했다.


글로벌 음극재 시장도 BTR, 푸타이라이 등의 중국 기업이 장악한 상태다. 한국에서 흑연계 음극재를 생산하는 기업으로는 포스코퓨처엠이 유일하다. 한국도 흑연 원료를 들여와 중간가공 등을 거쳐 충분히 자립화를 이룰 수 있었지만, 양극재보다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었던 측면이 크다.

중국의 ‘자원 무기화’ 기조가 거세지며 한국 기업들의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배터리 업계는 재고 확보와 더불어 수급처 다변화 등으로 ‘탈(脫)중국 공급망’ 구축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포스코퓨처엠은 포스코인터내셔널과 함께 아프리카 탄자니아와 마다가스카르에 있는 흑연 광산에서 각각 매년 3만t 안팎의 천연 흑연 확보를 추진 중이다. 여기에 최근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인조 흑연의 자체 생산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도 호주의 배터리 소재기업과 협업해 천연·인조 흑연 공급망 다변화에 뛰어들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흑연은 다른 광물에 비해 희귀자원은 아닌 만큼 우회로 확보가 불가능한 상황은 아니다”고 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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